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며칠 전 자던 사이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는데, 다시 보니 아는 번호였다. 끝자리가 그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던 번호였는데, 겨우 잊었는데, 보자마자 떠올랐다.
그와 처음 만난 것은 재작년 여름이었다. 직장을 옮긴 지 몇 달 되지 않아, 일주일의 여름휴가를 받았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터라 친구의 제안으로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세 살 연상의 IT업종에서 근무하는 밝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일주일 동안 세 번을 만났으니, 서로 첫눈에 반했던 셈이다. 늦게까지 함께 있고 싶어, 무더운 여름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손을 잡고 산책했던 그 여름을 잊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데이트할 땐 평양냉면, 메밀국수 같은 시원한 음식을 먹었다. 그래서일까, 8월이 올 때마다 생각난다. 무더운 여름에 태어난 나는, 그를 만난 걸 생일 선물이라 생각했다.
함께 있으면 미칠 것 같을 만큼 강렬했지만, 의견이 다를 때마다 불같이 다퉈 감정 소모가 컸다. 만날수록 내가 망가지는 것처럼 느껴져, 결국 관계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자던 사이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다시 보니 그의 번호였다. 자고 있던 터라 받지 못했지만, 무슨 이유로 전화를 했는지 궁금했지만, 다시 연락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때 일까. 무더운 여름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열정을 잊을 수 없다. 아마도 그보다, 그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휴가와 젊음, 사랑과 청춘. 이 모든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여름이다. 그리고 그 여름의 빛은, 가장 빛나던 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