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의궤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 Mar 01. 2021

네일:D

글의궤도 5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가게 이름은 네일디다. 네일:D

가게 이름을 참 귀엽게 지으신 것 같다는 생각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특별할 것 없는 동네에 어느날 네일샵이 하나 들어왔다. 1인 네일샵. 젊은 언니 한 분이 운영하신다. 


가게는 작고 포근했다. 언니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딱 수다스러웠고, 무엇보다 네일이 예뻤다.


흔히 어느 가게에 단골이 되면 가게 주인이 알아보는 게 부담스러워지는데, 네일디 언니는 친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은 선을 지키는 능력이 있었다. 젤네일 특성상 한 달에 한 번은 가야 하니 가끔 텀이 있었어도 매달 언니를 만나다 보니 이제는 대화 중간의 침묵도 자연스럽다. 지금까지 우리는 참 많이도 얘기했다. 언니의 연애 이야기, 결혼 이야기, 나의 연애 이야기, 가족 이야기, 직장 이야기, 동네 이런저런 이야기, 최근의 가십과 이슈 등등.


그냥 랜덤하게 만난 사람이랑 "편안하게" 대화하기 참 어려운데, 가게 주인으로서(?) 언니가 좀 더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제는 네일 때문에 가는 건지, 언니가 좋아서 가는 건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분명한 건 이사를 멀리 가더라도 네일을 받으러는 계속 네일디에 올 것 같다는 것. 평소에 기분전환으로 일 년에 한 두 번씩만 받던 젤네일을 손톱 건강이 걱정되도록 연달아 받게 된 것도 언니의 가게가 좋았기 때문이며, 언니랑 대화하는 그 시간도 편안하고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네일:D가 생긴 뒤로 내 손톱은 쉴 날 없이 화려하다.   


[관객의취향_취향의모임_글의궤도_이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한강 야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