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 Aug 04. 2024

가벼운 여행의 기술

해외여행 갈 때 캐리어 2개는 기본인 당신에게

여행은 가벼울수록 좋다. 짐이 가벼울수록 마음 또한 가볍다.

구독하는 유튜브 영상이 떴는데 캐리어 없이 2박 5일 해외여행 가는 콘텐츠였다.

그날 바로 항공편을 조회하여 가격과 거리가 적당한 여행지를 예약하였다. 미니멀 유목민답게 그분은

캐리어도 없이 홍콩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콘텐츠를 보는데 문득 나의 첫 해외여행이 떠올랐다.

대학교 3학년이었을 때 졸업여행을 떠났다. 4학년 때는 공부하느라 바쁘니 졸업여행도 미리미리 갔다 오자는 거였다. 생애 여행지는 일본 후쿠오카였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었고 다들 해외여행이라 들떴었다.

지독한 뱃멀미를 경험하고 다음번엔 반드시 비행기를 타고 가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일본 여행을 시작했었다.  그때 일정이 2박 3일이었던가, 3박 4일인가 그랬다.

그때 나는 캐리어도 없었고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던 터라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몰랐다.

지금 생각해 봐도 단순한 짐 싸기였는데 검은색 백팩에 여행동안 입을 몇 가지랑 속옷, 세안도구, 핸드폰 충전기 등만 챙긴 매우 간편한 짐이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짐 싸기였다.

그땐 다들 캐리어 하나쯤은 끌고 가야 멋있을 때였는데 난 달랑 배낭 하나 들고 떠났는데 여행의 가벼움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 기간 내내 딱히 불편도 없었고 손이 자유로워서 좋았다.

그때는 여행에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무엇을 꼭 보겠다는 마음이 없다 보니 온전히 시간을 즐길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기억나는 여행은 한 달간 떠났던 호주로의 여행이었다. 연수 차 떠났던 호주에서의 여행은 무려 한 달이라는 기간이었다. 그때 아마 캐리어를 두 개를 끌고 갔다. 신발부터 구두, 운동화, 슬리퍼 등 종류별로 챙기고 때는 호주에서 유명한 어그 부츠까지 신고 왔다는... 그렇게 짐을 이고 지고 호주에서의 한 달을 보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사진 속 나는 다양한 옷을 챙겨갔지만 하나의 원피스를 자주 입고 있었다. 편안한 면 원피스였다. 호주에서 한 달을 지내면서 샴푸에서 린스까지 싸 들고 간 걸 보면 어지간했던 거 같다.

여행 중 숙소를 옮길 일이 있어서 짐을 다시 쌀 일이 있었다. 다시 그 많은 물건을 캐리어 두 개에 욱여넣고 너무 무거워서 내리막길에서는 캐리어 무게에 내가 끌려 다닐 정도였다. 혹시나 필요할지도 몰라하면서 챙겨간 것들이 너무 많았던 여행이었다. 나중엔 쇼핑까지 해서 2개의 캐리어가 터져 나가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내 짐까지 넣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그때 짐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리고 기억 남는 여행은 작년 제주도에서의 여행이었다. 아이와 함께 떠난 여름 여행이었기에 물놀이 용품과

여름이니 땀을 많이 흘리면 갈아입을 옷, 신발 등등을 챙기다 보니 캐리어 2개에 남편의 백팩까지 짐이 꽤 많았다. 항공편을 예약하는데 위탁수하물이 없는 경우 더 저렴하게 항공권을 끊을 수 있었는데 우리 가족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렇게 이고 지고 짐을 싣고 가는데 숙소에는 세탁방이 있었고 생각보다 적은 옷을 챙겨 와도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날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위탁 수하물을 찾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래전에 알게 된 언니였다. 언니가 아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오면서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었다. 이런 인연이 있나 하면서 신기해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언니가 간다며 손을 흔드는데 언니는 위탁수하물이 없었다. 태양에 까맣게 그을린 언니의 얼굴이 그렇게 가벼워 보일 수 없었다. 달랑 백팩 하나로 아이와 제주도에서 여행을 했단 거였다. 아이가 있어서 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난 언니의 모습을 보며 많이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함께여도 저렇게 가볍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구나!! 느꼈다.


여행에서 우리가 챙기는 짐은 무엇일까? 난 옷과 신발을 많이 챙겨갔던 거 같다. 사진에 예쁘게 남기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런데 여행은 새로운 걸 경험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가벼워진 마음을 얻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여행지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웬만큼 필요한 건 다 얻을 수 있다. 불안과 염려를 가지고 여행지로 간다면 당연히 짐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의 평안과 쉼을 위한 여행이라면 양손과 어깨가 가벼워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것과 싸들고 가는 건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연결된다. 나는 모든 잡다한 걸 내려놓고 정말 필요한 것만 추려서 떠나는 가벼운 여행을 지향한다.

 

작가의 이전글 다이소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