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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옥 Jan 21. 2023

2022년 분기별 일-실험 회고 (1/2)

새해가 된지 3주나 지났지만 음력 기준으로는 아직 2022년이니까 괜찮은걸로 하자.

이미 작년 회고를 작성하기는 했지만, 분기 단위로 나누어서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컨설팅업만 일년 내내 했었던 2021년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던 한 해였다.


1분기


활동하던 프리랜서 플랫폼 앱의 알고리즘이 변화하면서 경쟁자들과 함께 표시되는 화면에서 내 순위가 낮아지고(기존에는 1위였는데 5위 밖으로 밀려남), 고객을 모객 하려면 초반에 더 많은 캐시를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에 타격을 입었다. 캐시 결제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있었지만, 진작 플랫폼에서 독립하지 못해서 이렇게 남이 결정하는 운영 정책에 흔들린다는 자괴감도 있었음. 


그런데 그걸 기점으로 이 일이 내게 가지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이걸 정말 얼마나 오래 하고 싶은가? 플랫폼에서 독립해서 자체적으로 모객을 하고 싶을 정도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은가?


나의 답은 ‘아니요’였다.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업계 1위 입시/취업 컨설턴트’가 아니었다. 그런 타이틀을 갖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걸 가지기 위해 나의 모든 업무 시간을 거기에 할애하고 싶지 않았다. 타이틀을 떠나서, 이 일의 특성상 확장가능성이 너무 낮았다. 다른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점점 작업의 규모를 늘려서 회사, 기관 같은 단체로부터 일을 따내기도 하는데, 나는 일의 특성상 입시나 취업을 준비하는 개인으로부터 의뢰를 받는 게 전부였다. (드물게 취업 관련 공공기관에서 강연 제의를 받기도 했으나, 인사 관련 백그라운드 등 앱 밖에서의 경력이 전무해서 섭외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뭔가 이 일을 10년 해도 10년 전이랑 똑-같은걸 계속하고 있을 것 같았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작년에 같이 글쓰기 수업을 들었던 동료분이 책을 내서 독립출판 북페어에 참석한다고 들었다. 난 그때만 해도 독립출판에 큰 관심이 없었고 그저 응원차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책과 창작자분들로부터 많은 영감과 감동을 받았고, ‘누구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책을 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을 들었을 때 쓴 글을 모아서 책자로 만들었었는데, 너무 허접해서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무슨 출판할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었다.)


그게 아마 1월이었을 거고, 이후 신여성 작업실의 작업 모임에 가입해서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서 책을 기획하고 글을 썼다. 물론 컨설팅업도 간간히 병행하긴 했지만, 바뀐 정책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캐시를 쓰지 않으니 의뢰까지 이어지는 빈도가 많이 낮아졌다. 그 일에 대해 여러모로 마음이 조금 뜬 상태기도 했고. 아무튼 그래서 이전에 비해서 많이 적어진 수입에 마음이 좀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책이라는 새로운 작업에서 많은 힘을 얻어서 정진할 수 있었다. 당장 처음부터 모든 원고를 처음 쓰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는데도 무사히 해낸 걸 보면 그러하다.


겸사겸사 인스타툰이라는 것도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쉬었던 그림 작업을 다시 하고 싶었고, 또 인스타그램 특성상 글보다는 그림이라는 시각적인 매체가 사람들을 모으기에 좀 더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책에서 다루는 것과 비슷한 주제로 주 2회 인스타툰을 연재했고, 스토리지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메이커에도 가입해서 매주 어떤 작업을 했는지 성실히 보고했다. 아, 내가 쓰려는 주제와 관련된 책도 도서관에서 많이 빌려서 읽었다.



2분기


4월에는 크게 번아웃이 와서 나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이전에 비해 경제적인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심적으로도, 그리고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글과 그림 작업 모두 아예 놓고… 마땅히 기억에 남는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은 계속 조금씩 읽었고, 대체로 집에 누워서 약 복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었던가. 아, 8주짜리 독립출판 클래스를 들어서 그나마 계속 진도가 나갔었다. 


그래도 5월에는 다시 좀 회복해서 다행이었다. 이런 주기를 십 년 가까이 겪다 보면 어느 시점에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온다는 확신이 생기는데, 올라오는 주기가 돌아온 것이다. 툭툭 털고 일어나서 대체로 책 작업에 매진했다. 5월 말 즈음에 가제본이 나온 걸 보고 꼭 완주해야겠다는 힘이 났고. 6월까지는 원고를 계속 쓰고 고치고, ‘진짜 맘에 드네’와 ‘과연 이걸 출판해도 될까’를 오고 가는 시간을 보냈다.


반면 인스타툰은 점점 연재 빈도가 길어졌다. 돌이켜보면 계속 쓰던 글과 비슷한 주제로 연재하다 보니 아웃풋 없이 인풋 소진만 많아서 그랬다. 그리고 인스타툰 특유의 ‘댓글 소통’ 문화가 생각보다 부담이었다. 많은 만화 계정들이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서로의 계정에 방문해서 꽤나 정성 어린 댓글을, 매 화가 올라올 때마다 남긴다.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마치 품앗이처럼 나도 그들의 계정에 찾아가서 댓글을 생각해 내야 하는 게 쉽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작업에 매진하는 작가들이 나보다 올린 게시물 수가 한참 적은데도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보면서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작가들끼리만 소통하는 가운데 정작 내가 닿고 싶은 독자들은 전혀 만나지 못하는 느낌이었고. 비슷한 이유에서 브런치에 연재하던 일종의 예고편 격 글도 연재를 중단했다.


- 분량 조절 실패로 인해 다음 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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