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퇴사

네 번째 도전

by 아윤



오늘 퇴사를 했다. 세 번째 직장이었고, 5개월 하고 이틀 근무했다. 사유는 이직이다. 통보 전까지는 이직에 성공했다는 기쁨과 성취감이 컸다. 그러나 퇴사 면담을 하면서 비로소 이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두 번째 직장은 오래 다니고 퇴사해서 지금도 삼삼오오 모이는 회식에 불려 나가지만, 이번 직장은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입사할 때는 오래 다닐 거라 말했는데, 결국 더 좋은 곳으로 떠나게 되어 채용해 준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안기는 것 같아 미안했다. 이직 절차는 길고 까다로웠기에 나는 이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충분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웠으리라.


처음부터 이직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퇴사의 결정은 전 직장과의 끊임없는 비교에서 시작됐다. 분명 더 좋은 조건으로 옮겼는데, 장점은 금세 당연해지고 단점은 크게 다가왔다. 업계마다 같은 업무라도 적용되는 방식이 달라 그 간극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개 이직 사유는 뚜렷하다. 금전적 보상과 커리어 확장. 그러나 돈만 보고 옮기면 허무해지고, 복지와 환경만 보고 옮기면 보상이 아쉽다. 결국 중요한 건 모든 면에서의 업그레이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회사에서 겪은 이런 시행착오들이 네 번째 회사를 향한 발판이 되었다.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졸업 후 처음 연락이 온 대학교 선배였다. 10년 만의 연락은, 같은 과 출신 중 ‘취업 잘한 졸업생‘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바빠 과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대기업에 입사한 뒤 교수님의 추천으로 이름이 전달된 것 같았다.


사람들은 때로는, '친절한 사람'보다 '잘나 보이는'사람에게 더 주목한다. 취업과 이직 준비, 프로젝트 수행으로 사람과 거리를 두며 홀로 버텨 온 시간이 많았다.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를 만날 것인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고민하며 선택하는 시점에 와 있다.


퇴사 소식은 가까운 이들에게만 직접 전했다. 생일날 야근하던 내게 영양제를 선물했던 후배는 "저녁을 사고 싶다"며 약속을 잡았다. 결제하려던 나를 제치고 먼저 계산한 그녀에게 “다음엔 더 비싼 거 사 줄게요”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교육을 함께 들었던 대리, 떡볶이를 함께 시켜 먹던 먹던 주임도 “나중에 꼭 저녁 먹자”며 말을 건넸다. 직장에서의 5개월은 길지 않은 시간이다. 웃을 여유조차 없던 날들이었지만, 막상 떠나려 하니 눈물이 날 만큼 정이 들었다는 게 신기하다.


정말 나중에 다시 만나 저녁을 먹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짧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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