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_난임, '아직' 함께하는 중입니다

아직, 난임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by 당신의 계절

작년부터 연재해 온 '난임, 함께하는 중입니다'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29화 말미에도 기재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이 브런치글의 결말은 당연히 '임신'으로 끝날 줄 알았다.

다른 브런치글처럼 '어렵고 어찌어찌했지만 난 결국 임신을 했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것이 곧 완벽한 결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 나의 시험관과 난임 여정은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북은 어느새 마무리를 뜻하는 30회 차가 오게 되었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열린 결말'이 되었다.

처음엔 아쉬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지, 난임생활하면서 내 계획대로,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쉬웠나)


한 권의 책으로 나의 난임생활이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내가 원하는 결말까지 '그리 길지 않을 여정'이 남아있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시험관을 하며 달라진 점이 정말 많았다.


먼저, 살이 2023년도에 비해 5kg 정도 빠지게 되었다. 큰 노력은 하지 않았고, 야채위주의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술과 커피를 거의 2년간 마시지 않아서 그런가.. 자연스럽게 내장지방이 빠지게 된 듯하다. 뱃살이 사라졌고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다.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2km씩 총 4km의 달리기를 하고 명상을 통해 차분한 호흡법을 한다.

6월의 요가처럼, 때때로 시술이 겹치지 않게 되면 요가학원을 다니며 몸을 단련하고 수련한다.


시험관을 하던 초기에는 운동과 식습관은 당연하게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는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처음엔 여러 자기 계발 서적과, 심리학적인 말들을 끊임없이 찾아보며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는 때가 있고, 다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순간들이 왔다.


그래서 요새는 이따금 사주를 찾아보기도 한다.

28화에서도 소개했지만, 나의 사주에서는 지난 4년이 어려운 시기였고 올해부터 좋은 기운으로 아이가 들어선다고 나와있다. 사실 사주는 '믿거나 말거나'아니야? '미신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확실하게 '임신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줄 수 없는 이 난임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없다. 그래서 사주라도 믿어보는 것이다.

'사주'를 통해서라도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건데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일종의 '자기 합리화'라고 할 수 있지만 또 이런 합리화의 마음이 있어야 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주에서는 곧 아이가 온다고 하니, 또 기분 좋게 그 이야기를 믿으며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보내고 있다.





2023년부터 난임병원을 다니며, 인공수정 2회를 거쳐 시험관을 시작하였다.

에필로그를 쓰는 현재는 총 인공수정 2회, 난자채취과 신선이식 포함 9회, 동결이식 5회, 총 16회의 난임시술을 거치면서 시험관 진행 중이다.


그 안에서 나는 한 번도 착상이 되지 않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고, 어렵게 얻은 아이를 계류유산으로 보내주었다.

화학적 유산도 꽤 겪었기에 pgt 검사를 진행하여 '통과된 배아'를 기다리며 시간을 흘러 보내기도 하였다.


한 달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엄청난 자괴감은 분노로 바뀌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많았다.

나 자신을 비관하며 어렵게 상담을 진행한 적도 더러 있었다.

주변 친한 친구들의 임신소식과 둘째 소식으로 부러움과 슬픔에 괴로워하는 나날도 많았다.

왜 나만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한 나날들도 꽤 컸다.


우울함, 슬픔, 분노, 억울함, 자괴감,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을 거치고 거쳐 바닥까지 내려가서 겪을 건 다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시험관은 내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고차수가 될수록 주사와 시술은 어렵지 않다.

엄청난 심리적인 아픔과 압박감이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킨다.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물러 터지고 여리고 나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하나하나 브런치에 기록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나 혼자 글을 쓰면서 내 감정을 글로써 분출하고 표현하게 되었고, 하나의 탈출구가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의 글을 공감하여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과 소중한 댓글들에서 잔잔한 위로를 얻기도 하였다.


세 번째 난임병원에서부터 임신까지의 여정을 또 브런치 글로 담아내보려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 자신도 조금 정리를 하고 어느 정도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결말에 다다랐을 때, '이랬었지, 저랬었지' 하며 즐겁게 써 내려가고 싶기도 하다.


다음 브런치 책은 꼭 30화의 한 권 안에 '임신'이라는 해피엔딩이 담기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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