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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희 Jan 06. 2024

공인회계사가 왜 코치가 되려고 하세요?

코치로 성장하는 회계사의 성장일기

나는 회계사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회계사다.

때문에 회계사가 아닌 상태로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디 가나 명함을 건네면, "아 ~ 회계사시군요~"라는 말로 어느 정도 나에 대한 프레임이 결정된다.

직장을 다닐 때 "과장님" 또는 "차장님"인 적도 있었지만, 결국엔 회계사라는 후속 설명이 이어진다.

회계사들끼리는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김샘~", "김선생님". .처음엔 어색했는데, 딱히 다르게 부를 호칭도 없는 것 같다. 서로 회계사님 회계사님 하는 것도 조금 우스울 것 같다.

변호사들끼리는 "김변~", 하고 줄여 부르는 것 같던데, "김회~"는 어색하다.


그러다 최근에 새로운 호칭이 생겼다. 바로 "코치님"이란 호칭이다.

참으로 정겹다.

감사(Audit)를 나갔을 때 고객회사의 임원분들이나 직원들이 "회계사님"하고 부를 때 느낄 수 없는 느낌이다. 감사(Audit)를 하면 기본적을 지적사항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감사받는 사람 입장에서 어려운 사람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코치는 다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호칭을 부르는 소리에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코치라는 "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0년도 되지 않았다.

40이 가까운 나이에 대학원에 들어갔다.

사람들의 변화에 대해 연구한 논문에서 코칭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이전에 이미 나는 코칭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어느 추운 날 지하철을 타고 5호선 청구역 근처 회의실로 갔다. 내 또래의 여성들이 회의실 가득 모여 앉아있었다. 그리고 조금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여성분(아마도 지금의 내 나이 정도의 여성이었을 듯)이 선생님처럼 모임을 리드했다. 그 자리는 부모들을 위한 코칭교육 현장이었다.


나는 부모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배우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성격이다.

(최근 갤럽 강점검사에서 "배움"테마가 상위권에 나온 것은 너무 당연해 보였다)

누가 추천하는 건 아주 싫지 않으면 다 해보는 성향이다. 

아주 싫어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날도 친한 후배의 권유로 어느 평일 오후 친구와 같이 그곳에 갔다. 10여 명의 엄마들이 있었고, 마음씨 좋아 보이시는 선생님(코치님이셨을 듯. KAC? KPC? 그때는 이런 인증 자체를 몰랐었기 때문에 그냥 상담하시는 선생님 정도로 인식했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서인지, 당시 들을 준비가 안 되서인지 내용에서 큰 기억은 없고 "부모코칭"이란 단어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코칭의 위력과 매력을 느낀 것은 논문을 쓰기 위해 코칭 교육을 받을 때였다.

이론만 들을 때는 알 수 없었는데, 실습을 할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를 느꼈다.

내가 스스로 느끼는 변화뿐 아니라, 코칭을 통해 타인이 변화하고 감동하는 모습도 직접 보았다.

한 번은 학생들이 누군가를 코칭해야 하는 연습시간이었다. 코치 선생님이 갑자기 그 교육 센터 복도를 청소하던 아르바이트생을 피코치(고객)로 영입해 왔다.

교육생 중에서 이미 코칭 경험이 많으신 분이 코치 역할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처음엔 이 분들이 나에게 왜 이런 걸 물어보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하며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떤 시험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사무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시험에 붙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 공부를 하는 것이 시간 낭비는 아닐지 불안해했다.

코치님이 피코치를 일으켜 세우고 교실 안을 한 바퀴 돌아 자리에 앉혔다.

그 한 바퀴는 피코치가 미래의 원하는 모습을 달성한 시간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다른 코칭교육에서 배운 NLP기법이라고 하셨다)

다시 자리에 앉아 코치님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당신이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당신에게 뭐라고 해 주고 싶나요?"

그 아르바이트생은 스스로 격려하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코칭 시연 때 받은 이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코칭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고 용기를 주는지 늘 상기시켜 주는 기억이다.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코칭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코치들의 히스토리를 정리하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코칭을 널리 알린 토머스레너드는 재무상담사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돈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문제를 풀어나갈 때 코칭은 아주 유용한 도구인 것이다. 

내가 박사논문에서 많이 인용한 책의 저자인 조지킨더는 재무설계를 위해서 코칭을 한다

조지킨더는 인증받은 코치는 아니지만 그분이 하는 질문은 모두 코칭적 질문이며, 경청을 중시한다.

나는 조지킨더를 나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을 전공하려 했고, 나는 수학을 전공했다.

그는 계속 전공을 바꾸었는데, 나도 수학 전공 후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회계사로 사람들의 절세 컨설팅을 했다. 나도 같은 일을 한다.

그는 CFP다. 나도 CFP(주1)다.

다른 점도 있다. 조지킨더는 원래 영성을 공부하고자 했다. 

그는 문학과 불교를 공부했다. 명상지도사이기도 하다.

회계사가 된 것은 생계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결국 누군가의 변화를 돕기 위해서, 그리고 그 분야가 재무인 경우에도 "코칭"은 매우 유용하다.

이는 내가 박사논문으로 입증하기도 했지만, 

이미 조지킨더와 같은 사람들에 의해 실제 현장에서 입증되었다고 봐야 한다.


코칭을 알고 나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내 삶 자체도 코칭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졌다.

코치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중 하나가 스스로의 행복이다.

어떤 직업을 잘하기 위해서 스스로 행복해져야 하는 전제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다른 모든 일도 행복한 사람이 더 잘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코치들은 조금 더 명시적으로 이를 요구받는다. 


내가 크리스천의 교리 중에 "항상 기뻐하라"라는 명령어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회계사에게는 늘 "도덕성", "전문성", "책임감"만 요구한다. 

아무도 회계사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나는 나머지 인생은 멋진 코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결심했다.

100세 인생이라면 나는 딱 중간 지점에 서 있다.

그 중간 지점에서 나는 "코칭하는 회계사"로 나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회계사들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에 대한 유혹도 받는다.

하지만, 회계사 출신 전문코치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갈 설렘이 더 크다.


언젠가는 재무에 능통한 "라이프 코치"로 유명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분, 원래 회계사래~"

그날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설계한다.




(주1)CFP란? "1969년 12월 시카고에서 업계종사자들이 모여 IAFP(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Financial Planning)와 그 교육기관인 재무설계대학(The College for Financial Planning)을 설립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들은 수년 동안 재무설계업무를 해오면서 축적해온 전문지식들을 교육으로 체계화하여 재무설계대학에서 제공하였으며, 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재무설계사 즉 파이낸셜플래너라는 호칭을 수여하였습니다. 또한 이 대학은 CFP (Certified Financial Planner) 표장을 미국 특허청에 등록하고 대학이 제시한 요건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이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인가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오늘날과 같은 재무설계사라는 전문직업이 정립되었습니다.(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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