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일기

눈 뜨고 꾸는 꿈

by 유어달란트



어렸을 나이 작은 방에 웅크려 잠 못 드는 시간이 많았어요. 작은 몸을 눕혀 잠들기엔 충분했으나 마음이 움츠러들기에 몸도 따라 움츠렸어요. 희희 뛰어놀며 락락 웃고 마음껏 꿈이란 건 뭘까 하며 상상하고 춤추고 싶었지만 지금처럼 답답하고 더운 날씨만큼 우리 동네, 우리 집, 창문 하나 없는 방 한구석은 너무나 작고 더웠습니다. 더군다나 어릴 적 제 키는 너무 작아 ‘숨 막혀요’라는 제 이야길 들어줬으면 하는 사람들의 키는 귀가 보이질 않을 만큼 너무 크고 멀리 있어 제 목소리는 가끔 아플 때 울음소리만 들렸나 봅니다. 작은 방에 혼자 보낸 시간이 늘어날수록 상상과 몽상으로 가득했어요. 작은방의 어딘가에 구멍을 만들고 색을 넣었어요.
방 절반보다 큰 장롱문을 열어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 숲, 사막, 들판 등으로 놀러 다녔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장롱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즐거워질수록 또래 아이들과는 멀어졌지만, 계절이 다른 어떤 곳이든 갈 수 있었기에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위로를 받고 알 수 없는 미래보단 행복’ 이라는 꿈을 좇아 살아왔어요.
이제는 제 몸보다 큰 장롱은 필요 없어요. 가끔 바람에 사각거리며 춤추는 풀잎을 볼 수 있는 손바닥 두 뼘 정도 되는 창만 있다면 어디든 볼 수 있고 갈 수 있는 지금 저는 행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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