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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Oct 28. 2020

육아휴직 1년차, 난 무엇을 하고 있나?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고 겨우 겨우 일어난다. 몇 달째 내 아침의 시작은 똑같다.


아기가 운다. 놀라서 일어난다. 분유를 탄다.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확인한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아기 침대에서 몇 분 같이 뒹굴뒹굴한다. 그리고 안아서 데리고 거실로 나와서 놀아준다. 보통 새벽 6시쯤 일상이 시작된다.


그리고 내 하루는 너로 시작해서 너로 끝난다. 내 하루는 너로 온전히 채워진다. 내 하루에 나는 없다. 너가 낮잠을 자는 시간 빼곤 내 하루인데 나는 어디로 갔는지 없다. 그래서 가끔은 울고 싶어진다. 


육아 휴직을 하고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온전히 내 힘으로, 내 사랑으로 키우고 싶다고 임신할 때부터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를 하루종일 보살피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게 이렇게나 고단하고 힘든일인지 잘 몰랐다. 사람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을법한 모든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는다.


편하게 화장실 볼일도 보고 밥도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먹고 싶다. 가끔은 콧바람도 쐬고 싶다. 가까운 공원에 산책이라도 가고 싶다. 예쁘게 화장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여유있게 수다도 떨고 싶다. 가끔은 서점에 가서 책도 읽고 싶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싶다. 커피 한잔하면서 브런치에 글도 쓰고 싶다. 나도 하고 싶은게 아직 많은데...


육아 휴직 1년차. 나를 갈아서 너를 키운다. 아이는 저절로 크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온전한 내 시간을 너를 위해서 쓴다. 누군가는 육아 체질이라고, 아기가 방긋방긋 웃는 모습만 봐도 그 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이 녹는다는데.. 나는 아직 부족한 엄마인가. 왜 내가 못하고 포기한 것들이 계속 눈에 밟히는가.


이건 정말 오롯이 내 개인의 마음 문제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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