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주자적, 누구 곁에 둘 것인가

강원국의 책쓰기수업, 강원국, 한국능률협회미디어, 2025

by 북칼럼니스트 윤정

습하고 무더운 밤에는 까슬거리는 이불이 필요하다. 작년 가을에 빨아서 바삭 말려서 넣어 두었던 여름 이불을 꺼냈다. 바스락거리는 감촉과 더불어 햇볕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 냄새가 좋아서 코를 대고 계속 킁킁거렸다. 이불장의 냄새일까? 아니면 작년 즈음에 사용했던 세제의 향일까? 장을 열어 다른 이불 냄새도 맡아 보았다. 비슷한 향기가 났다.


이불장 안에서 이불이 서로 비슷한 향기를 품게 되는 아주 사소한 이치가 사람에게도 들어맞는다. 근주자적(近朱者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붉은 색을 가까이하면 붉게 물들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게 물든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과 사귀면 착해지고, 악한 사람과 사귀면 악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자신이 삶의 지향을 어디에 두고 살아가는지 단번에 아는 것은 어렵다.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객관적이거나 비판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쉬운 방법이 있다. 눈을 돌려 내 옆에 누가 있는지 보는 것이다. 가까이 있는 이가 어떤 모습인지 보면,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서로 물들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글을 다루는 사람은 유독 물들기 쉽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나브로 물들어버린다. 타자를 향해 항상 마음을 열어 놓고 있기에 그렇다. 문장을 다루는 사람은 입으로만 글을 쓰는 사람 곁에 있을지, 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 곁에 있을지…, 내가 누구 옆에 서 있어야 할지 아니, 내 옆에 누구를 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강원국의 책쓰기 수업』은 글을 쓰고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옆에 두기에 좋은 책이다. 강원국을 내 책상 옆자리로 데려 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연설비서관으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모셨던 그는 대통령의 글과 말을 만지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의 글과 말만을 앞세웠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강원국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 글쓰기의 모든 방법을 보여준다. 그는 10여 년 동안 13권의 책을 내며 꾸준히 그리고 끊임없이 쓰는 사람으로 우뚝 서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여전하게 자신의 쓰기를 증명해 내고 있다.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과 조언을 잊지 않으며 다음 날 또 쓰기 위하여 오늘 멈추는 법과, 욕심나는 지점보다 더 높이 올라가서 나를 내려다보는 방법도 일러준다. 그의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으로 체득한 것이다. 그의 글은 살아 있다.


책 쓰기는 ‘먼저 산 사람의 책무’라고 말하는 그를 통하여 글쓰기와 책 쓰기를 넘어서서 삶을 써 나가는 방식을 배운다. 그는 글쓰기가 이끄는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삶과 씀은 하나이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삶이 있듯, 자기만의 글이 있다. 모든 사람의 삶은 한 편의 작품이다.”



강원국의 책쓰기수업 표지.jpeg 강원국의 책쓰기수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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