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궤도 4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타.각.타.각.
주말에 해야지, 하고 미루고 미룬 회사 일을 부여잡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자니 문득 어릴 적 처음 접했던 타자기가 생각난다.
톡.톡.
눈에 보이는 그대로 활자를 움직여 종이 위에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찍어내 글자와 문장을 조합해 내던 모습이 참 직관적이고 간결해서 좋았다.
자꾸만 회피하고 싶은 일을 그나마 이어나가게 해주는 건 바로 이 자판 소리다.
선도 없는 키보드 자판을 누르면 어떻게 화면으로 연결되어 글자가 써지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물리적 감각과 토독이는 소리가 어찌 되었던 내가 '무언가'를 치고 있다는 묘한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소리가 문득 기분이 좋아서, 하던 일을 작업표시줄 아래로 내려두고 감상을 글로 남기는 나는, 오늘도 일을 다하고 자기는 글렀다.
한 두어 시간 더 나를 괴롭히다가 '그래도 내가 오늘 놀진 않았잖아~'하는 자기위안(또는 고문)을 한 뒤 결국 진짜 마감을 내일로 미루고 잠이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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