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을 해주고 싶거든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나 가서 해주길.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타인의 조언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해주기도 한다.
나는 이런 유형의 조언이 크게 2가지로 나뉜다고 본다.
'요청에 의한 조언' 그리고 '강압적인 조언'
앞선 '요청에 의한 조언'은 누군가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때 해주는 조언을 말한다. 이는 매우 좋다. 때론 우울증이 가시기도 하고, 삶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문제는 '강압적인 조언'의 경우다. 후자는 정작 본인은 듣고 싶은 마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짜고짜 "나땐 말이야", "나였으면"으로 시작해서 자기 자랑으로 끝맺는 경우를 뜻한다. 요즘 말로 이를 TMI(Too Much Information)라고 부른다. 굳이 '강압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나의 인생'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내가 원해서 조언을 얻고자 했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였다. 전자는 무척 고마웠지만, 후자는 무척 불쾌했다. 후자의 경우에도 가끔 주옥같은 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랑에 불과했다.
그동안 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판단을 내리기 전, 주위 어르신들에게 조언을 구해왔다. 돌이켜보면 그들에게는 특징이 하나 있었다.
"그건 본인만이 알 수 있고 선택할 수 있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채현국 선생님, 홍사덕 의장님, 노소영 관장님, 이어령 선생님 등이 전부 그러했다.
사실 깊은 내공과 사회적 명성을 가진 그들에게 나름 명쾌한 답변을 기대했던 나로선 적잖이 실망했다. 당시엔 그런 조언이 서운했고, 나에게 별 관심이 없어서 혹은 귀찮아서 그런 줄만 알았다. (원치도 않았는데) 얕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여기저기 훈수 두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들의 조언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게 되었고 이후엔 감사함을 느꼈다.
주위를 돌아보면 뜬금없이 본인의 TMI를 방출하려는 사람들, 즉 강압적인 조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거 같다. 이들에게는'남의 인생을 너무나 쉽게 여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의 인생이나 고민에 깊은 내막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조차 없다. 애초에 타인의 발전보다는 스스로의 자랑과 뿌듯함을 느끼려는 심리가 앞서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스스로를 무척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여기며, "지금 내가 너에게 해주는 조언은 꼭 필요한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뭐, 거기까진 좋다. 그런데 정작 다른 누군가가 본인에게 비슷한 조언을 하면 "니가 뭘 알아?"라거나 꼰대 취급하기 일쑤다. 스스로는 꼰대와 조언자 사이의 균형을 찾은 최적의 멘토라 여긴다. 이는 자격증도 없는 의사가 타인을 멋대로 환자 취급하며 처방 내리는 행위와 무엇이 크게 다를까.
이제 답은 간단하다. 남에게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는 건 좋다.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그저 '남이 원할 경우'에만 해주면 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에 속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뜨끔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여전히 '나는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마 본인이 꼰대라고 기피하는 누군가도 이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채 살아갈지도 모르니. 남이 원하지 않는 조언은 설령 그게 아무리 옳은 말이라 할지라도 TMI,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리 진짜 의사라 할지라도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다짜고짜 치료해준다 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격증 없는 짝퉁 의사에 불과할 테니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진짜 실력 있는 의사는 바빠서 남들을 찾아다닐 여유조차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얼마나 우매한 자들인지 우리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