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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by 유시모어

2025년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미국 증시는 3개월도 안 되는 빠른 기간에 고점 대비 20%가 넘게 폭락했다.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심지어 의식적으로 낙관론을 연습하는 사람들과 필자조차도) '본능적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을 걱정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민간 소비에서 30%를 차지하는 미국인들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경기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걱정했던 것이다. 당시 투자자들 중에서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도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들 대부분은 주식을 싸게 살 기회를 놓쳤다. 주식시장에서뿐만이 아니라, 투자의 세계에서 '기회'란 불확실할 때 잡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가 사람들은 종종 악재가 나타날 때 '기회가 왔다'라고 말하면서도,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부터 이들의 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이들이 신봉하는 투자의 논리로 반박해 보겠다. 증권가 사람들은 '할인율'이라는 것을 사용해 기업의 적정 주가를 산정한다. 이들은 기업의 미래 가치에 '할인'을 적용해 적정 가격을 산정한다. 쉽게 말해, A기업의 미래 가치가 20만 원인데 지금 당장에 똑같이 20만 원에 살 수 없으니 '싸게 깎아줘'라고 생각하며 할인을 적용하고, 할인을 적용한 가격이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악재가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할인율이 커진다. 악재가 나타났기에 어찌 될지 모르니까 제 값에 주고는 못 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악재가 나타났을 때에는 내가 사려면 '할인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적정 가격을 낮춘다. 그리고 이들의 논리대로 '경기 침체'를 걱정하게 만드는 악재가 나타났을 때, '할인율'이 커지며 주식의 적정 가격이 상당히 낮아지고 주식시장이 폭락한다.


이러한 할인율의 개념을 염두에 둘 때, 미국 증시의 폭락장에서 증권가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모순적인 점이 존재한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은 '할인율'이 커졌을 때 만들어지는 것인데,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면' '할인율'이 다시 낮아져서 다시 비싸졌을 때 사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폭락장에서 주식을 싸게 사고 싶어 하면서도,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싸게 사고 싶지만, 비싸졌을 때 사고 싶어'와 같은 모순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이들이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지만,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자'라고 말하는 심정을 이해한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훌륭한 두뇌가 알고 있을지라도, 사자고 하는 순간 업계에서 외톨이가 되고, 설령 그러한 판단이 틀리기라도 하면 생계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생계는 독자 여러분들의 투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은 증권가 사람들이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는 것을 철저하게 무시해야 한다. 그것은 '비싸졌을 때 사자'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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