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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가 높아서 미국 증시가 부진할 것이다?

by 유시모어

미국 증시는 다른 어느 나라의 증시보다도 PER가 높다. S&P500의 PER는 2025년 8월을 기준으로 30배에 달한다. 그리고 주식투자에 대한 지식들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PER가 30인 미국 증시에 진입하는 것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PER :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 미국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을 미국 증시 전체의 당기순이익으로 나누면 미국 증시의 PER가 된다) 그러나 필자는 두 번 세 번 단언한다. 미국 증시에서만큼은 PER가 높다는 것이 장기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암시하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이 PER가 높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개별종목 투자에 있어서 '평균적으로' 높은 PER를 갖고 있었던 종목들의 성과가 낮은 PER를 갖고 있었던 종목들의 성과에 비해 장기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평균적으로'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그랬다는 말이지, 그것은 투자자가 투자하고 있는 개별주의 장기적 성과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평균적으로' PER가 높았던 종목들의 성과가 장기적으로 부진했던 이유는 대부분의 산업에 사이클이 있다는 것에 있다. 산업이 상승 사이클을 타고 있을 때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PER는 주가 상승에 따라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산업이 하락 사이클을 타고 있을 때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PER는 주가 하락에 따라 낮아질 수밖에 없다. PER가 높아서 장기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낸다는 것의 배경에는 '산업의 상승 하락 사이클'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증시를 상당한 비중으로 구성하는 종목은 '기술 혁신'기업들이며, '기술 혁신 기업'들이 창출한 새로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기에 산업의 상승 하락 사이클을 좀처럼 타지 않는다. 산업의 상승 하락 사이클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 혁신 기업이 창출한 시장은 '포화 상태'가 아니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태'이기에 미국 증시를 구성하는 기술 혁신 기업의 PER가 높다는 것만으로는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가 부진할 것임을 암시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


그러나 PER를 좀 더 깊게 신봉하는 사람들은 첫 번째 이유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PER를 뒤집으면 장기 채권의 이자처럼 볼 수 있는데, PER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자율이 낮은 것이기에 장기적인 성과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우선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는 독자 여러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서 좀 더 풀어서 설명해 보겠다. PER는 시가총액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가총액은 기업의 가격을 의미하고, 당기순이익은 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 즉 '이자'처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PER가 10이라면, 기업의 가격이 10인데 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이 1인 것이므로 이것을 뒤집어서 10%(0.1=1/10)의 이자율처럼 볼 수 있게 된다. PER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 '이자'가 낮아지는 것이기에 장기적인 성과가 부진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PER를 뒤집어서 이자율 보듯이 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망상'에 빠져있다. 채권이라면 발행시점에 '이자가 얼마큼 지급되는지에 대한 액수'가 정해져 있지만, 기업의 이윤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이윤이야말로 복잡계 세상의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복잡계의 절정 그 자체이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 현재의 기업의 이익이 가격에 비해 작다고 해서(PER가 높다고 해서) 그것이 해당 종목의 장기적인 성과가 부진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이유


두 번째 이유에서도 만족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에게 많은 영향을 줬던 벤저민 그레이엄을 언급한다. 그러나 벤저민 그레이엄이 왜 저 PER주를 강조했는지에 대한 배경은 알지 못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대공황으로 이어진 1920년대 버블 당시에 고 PER주에 투자했다가 버블이 붕괴되면서 손실을 입었으며 이후 저 PER주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벤저민 그레이엄이 손해를 본 것은 버블이 붕괴되었기 때문이지 고 PER주에 투자해서가 아니다.


결정적으로 벤저민 그레이엄과 가치투자자는 주식투자가 기업의 비즈니스를 사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철학대로라면 기업의 비즈니스의 가치는 '기업의 이윤 창출력' 즉 기업의 이익에서 나온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기만 하면, 기업의 비즈니스의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기에 주가도 이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 PER주라도 앞으로 기업의 이익이 계속해서 증가하기만 하면 주가는 상승하는 것이 아닌가? 고 PER주를 피하면서도 주식투자가 기업의 비즈니스를 사는 것이라고 믿는 가치투자자들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모순점에 도달한다.



결론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고정되어있지 않은 기업의 이익 변동이다. 기업의 이익이 변동하면서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가치가 변하며, 이에 따라 주가도 움직인다. 따라서 높은 PER는 개별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가 부진할 것임을 말해주지 않는다. 설령 높은 PER가 개별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가 부진할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술 혁신' 기업들 위주로 모여있는 미국 증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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