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을 다시 열며, 세 번째 난임병원으로

이곳이 나의 마지막 난임병원이길. 새로운 난임 챕터의 문을 열다.

by 당신의 계절

이미 이전병원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을 만큼 받고 느꼈다.

더 이상 이곳은 나를 제대로 처방해 줄 마음이 없구나. 그럼 내가 찾아 나서야지, 새로운 곳으로


사주를 보고 나니, 더 힘이 났다.

새로운 곳으로 가라는 하나의 신호 같았다.


그래 까짓 거,
병원 한번 다시 옮겨보자


평소 내 성격은 우유부단하다. 추진력이 있는 성격도 아니고, 내 주장을 막 밀고 나가는 성격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임신'관련 '일'만큼은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감이 항상 찾아오는 순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유산을 했을 당시에도 그랬다.

유산하기 며칠 전부터 지속된 출혈에 병원 방문일이 아니었지만 가기로 하였다

남편은 동네 근처 산부인과로 가자고 했었는데, 거리상으로는 그게 맞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 맘 속에는 원래 다니던 '난임병원'으로 꼭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마음을 뒤로하고 토요일이어서 오전진료시간 마감이 급했기에 근처 산부인과로 갔었다. 그때 아이가 심장이 뛰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헐레벌떡 난임병원으로 달려갔었다.

애초에 난임병원으로 일찌감치 갔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전원을 할 때였다.

첫 번째 병원에서 두 번째 병원으로 옮기는 순간에도, 남편과 친정엄마는 모두 우려를 표하였다. 하던 곳에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런 반응이었다.

나보고 전원 하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아 이제 병원을 옮겨야겠다'는 이상한 확신의 마음이 떠올랐고 강하게 전원을 주장했다. 결국 내 의견이 맞았다. 두 번째 병원은 첫 번째 병원보다 훨씬 나았다.

물론 지금은 그 병원도 옮기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내 촉이 발동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내 마음속 또 다른 내가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새롭게 변화하자, 새로운 병원으로 가자.
넌 할 수 있어.


d15e6d622c2b24eb32ec31e9e8d3de13.jpg 출처: 핀터레스트 (@sweeneylauraine)




세 번째 병원으로 전원 하다.



두 개의 메이저 병원을 이미 다 거쳤다. 난임병원하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곳들이다.

더 이상 나는 더 갈 병원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장 크고 좋은 병원일 테니, 여기서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1년 전만 해도….

근데 시험관을 하면서 매 순간 느끼지만 내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번에도 남편과 친정엄마는 반신반의하며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셨다. 전원 하는 것에 대하여.

이미 가장 유명한 메이저 병원에 있기 때문에, 다른 병원은 괜찮을까 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1년 반 넘게 다니면서 느껴지는 변화된 병원에 태도에 더 이상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과감하게 전원을 결정하였다.



여러 병원을 찾아보아서 꽤 유명한 병원들이 몇 개 리스트로 추려졌는데.. 이 병원들 모두 유명 메이저 병원에서 인기 선생님들로 계시다가 따로 나와서 차리신 병원이었다.


그만큼 '배앙기술'과 '손기술' 그리고 '처방'등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작은 규모의 병원인만큼 좀 더 환자 한 명 한 명을 신중하게 맞춤으로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병원이 한 개 있었다. 이상하게 어떤 특정 선생님 한분께 강하게 상담을 받고 싶었다.


이러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다 내 대운이 움직여서겠지?

이 강한 마음을 그냥 넘기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며 전원상담을 신청했고, 남편과 함께 전원서류를 잔뜩 챙겨서 새로운 병원을 방문하였다.


역시나.. 2023년 5월부터 난임병원을 다녔으니 2년 반이 넘은 전원기록지의 양은 무시무시하였다.

잔뜩 서류뭉치를 들고 새로운 병원의 새로운 시스템을 하려니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설레기도 하였다.


전원서류가 너무 양이 방대하여, 나는 전날 미리 집에서 하나하나 라벨링을 하며 보기 쉽게 차수별로 표시를 하였고, 원페이퍼로 나의 시험관 히스토리(?)를 모두 작성하여 마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비장한 마음으로 방문하였다.


선생님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같이 인자하셨다. 내 무수한 서류뭉치를 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 회사 다녀요? 회사 다니고 있어요? 쉬고 있어요?"

"아 저요? 저 oo회사 다닙니다.. 그런데 현재 휴직 중이에요"

"아 그래요? 거기서 일 아주 잘하겠네. 정리를 다해왔네 아주 껄껄껄... 휴직기간 안에 임신이 되야겠고만. "


이러한 말을 시작으로 약 30분간의 긴 상담이 이어졌다.

선생님은 나의 상황을 하나하나 확인하시며, 본인의 pc에 나의 내역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하셨다.


"일단 지금 확인은 해보았고.. 음 무조건적인 pgt가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일단, 좋은 5일 동결배아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합시다. 5일 배아 동결 개수보고 pgt여부는 좀 생각해 봅시다..

첫 번째로는, 다음 생리 시작 2-3일 차에 내원하세요"


아, 이제 끝인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오게 되었다.


9f820ea45b961ab9c6cec22d89e8107a.jpg 출처: 핀터레스트 @庭庭





새로운 문을 다시 열며,

이곳이 나의 마지막 난임병원이길



병원을 나오니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한여름날이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니, 쨍하던 햇살은 길게 늘어져 집에 돌아오는 차 안은 눈부심으로 가득했다.

운전을 하는 남편도, 조수석에 앉은 나도 눈앞의 창은 다 눈부심 그 자체였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 병원 괜찮았지? 여기 다니자"


(남편) "응, 그래 여기 괜찮았어. 상담도 길게 해 주네 거의 30분 정도 해준 거 같네."


(나) "응 맞아. 잘되었어 여기로 다니면 잘될 거야 모든 게"


남편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천천히 우리만의 속도로 가자.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너무 우울해하지도 말고...

아직 아무 결말은 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결국 다 잘될 거니까.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자"


남편의 실루엣이 눈부시게 빛났다. 남편 이야기가 맞았다.

남편은 내가 가장 걱정하고 아픈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지난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단지 결말이 나오지 않았을 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과정이었다.


2023년부터 난임병원을 다니며 인공수정을 넘어, 시험관을 시작한 나는 치열하게 좌절을 하고, 슬픔을 경험하고, 밑바닥을 맞보며, 끝없이 다양한 굴곡을 겪었다.

이제 다 겪을만하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이 찾아왔다.


이제 2년 반이 넘어서 마음이 단단해질 만도 한데, 매번 쉽지 않았다.

2년 반 만에 '난임'은 아직 끝은 나지 않았고, 이렇게 새로운 난임 챕터의 문을 또 열게 되었다.

작년에 두 번째 병원을 전원 할 때만 해도 이곳이 나의 마지막이겠거니 생각하며 문을 열었었다. 그때도 그랬었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문은 다를 것이다'라는 또 한 번의 희망을 품는다.

- 이번에는 다를 거야,

- 이 문을 열면 꼭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거야,

- 새로운 곳에서 꼭 이뤄질 거야 내가 바라던 것들이.

- 지나온 문들도 다 의미 있을 거야. 받아들이고 묵묵히 걸어가자.


희망적인 마음으로 나의 새로운 챕터를 받아들여본다.

이곳이 나의 마지막 난임병원이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크고 무겁지만 멋진 문하나를 또 열게 되었다.
이곳이 나의 마지막 난임병원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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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함께하는 중입니다' 연재를 종료합니다.



이 브런치글을 시작한 작년만 해도, 이브런치북의 결말은 다른 책들처럼 '행복한 임신'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임신을 향해 다가가는 '열린 결말'의 상태로 브런치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에필로그를 통해 남겨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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