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을 이겨내는 합리적 사치
가상자산 단타를 하고 있다. 거래소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요즘 삶이 너무 지루하다. 그래도 장이 좋아서 매번 몇만 원씩 수익을 낸다. 벌어서 하는 일이라고는 신상 립스틱을 사거나, 지인 생일 선물을 챙기거나, 만났을 때 커피 한 잔 사는 정도다. 여유가 생기면 주변에 나누고 싶으니,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립스틱을 사는 이유는 단순히 기분 전환이다. 집에는 반도 쓰지 못한 채 사용기한이 임박한 명품 립스틱들이 쌓여 있다. 새로 산 컬러가 이미 갖고 있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새 립스틱을 바르면 그 순간만큼은 조금 괜찮아진다.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고 홀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운동은 이미 주 2~3회 하고 있으니 논외다. 이 정도 지출로 마음이 풀린다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이직했을 때도 2~3개월 동안은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새 환경에서 능력을 평가받는다는 생각에, 동료들과 편히 어울리기도 어려웠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대인관계를 유지했다. 작은 질문 하나도 미리 찾아보고, 모르겠을 때는 질문을 위한 질문까지 준비해 말을 꺼냈다. 어쩌면 나를 외롭게 만드는 건 결국 ‘나 자신’ 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항상 이런 식으로 인정받아왔으니까.
집에는 쓰지 않는 물건이 쌓여 있다. 버리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멀쩡한 물건이지만 1~2년만 지나도 취향이 바뀌어 손이 가지 않는다. 기분 전환을 위해 물건을 사지만, 30대가 되니 약속이 생기면 그중 가장 좋은 물건으로 나를 치장하게 된다. 그래도, 이 우울함을 이겨낼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시간만이 해결해 주는 법이다. 이렇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사행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보험 관련 자격증을 공부할 때, ‘보험상품도 사행성이 있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다. 그래서 가상자산은 소액으로, 잃어도 큰 타격 없는 선에서만 투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 지루하니까.
이 무미건조한 생활을 이겨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가상화폐로 번 수익으로 립스틱을 산다. 이번 달에만 세 개를 샀다. 립스틱 세 개가 대수일까. 남들이 보기에 잘 지내면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