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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Feb 27. 2018

참을 수 없는 사색의 즐거움

바쁜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

오늘 친한 친구의 소개로 영화 《안경》을 보았다.

주인공이 사색의 즐거움을 맛본 후 새로운 인생을 찾아간다는 그런 내용의 영화다. 영화를 본 후 나는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꼈다. 새하얀 백사장의 잔잔한 파도가 시끌벅적했던 나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바쁜 일상과 치열한 하루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안경> 中


중요한 메시지는 영화 중간에 등장한다. 주인공(타에코)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사색 같은 거에 무슨 요령이라도 있나요?

 그동안 주인공(타에코)이 사색을 얼마나 낯설게 생각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건 주인공의 모습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 현대인의 모습이다. 어쩌면 무한 경쟁체제 속에 놓인 우리에게 바쁜 일상은 필연적인 운명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졸린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해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 보니 평소 사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본인이 무엇을 추구하며 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도 망각한 채 바쁜 하루를 살아간다.


ⓒ 바쁜 현대인의 일상


법정 스님과 최인호 소설가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에는 이런 말이 있다.


"누구나 자기 집에 도자기 한두 점 놓아두고 싶고 좋은 그림 걸어 두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거기 그림이 있는지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소유란 그런 거예요. 손안에 넣는 순간 흥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지요…… 소유하려 들면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집니다"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악착같이 집착하며 살지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무언가(명예, 돈, 물건 등)'를 소유하기 위해 미친 듯이 살아간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이유도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을 얻고 기쁨을 느끼지만 대부분 그 순간의 일시적인 감정으로 끝나고 만다. 어느새 새로운 걸 소유하기 위해 다시 바쁘게 달려갈 테니 말이다.  결국 끝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게 된다. 하지만 더 슬픈 것은 따로 있다.


미친 듯이 공부해 좋은 대학을 갔더니 취업이 눈 앞에 놓이고, 아등바등하며 들어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의 이유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다. 정말 치열하게 바쁘게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살았는가'를 후회하며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것들을 점차 잃게 된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사랑하는 애인일 수도, 소중한 친구일 수도 있다. 내 곁에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것들은 어느 순간 먼지처럼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믿은 채 오직 바쁘게만 살아간다.


ⓒ 딸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 '이어령'


 시대의 석학 이어령 선생도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한 인생을 살아왔다. 딸아이가 인형을 안고 와서 "아빠 굿 나잇"이라는 말을 할 때에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글만 썼다고 한다. 결국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책을 썼다. 그 책이 바로 『딸에게 보내는 굿 나잇 키스』다. 책에는 '앞만 보며 바쁘게 달려온 이어령 선생이 놓친 딸과의 사랑, 그로 인한 뼈저린 후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딸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도 못한 채 바쁘게만 살아온 못난 아버지의 한을 담은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에야 후회를 한다.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언젠가 여유가 생기겠지'라며 바쁜 하루를 보낸다. 사색할 여유조차 놓친 채 말이다.


ⓒ인스타그램



 과연 우리에게 사색할 여유조차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웹서핑 등을 하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 거야', '요즘 트렌드를 알아보려는 거야' 같은 생각을 가진다. 여기에 몇 십분 혹은 몇 시간도 무심코 그냥 흘려보낸다.  물론 그 시간들이 아예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색의 시간을 놓친다.


- 과연 올바르게 살고 있는 것인가?

-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고 있나?

-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서서히 떠오르는 것이 생긴다.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 소중한 친구들,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날 것이다. 치열함과 익숙함 속에 잊힌 소중함, 이로 인해 평소 주위에 소홀했던 본인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는가? 지금 선택한 길이 맞는가?'와 같은 본인에 대한 질문과 사색이다.


 아직 결코 늦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사색할 시간은 있다. 깊은 사색을 시작하면 후회화 반성, 행복과 슬픔 등의 수많은 감정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색의 즐거움을 맛보게 되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깊은 사색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행복은 이미 곁에 있을 수도 있으며,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란 사실도 알 수 있다. 다만 아직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경우만 존재할 뿐이다. 사색을 통해 이 모든 걸 발견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 사색은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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