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행복했던 날들
2021. 05. 03 월요일
어느 시절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너무나 투명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부재는 곧 누군가의 슬픔. 갑자기 받아든 슬픔의 무게는 무척이나 무겁고 힘겨운 것이어서 그저 버티며 아주 조금씩 흘려보낼 뿐이다.
눈물이 좀처럼 막아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고장이 난 모양이다. 보지 않아도 나의 표정은 서럽다. 실컷 흐느끼다보면 잠시 無의 상태가 된다. 멍 해진다.
필름카메라를 샀다. 필름도 끼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눌렀다. 어떤 순간들이 어떻게 찍혔을까. 필름을 감다가 뒷면이 열렸다. 아-.
좌절감에 빠지기 전에 체념과 함께 새 필름을 끼웠다. 잘 돌아가는가 싶더니 엉켜버렸다. 필름을 빼 손으로 직직 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왜 그래야만 했을까. 별 게 다 별 일이다. 별 게 다 서럽다.
스무 해를 함께한 작은 존재의 숨소리가 서서히 약해진다. 이따금씩 서럽게 울어댄다. 다리의 모든 근육이 풀려서는 걷고 싶다고 허공을 휘젓는다. 나 걸을 수 있다고, 이것 좀 보라고 하는 것 같다. 많이 아쉬워서 그러지. 누나도 많이 아쉬워.
사랑한다고, 고마웠다고, 잊지 않겠다고 고백하며 죽음의 문턱과 가까워진 생명을 지켜본다.
안 그래도 작은 녀석이 하늘을 날고 싶은가보다. 그 좋아하던 밥을 먹지 않은 지 닷새. 새라도 될 듯이 가벼워졌다. 품 안에 안고 있어도 곧 사라질 듯 가볍다. 조금 더 끌어안고 싶어진다.
산소방을 치웠다. 거실 한 구석이 휑하다. 싫다.
복실아, 이별이 가까워질 수록 슬퍼지는 너의 이름.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기에 우리는 부지런히 밖으로 나갔다. 잘 있지? 복실아, 누나가 많이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