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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유나 Oct 27. 2023

이공계 석사 유학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예비 유학생에게

호주나 영국으로 이공계 석사 유학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미국은 SAT 준비할 여유가 안되서 제외한 것 같고, 호주에는 가족 중에 거주하는 사람이 있어 버프로 넣은 것 같다. 선택 사항에서 빼고 넣는 이유가 명확한데 막상 영국을 왜?에는 대답을 잘 못하시더라. 지원서 가장 처음에 대답해야 할 질문일텐데... 해당 분야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도 유명한데요? 독일로 가면 학비도 무료일텐데요? 아마도 그 분이 처음 보는 나에게 대놓고 하지 못한 말은 <입학이 쉬울 거 같아서>였던 거 같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당사자가 지원할 국가도 아직 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분 어머님께서 대화에 들어오며 자꾸 내 생각을 말해달라고 하셨다. 아빠 직장 상사 아내분+따님이라 너무 크리티컬하게 말할 수 없어서 좋게 애둘러 '왜 영국일까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세요'했다. 이어서 구구절절 말씀드리다 보니 많이 길어졌다.



졸업 후 취업, 정착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히 영어 국가인 영국에서 얻는 장점이 크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운좋게 영어를 사용하는 회사로 취업하더라도 동료들과의 소통이나 지역 사회에서 행정 처리 등에 결국 그나라 언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할 때는 반대로 영어권 국가기 때문에 워낙 프로그램 백업 과정이 많아서 오히려 (영어)성적이 살짝 못해도 자격을 준다. 특히 말하기듣기읽기쓰기 중 어느 한가지 영역만 0.5~1점 정도 문제가 되는 경우라면 Pre-sessional English Course을 수강하는 것으로 자격 점수를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석사 과정 프리마스터 코스의 경우에는 더욱 다양한 옵션이 있어서, 비전공자가 본과 시작 전에 수학/과학 등을 포함해 이수하는 경우도 있고 연구방법론/발표수업 등 아카데믹 영어를 중점으로 하는 경우 등 정말 다양하게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유학 컨설팅이 성행하고 때로는 '입시 전략'에 따라 의외의 결과를 얻기도 하는 것 같다.


실제로 나도 STEM 전공인 덕분에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영국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 경영학이나 어문학 계열이었으면 지금도 안될 거 같다. 영국 또한 한국 입시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최저 등급이 있는데 나는 커트라인보다 모자랐던 점수를 전공 이해도로 채워 시작했다. 학교에서 왜 받아주냐 하면, 대다수 이공계 과목이 조사를 빼고는 다 전문 용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용어만 정확하면 영어로 읽고 쓰는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2년 전 수업 노트에서 수학 필기를 옮겨 보여주었다. 기호의 연속으로 적힌 문구를 소리내어 읽으면 기호 아래 문장과 같다.

A set U which is a subset of R n is an open set if for all points x in U there exist a radius r greater than zero such that B r x is in U where B r x is the set of all points y in R n such that y minus x magnitude is less than r


이렇게 용어의 연속으로도 내용이 함축되어 전달되니 이공계 영어 기준이 낮은 이유다. x-y의 절대값은 y-x의 절대값과 같으므로 동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B r x에서 an open Ball contained in U를 떠올릴 수 있으면 만점이다. (모든 수식에는 이유가 있으며 B를 사용할 때 그냥,이라는 이유는 없다.)



아무튼 STEM 계열인 이상,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는 건 쉬울 것이다. 나도 참... 시작할 때는 어떻게서든 통과한게 자랑이었는데... 도착해서 고생 많이 했다. 문제는 항상 듣고 말하는게 안되는데서 발생했다. 그렇다고 이례적으로 월등하게 읽고 쓰는걸 잘하는 것도 아니다. 언어 표현이라는게, 공식으로 나온 것을 내 언어 능력으로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읽은 것을 이해하고 설명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의 말도 들을 줄 알아야 대화가 되는데 말로 된(verbal) 교감을 할 수 없으면 금방 소외된다. 사회 분위기라는 것이 있어서 조금만 학교에서 나가면 조롱의 대상이 된다. 딴 소리긴 하지만 사회 경험을 위해서라도 아르바이트를 꼭 해야 한다! off-topic이라 다음 기회에.



학사 vs 석사는 석사 vs 박사만큼이나 다르고 학교마다 전공마다 사람마다 워낙 달라 함부로 일반화 할 수 없다. 참고로 한국에서 4년제 대학 졸업을 하면 잉글랜드 지역의 학사 3년+석사 1년과 동일하게 인정받아 박사로 지원할 수도 있다. 우리 학교 조교 중에 학사-박사로 오신 분이 있었고, 작년에 나의 영국 지도교수님과 면담에서도 석사 건너뛰고 박사 지원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내가 왜 이걸 진작 몰랐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나는 데이터사이언스 석사 지원을 하면서 상세 분야를 오래 고민했었다. 내가 Business Analytics 전공이 잘 맞을지, Data Analytics(and/or Science) 전공이 잘 맞을지 모르겠어서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2020년 8월에 고민하던 내용을 링크해둔다. 경제적인 부분을 논외로 두고, 전공 선택에 있어서 이러이러한 걸 찾아보고 저러저러한 것을 비교해봤으니 참고하시라고 했다.



사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글로 올리는 데에는 또다른 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초심 잃지 말고 남에게 말하는 만큼 나도 잘하자 스스로 하는 말이다. 오늘 기록을 마침.


*2021년 1월 블로그 작성글을 옮겨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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