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의 금리는 경기 침체를 예고할 수 있을까? 채권 금리와 관련해서 많은 금융 전문가들이 살펴보는 지표가 있다. 바로 장단기 금리 역전 지표이다. 장기 채권의 금리 (10년 만기인 채권의 금리)가 단기 채권의 금리(2년 만기인 채권의 금리) 보다 낮아지면 이후에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자칭) 금리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단언한다. 오늘날 채권 시장에서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지 않는다.
금리 전문가들이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사용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배경이 있다. 바로, 역사적으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이후에 여지없이 미국의 경기가 침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이제 더 이상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2019년과 2022년에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들이 이후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두 사례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2019년에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이 2020년 코로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고 어물쩍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경기 침체는 엄연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만들어진 침체이다. 채권 시장의 금리가 바이러스의 발생을 예고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된다.
이처럼,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사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은행은 단기 채권의 금리로 예금을 조달해서, 장기 채권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데,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예대 마진이 마이너스가 되어서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고 결과적으로 '돈맥 경화'가 일어나서 경기가 침체한다" 그러나 나는 이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은행이 정말 장기 채권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가? 은행(제1금융권)이 어떤 곳인가? 죽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는 집단이다.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절실하거나 혹은 대출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은행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안 하려고 하기에 은행은 손해 볼 것 같으면 그만큼 대출 금리를 높인다. 결과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은행의 대출을 틀어막지 않는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가 아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채권 시장에서 조만간 기준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 몇 년간 기준금리가 4%였는데, 이것이 적어도 2년 뒤부터는 계속해서 내려가서 장기적으로 1% 수준이 될 것 같다고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2년물 채권의 금리보다 10년물 채권의 금리가 낮은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채권 시장의 생각대로 기준 금리가 조만간 내려가더라도 ,이것은 앞전의 글에서 필자가 말했듯이,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가 아니다. 연준은 경기가 침체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내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기준 금리를 내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