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을 그만두고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방송통신대 법학과 입학을 알아보던게 생각났다.
그걸 듣는다고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찌감치 적성도 없고 수험공부라는 걸 소화할 수 있는 건강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당장 내일이라도 입학 신청을 할 기세로 자료를 모으고 수강신청 방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이건 민망해서 어디에도 말한 적이 없지만, 다니던 학교 재입학 제도를 알아보기도 했다. (자퇴 원서를 낸 게 아니라 미등록 제적을 당한 거라 가능할 줄 알았다. 근데 아니더라.)
마치 죽도록 안 맞았지만 지긋지긋하게 사랑했던 전 연인을 잊지 못해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하고 머릿속으로 4828261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과 비슷했다.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도 이별을 하는 과정은 다 거기서 거기다. 질척거리기도 하고 사실은 요즘 변호사도 별거 없다고 맘에도 없는 흉을 보기도 하면서 시간도, 미련도 흘려보냈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잊은 것도 모를 정도로 잊혀졌다. 내가 가지 못한 길 위에 서서 새 출발을 하게 된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게 될 정도로.
아 근데 요즘 꽃값이 너무 비싸더라. 내가 변호사였다면 3만 5천원 쯤이야 우스웠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