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누구의 몫인가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 헤이북스 2025

by 북칼럼니스트 윤정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잉태되는 순간부터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 돈, 밥, 사랑, 햇빛, 옷…, 필요한 모든 것을 망라해 한 단어로 말한다면 바로 ‘돌봄’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을 포함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인 감정과 사회·문화·정치적 제도까지 이 모든 것들이 돌봄의 뿌리이고 가지이고 잎이다.


돌봄이 단지 인간으로서 자립하여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자칫 어린아이들에게만, 또는 병들고 늙은 노인층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이 살면서 사람답게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리고 사는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돌봄은 전 생애에 필요한 권리 중의 하나이며 그 권리는 ‘존엄할 권리’, ‘당연할 권리’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에 따라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의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의무교육의 의무는 교육 대상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상자의 부모는 아동을 취학시킬 의무가 있고, 대상자를 고용하는 자는 대상자가 의무교육을 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안 되는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상자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가져야 할 의무라는 뜻이다. 이제는 돌봄도 의무교육처럼 공공정책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돌봄 경제학과 무기력한 돌봄 정치학, 왜곡된 돌봄 사회학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는 통합 돌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8인의 전문가가 쓴 책이다. 저자들은 ‘지역사회 기반 통합 돌봄’ 모델을 통해 ‘병원·시설 중심’이 아닌 ‘내가 살던 주거 중심’의 삶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요양·보건·의료·주거·생활지원이 결합된 ‘수요자 중심 통합지원’과 지방정부 중심의 돌봄 설계, 공공 돌봄 인프라 확충, 통합 재정체계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케어’ 모델의 구축이 한국 사회에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돌봄은 개인의 일이 아닌 공공의 일로 바라봐야 하며 돌봄을 사적인 고통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재구성할 때 우리는 모두의 존엄한 삶을 향한 길이 열린다.


새 대통령은 영유아 교육·보육비 지원 확대 및 온 동네 초등 돌봄 체계 구축, 간병비 부담 완화와 간호·간병 통합병동 확대 추진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체계 구축 등 온 사회가 다 같이 돌보는 돌봄 기본 사회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의 공약이 그저 선거를 위한 사탕발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공정하고 공평한 약속이었으면 좋겠다. 그의 약속은 그의 몫이다.


우리는 모두 돌봄의 주체이면서 돌봄의 대상자다. 돌봄의 권리와 책임도 우리 모두에게 있다. 책임을 국가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돌봄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돌봄은 그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너의 일이 나의 일이고, 너의 일이 곧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함께 돌봄의 시민정신을 피워 내야 한다. 누군가 끊임없이 그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너’가 먼저 하라고 다그칠 필요도 없다. 그는 그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면 된다. 돌봄의 시작은 바로 나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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