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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Dec 22. 2017

공감 부재의 시대

'현상'이 아닌 '본질'을 좇아야 한다.

@TV데일리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명 아이돌 샤이니 종현 군이 세상을 떠나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종현 군은 최근 개인 콘서트도 성황리에 마친 데다 내년에는 그룹 샤이니의 완전체 복귀도 예정되어 있었으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예능에 출연하여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돈도, 명예도 전부 가져 아쉬울 것 하나 없어 보였던 그가 이토록 빨리 세상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한 것일까? 그가 주위에 남긴 '메시지'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우리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결코 흘려 들어선 안 된다.

한 청년의 고독 속에 현상만을 좇는 우리 사회 전체의 분위기와 흐름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SBS / 우울증 진료 환자 수


날이 갈수록 우울증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세상이 살기 어렵고 각박해졌다는 뜻이다. 끝없는 경쟁 속에 놓인 탓에 찾아오는 '외로움'과 '불안감'이 가장 크다고 본다.


"야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

"세상엔 너보다 힘든 사람들도 훨씬 많아"

"나약해 빠져가지고..."


필자도 가끔 인생이 힘들고 외로워 따뜻한 한 마디 얻고자 주위 사람들을 만났다가 되려 위와 같은 욕만 먹고 돌아온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런 경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소위 말해 '혹(우울증) 떼려다 되레 혹(우울증) 붙이고 왔다'라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따뜻한 한 마디 해주는 것이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의미 없이 "힘내라!"라는 말만 외치는 것이 또 정답은 아니다. 이렇듯 우리는 도무지 정답을 알 수 없는 세상 속에 태어났고, 그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열심히 보내고 있을 뿐이다. 정작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게 무언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아주 난해한 세상 속'에서 말이다.


ⓒ성공의 기준은 무엇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고통은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삶이 아이러니의 연속이고, 인생이란 짧은 두 글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해석한 사람이 수 천 년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난해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 우리가 사는 '인생'과 단어가 의미하는 '인생' 둘 다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본다.

그런 난해한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로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故 종현 군이 그랬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적어도 하나쯤은 존재한다. 돈, 명예, 연애, 취업, 가정사 등 살면서 누구나 말 못할 고민들이 있다.


ⓒYTN / 故 종현 군의 유서


살다 보면 겉으로는 웃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정작 '내면의 나'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남들은 본인을 우러러보고, 부러워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삼지만 정작 '나'는 그런 부러움 마저 던져 버리고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고통스러웠던 경험 말이다. 특히 故 종현 군이 이에 해당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했다. 성공한 아이돌이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과 실력파 보컬이 주는 명예, 부, 게다가 그의 곁에는 수많은 팬들이 함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던 그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자 처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를 기리며 애도를 표했으나, 또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대체 왜?" "뭐가 아쉬워서?", "무책임하네" 등의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물론 누군가가 보기에는 그의 삶이 무척 부럽고 아쉬울 게 전혀 없어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타인의 시선'일 뿐이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이미 내면은 고장 났고, 우울은 나를 집어삼키기에까지 이르렀다'라고 하니 그동안 그가 감내한 심적 고통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dingo / '천국의 우체통 프로젝트'


  

그러나 故 종현 군은 강하게 버텨왔다. 아니, 강해 보였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는 내면의 고통과 아픔을 지닌 채 오히려 삶에 지친 아르바이트생을 위로해주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며 '타인'을 힐링 시켜주었다. 오랜 기간 라디오를 진행하며 수많은 청취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정작 힐링 받아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들은 그때까지도 전혀 몰랐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오늘도 수고했어"를 외치며 다른 누군가도 본인에게 먼저 같은 말을 해주길 간절히 바랬던 그의 속마음을 말이다. 그저 보이는 것(현상)만으로 그를 판단했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하루하루 성장하고, 점점 더 유명해지면 질수록 수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은 '조언'을 가장한 '실언'과 주위 '공감 부재' 현상들이 그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날아왔을 것이다.


  

ⓒ역주행 중인 멜론 차트


결국 그는 'lonely', '한숨', '하루의 끝', '놓아줘' 등의 노래를 작사, 작곡하며 세상을 향해 힘들다고 수없이 외쳤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아니, 오히려 그가 힘들다고 외치면 외칠수록 비웃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를 밑도 끝도 없는 우울함으로 몰고 간 것은 주위의 무관심과 무심코 던진 한 마디, 즉 '공감의 부재' 탓은 아니었을까?


감히 내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가 얼마나 외로웠을지는 어렴풋이 짐작은 간다. 항상 많은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지만 리더는 강해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온 탓에, 정작 사소한 고민 하나 주위 사람들에게 제대로 털어놓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주위에 아무리 힘들고 외롭다고 외쳐봐야 결국 돌아오는 건 차가운 한 마디, 비웃음 혹은 무관심이었다. 믿었던 친구들이 그랬고, 리더를 향한 우리 사회 인식이 그랬다. 그렇기에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하고, 많은 걸 가진 그를 보며 주위 사람들이 따뜻한 한 마디는커녕 사소한 '공감'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MBN / 故 종현 군이 친누나에게 보낸 메시지


최근 내가 이런 경험을 하며 느낀 생각 중 하나가 '성공한 사람일수록 고독할 것이고, 주위에 공감해주는 사람 하나 찾기도 어렵겠다'는 것이다. 

주위에 아무리 외쳐봤자 돌아오는 건 비웃음과 무관심 뿐인 이 상황에서 어쨌든 밀려오는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나도 '고독'에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는 중이다. 이미 '공감 부재의 시대'가 도래한 이 마당에, 주위에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한들 무엇이 변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술 한잔 사줄게"라며 연락주는 친구들과 아무 의미 없는 자리를 가질 바에야, 결국 '고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정면대결을 택한 것이다. 물론,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내면의 깊은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아주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SNS 친구나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의 수가 아닌 진짜 내면의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만이 내 진짜 친구요, 내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선인들이 말씀하신 '인생에 진정한 친구가 3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말이 마음속 깊이 와닿기 시작했다. 본인들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술 한 잔 기울이며 시간을 때우는 친구가 아니라, 진짜 내면의 나를 드러내기도 전에 먼저 알아보고 나에게 손길을 내밀어 주는 그런 진짜 친구가 얼마나 있는지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故 종현 군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한다. 개중에는 그의 팬이 아닌 사람들도 정말 많다. 이는 단순히 아이돌을 향한 안타까움이 아닌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본다. 너무 힘들다고 수도 없이 외치던 그가 떠난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이 그를 '진짜로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들도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며 살아가는 힘든 처지임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록 한 청년의 육체는 세상에서 사라졌으나, 그 이상의 깊은 울림과 교훈을 세상에 남기고 떠났다고 본다. 그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우리 대다수의 청년들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두 공감하는 고민' , 즉 본질에 깊은 공감을 했다는 것이다.


ⓒSBS / 삶의 만족도 OECD 꼴찌


아직까지도 '현상'만 좇는 사람이 있다면 강하게 조언하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현상'이 아닌 '본질'을 좇으라고 말이다.

주위를 돌아보자. 우리 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본질'의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성과주의를 외치며 개발과 성장을 통해 OECD 국가에 진입시켰지만,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달려온 탓에 어느 순간 자살률이 급증하고, 삶의 만족도가 OECD 최하위를 맞이하는 굴욕까지 맛보게 되었다. '현상'은 그럴듯하게 성공한 듯 보이지만 '본질'은 썩어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대다수가 본질보다는 현상 좇기에 급급하다. 그렇기에 故 종현 군의 메시지에는 단순한 한 사람의 고독과 하소연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공감이 부재하고, 현상만 좇으며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는 각박한 우리 시대를 말이다.


청년들은 "제발 우리들의 목소리 좀 들어주세요!"라고 외친다. 그러면 형식적인 자리 하나 만들어 대충 이야기를 듣는 시늉만 하고는 "자 열심히 들어줬잖아. 뭘 더 원해. 너네들의 의지박약이야. 그러니까 치열하게 더 열심히 살아" 따위의 소리만 해온 게 지난 9년간 이어져왔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무의미한 현상 좇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개인이 변해야 하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촛불로 어렵게 얻은 이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과는 다르게 현상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좇아 '공감 부재의 시대'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공감 부재의 시대가 공감의 시대로 바뀌는 순간 '헬조선'을 외치는 수많은 청년들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2008년도 데뷔할 때부터 샤이니라는 그룹을 좋아했고, 비록 팬클럽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10년 가까이 그의 활동을 봐온 한 사람으로서 애도의 뜻을 전하며 그가 그토록 바랐던 한 마디와 함께 마무리하겠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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