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 되는 법』 김성신, 유유, 2025
“김윤정 씨, 이제부터 서평을 한 번 써 보시죠. 제가 언론사에 지면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3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광장시장의 육회 집으로 가 보고 싶다. 그날 내 앞에 마주 앉아 서평을 써 보라고 말하던 반짝이는 그의 눈빛을 다시 한번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날의 그, 김성신 평론가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 서평가 김윤정은 없을지도 모른다.
출판평론가 김성신은 그의 저서 『서평가 되는 법』에서 서평가가 되려면 책을 읽고 서평을 쓴 뒤 자신을 ‘서평가’라고 선언하면 끝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구나 책을 읽고,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서평은 독후감과는 분명 다르다. 서평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의 평(評)이 담겨 있어야 한다. 평은 대상을 분석한 후, 그것을 근거로 자신의 가치관을 논리적으로 정립하고, 그 가치관에 따라 타자를 설득하는 행위까지도 포함한다. 따라서 서평의 핵심은 서평을 쓰는 사람의 고유한 가치관이 그 글에 묻어 있느냐는 것이다.
유려한 문장은 하루아침에도 쓸 수 있지만, 가치관을 담은 글을 쓰는 것은 그렇지 않다. 저자가 담고자 했던 뜻은 무엇이었는지, 그 뜻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는지, 또 얼마나 고독했는지를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것이 독자로서의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나아가 내가 쓴 서평을 읽어줄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씨름하는 일이다. 읽고 쓰면서 시간과 공을 차곡차곡 쌓아야 비로소 가능하다.
“인정받는 전문 서평가로 서평을 쓴 것이 아니라 서평을 쓰면서 마침내 서평가가 되었다.”
저자는 서평은 책을 읽은 누구에게라도 쓸 자격이 주어지므로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고,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평가가 많아지면 책 세계가 넓어지고 튼튼해지기에 책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한 발만 더 나아가 서평을 쓰고 책을 세상에 알리는 서평가가 되어 보자며 ‘서평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4만 권이 넘는 책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이나 출판계에 이바지하고자 서평가 수를 늘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어떤 실마리가 그의 눈에만 섬광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너무 소중해서 고스란히 이루고 싶지만 우리는 때로 간절히 원하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러나 김성신 평론가는 그들의 꿈을 끄집어낸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그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에 날개를 달아준다. 마침내 서평가가 되게 한다.
돌 즈음의 어린아이들이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어른은 저만치 앞서서 자신의 걸음걸이를 보여 주며 빨리 따라오라고 하지 않는다. 바로 눈앞에 마주 서서 손을 잡고 자신은 뒤로 걸으며 아이를 끌어 주거나, 옆에서 키를 낮추어 손을 잡아 준다. 때로는 뒤에서 아이의 옆구리에 손을 넣고 몸을 잡아 주며 아이가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딛기를 도와준다. 한 발 한 발 아이의 속도에 맞추며 기다려준다. 『서평가 되는 법』의 김성신 저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출판에 관계된 사람뿐 아니라 출판과 전혀 무관한 이들까지도 서평가의 길을 걷게 한다. 발을 뗄 때마다 그는 앞에서,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 서평가의 걸음을 응원한다. 기어이 그들의 뒷배가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