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간조각을 오려 붙여
글을 써야 한다. 매일 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간다. 언제부터였을까.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이후부터다. 예전엔 다이어리나 블로그에 감정을 쏟아내듯 글을 남겼다. 그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토로였다. 그러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면서, ‘글’이 내게 또 다른 가능성의 기회를 보여주었다. 한 줄기 빛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빛이 희미해질까 봐, 기회를 놓칠까 봐 불안하다. 쉬는 날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쉬지 못하는 마음이다.
새로움에 중독되어 이직을 했다. 새로운 공간, 사람, 방식—모든 새로움이 주는 희열이 좋다. 이직한 직장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2025년의 여름을 보내는 글을 쓰려고 생각만 하다 보니, 가을이 와버렸다. 제목은 아이유의 노래에서 따와 ‘바이, 썸머’로 정해두었는데 결국 시기를 놓쳤다. 추석이 되어서야 겨우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꼭 글 한 편을 쓰리라—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성장에 미쳐 있었다.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닥치는 대로 했다. 매일 정신없이 살았다. 하루라도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없었다. 조금은 쉬고 싶은데, 쉬지 못했다. 계속 올라가려 애쓰지만 잠깐 멈추고 싶기도 했다. 순간의 성취에 대한 행복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쓴다. 한가해졌을 때 와서 그때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끼고 가려고, 감정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작년 여름휴가 때 치앙마이로 7박 9일 여행을 갔었다. 호텔 수영장에서 정신없이 수영하던 그때를 밤마다 그리워했다. 수영 직후 물속에 잠긴 듯 머리가 멍한 상태가 좋았다. 비 오는 날 마시는 라테, 우산 없이 맞는 빗방울이 주는 자유로움이 그리웠다. 그래서 이번에 이직이 결정되자,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나라, 베트남에 가기 위해 항공권을 결제했다.
베트남에서는 매일 ‘그랩'으로 바이크를 불러 뒷자리에 타고 다녔다. 한국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하면 안 되는 일을 할 때 느껴지는 일탈감에 중독된다. 치앙마이 때처럼, 한국에서 수영복을 미리 꺼내두었지만 깜빡하고 캐리어에 넣지 않아,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쇼핑센터에서 빨간 수영복을 샀다. 빨간색이 주는 상징적 강렬함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도 비가 왔지만, 이 순간을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까. 빗속에서도 수영을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또 이 순간을 그리워하겠지. 오지도 않은 그리움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파, 베트남에서의 기억을 글로 남긴다. 그리울 때 다시 읽으러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