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대기업 직장인의 글쓰기 여정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첫 시도만에 성공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아,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국어 과목을 좋아했다. 사춘기였는지는 몰라도, 우울함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는 언제나 ‘글쓰기’였다.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으나, 넉넉하지 못한 형편 탓에 학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결국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작가라는 직업은 갖지 못했지만 대기업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매일같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사와 형용사를 최소화한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전하는 글이다. 초안을 작성하고 제출일까지 여러 차례 퇴고를 거쳐 완성한다. 예술가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매번 깔끔하게 다듬어낸 보고서를 나만의 ‘작품’이라 여기며 보람을 느껴왔다.
그런데 점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안에서만 글을 쓰기에는 아깝지 않을까? 글쓰기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언젠가,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온다면? 그래서 브런치 작가가 되자마자 책을 출판하는 상상을 했다. 꿈꾸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방대 출신인 내가 글로벌 대기업에서 일하게 된 것처럼, 고등학교 때 언어 과목에서 3등급을 받던 내가 30대에 작가가 되어 책을 출판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30대가 되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고, 월급을 저축하고, 괜찮은 짝을 만나 결혼과 출산을 하는 전형적인 과정을 밟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세 번째 직장을 마무리하고 네 번째 직장으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으며, 무심코 작성한 에세이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한때 만났던 연인이 물었다. “네가 생각하는 성공은 뭐야?” 안정된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이 성공이라 여겼다. 반면 나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기 계발을 위해 학원에 등록하고,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피부과를 정기적으로 다니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내 대답이 순간은 유치해 보였다.
아이는 투자가 아니다. 생명을 낳는 일은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니며, 아이를 낳는 순간 ‘나’라는 여자보다 ‘엄마’라는 역할이 강조된다. 그러면 취향과 꿈은 멀어진다. 찬란한 30대에 내 꿈을 포기할 수 있을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드러나는 이 행운을 붙잡았는데, 과연 나는 ‘엄마’라는 역할을 같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반대로 생각하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위대한 나이에 직장에 더 몰두하며 본질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결혼과 출산이 와닿지 않는 것은 준비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상대방에게 그만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회는 여전히 노처녀·노총각을 곱게 보지 않지만, 결국 내 인생을 살아내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결혼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30대에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매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주변 친구들은 말한다. “너는 40대가 되어도 그렇게 살 것 같아.” 그렇다면, 30대 안에 내가 쓴 글로 책을 출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매 순간을 즐기고, 살아가며, 성취하는 지금이야말로 황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