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솔티 Apr 01. 2016

1939년 집시 이야기

우주를 걸치고 다닌 집시들의 넋을 기리며.

1939년 3월
나는 잃을 것이 없어 어디든 갈 수 있으며
걸칠 것이 없어 술 한 잔을 걸치네.

잠이 드는 곳 내 집이 되고, 눈에 띄는 것 나의 식사가 되며 살아왔네.
거리의 행인들은 색이 다양한 옷을 입지만
나는 세상을 입기에 어깨에 우주를 걸친 사람이 되고, 어느 것도 싫어하지 않기에 선량한 목자의 양이 되기도 하네.
양이 된 나는 도시를 걸어 공원을 달리고 비둘기에게 노래를 하기도 하지.

도나우 강을 건너서 착한 사람 되리 욕심 없이 살리라. 도나우 강. 도나우 강을 건너서.

그런 나를 나는 집시라고 생각하지 않네.
나는 나를 집시라고 부르지 않네.
집시라고 부른 적이 없었네.
반달의 둥근 부분이 반대쪽에 있을 때 나를 데려온 사람들도 나를 집시라고 부르지 않네,
그들은 나를 지고이너라고 부르며 가슴에 여기 이 삼각형 뱃지를 달아주었지.


1939년 7월

일을 하지 않는 나는 열등하기에 아이를 낳지 말라 지시 받았습니다. 교화되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지고이너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나를 끌고 가 뱃속의 아이를 죽였습니다. 그 다음날엔 마누쉬의 아이가 죽었습니다. 나는 매일 더러운 얼굴에 눈물이 덕지덕지 붙어 “지고이너 지고이너” 라고 불리며 매를 맞았습니다. 나는 내가 왜 지고이너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직도 떨어지는 별똥별이며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두고 간 알입니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깨끗하게 씻는답니다.
지고이너는 이곳 아우슈비츠에서 샤워를 한 대요.

그런 다음 나는 다시 지고이너가 아닌
아무것도 아니게 될 수 있대요.

처음이자 마지막 나를 적습니다.
나는 내일부터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나는 늙은 양, 조약돌, 독수리의 새끼, 하이에나, 비둘기의 노랫소리

나는 아무것도 아니네. 도나우 강을 건너서 아무것도 아니게 되리라.


1939년 집시의 마지막 일기.



50만 집시(추정)는 나치 정권동안 굶거나 폭행당하여 사망하였고 인종말살정책에 의거하여

가스 샤워를 한 후에나 자유가 될 수 있었다.


1992년 독일 연방정부는 나치에 학살 당한 유럽의 집시 추모 조형뮬 설치를 승인했고,

이스라엘 조각가 ‘다니 카라반’이 이를 작업했다.


둥근 수조 모양의 추모 조형물은 평등을 나타내고 물은 눈물을 상징한다.

가운데 설치 된 삼각형은 강제수용소 수용자들의 옷에 부착되어 있던 식별 표시를 의미한다.

삼각형 위에 놓여있는 꽃은 목숨, 슬픔, 기억을 상징하는 것으로 시들면 교체가 된다고 한다.

조형물은 불규칙한 크기의 수많은 석판으로 둘러 쌓여있으며 몇 개의 석판에는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의 지명이 새겨져 있다.

둥근 수조를 둘러싼 테두리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야윈 얼굴 빛을 잃은 눈 차가운 입술 침묵 찢어진 가슴 숨도 안쉬고 말도 없고 눈물도 없네.


*지고이너는 집시를 비하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맥락에 따라 지고이너, 신티, 로마, 랄레리, 로바라, 마누쉬 등으로 표현됩니다.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몇 글자 적어보았습니다.

히틀러와 나치당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짧은 지식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가차없이 지적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