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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14)] 청년 '노원규' 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새로운 걸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by 청도 황희두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회사에서는 막내를, 단체에서는 대표를 경험 중인 한 사람이 있다. 이러한 경험을 감당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아분열을 해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주인공은 오히려 이러한 모순적인 위치에 놓인 덕분(?)에 매 순간 많은 걸 배워서 즐겁다고 한다. 청년 '노원규' 님의 이야기다. 때로는 막내로, 때로는 대표로 아이러니한 삶을 살아가는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한 카페로 향했다.


노원규.jpg ⓒ 사람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청년 '노원규'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아홉수에 IT회사를 다니는 중이고, 청년문화포럼 대표직을 1년 더 연장하게 된 노원규라고 합니다."


아홉수 축하드립니다. IT는 어쩌다가 시작하게 되셨는지.

"어린 시절 우연히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는데 어릴 땐 보통 게임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학창 시절에 서든 어택,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컴퓨터과에 가면 그런 거 할 줄 알았어요. 아무튼 그러다 보니 결국 컴퓨터 공학과에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릴 적부터 논리적인 사고방식 하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웃지 못할 에피소드네요. 그래서 지금 IT 관련 일에는 만족하시는 편인가요.

"대학 시절에는 정말 하기 싫었어요(웃음).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어요. 컴퓨터라고는 '웹 서핑'과 '게임' 밖에 몰랐는 데 막상 배우는 건 '컴퓨터의 역사, 존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런 내용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당시엔 뚫린 사고를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이쪽 분야를 처음 접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시험 점수를 따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해졌지요. 그래도 지금은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정확히 어떤 게 재미있으신가요.

"IT 쪽이라기보다 저는 사회생활하는 게 재미있어요. 요즘 IT뿐만 아니라 사회에는 인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새로운 걸 많이 접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사회생활하면서 기억에 남은 게 있다면.

"전역한 후 노래방에서 돈을 벌었거든요. 서비스직을 하다 보니 사람 상대할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 일을 관둘 때 생각이 많아져서 갑작스레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미국에서의 3개월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어찌 보면 지금까지 버티고 성장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된 거 같아요. 반대로 안 좋았던 기억은 작년 초쯤이에요. 단체에 위기가 왔는데 그걸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어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나름 성장한 줄 알았는데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여전히 아쉽습니다. 그래도 저는 나빴던 기억들은 딱히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순간에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서 나쁘다기보단 아쉽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노원규2.jpg ⓒ 그는 얼마 전 유럽여행을 다녀와 많은 걸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보니 회사에선 막내, 포럼에선 대표를 경험하는 중이네요. 정말 극과 극인데, 그 사이에서 느끼는 모순적인 순간이 많을 거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기성세대의 끝물' 같은 기운이 아직 남아있어요. 속된 말로 '까라면 까'라는 문화를 겪어온 거죠. 그래서 회사에서는 지금도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에요. 제가 살아오면서 다양한 리더들을 만나봤어요. 어떤 사람은 '이걸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로드맵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가 시키면 그냥 해'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런 걸 막내로서 많이 느껴본 상태로 포럼에 들어와서 대표가 된 거예요. 나름 어떤 게 좋았는지를 떠올리면서 친구들에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경험하다 보니 '왜 강압적이고, 왜 자율성을 줬는지' 이런 것들이 서서히 이해가더라고요. 저는 이 세상에 절대적인 답은 없다고 봐요. 다만 적절하게 밸런스 맞춰가는 걸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윗사람들에게 배우고, 포럼에서는 청년들에게 길을 알려주면서 함께 걷고 배우고 느끼는 거 같아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정말 맞다고 봅니다."


투표로 1년 간 대표를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포럼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으신지.

"저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ICT라고 '마케팅이나 문화예술, 교육을 몰라도 된다'는 아닌 거 같아요. 반대로 다른 곳이 '홍보나 기획만 잘해도 된다' 이것도 아니라고 봐요. 그러다 보니 많은 친구들에게 최대한 기회의 장을 많이 열어주고 싶어요. 물론 작년과 다른 점은 하나 있을 거 같아요. 작년에는 모든 사람을 케어하려다 보니 약간의 실패와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해요. 제 도움이 정말 필요한 친구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예정입니다. 취업시켜달라는 것만 빼고요. 그 전 단계까지는 제가 최대한 돕겠습니다(웃음)."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예전에 저희 팀장님께서 '최고가 된 적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정인은 꼽기 어려운 데 확실히 부모님을 존경해요. 힘든 시절을 겪어온 분들이고, 그런 와중에 저까지 키워주셨으니까요. 이외에 굳이 꼽아보자면 매 순간 만난 사람들 덕분에 성장했다고 봐요. 사실 제가 경쟁의식이 굉장히 심하거든요. 저랑 친했던 사람들은 경쟁자이자 동반자예요. 때로는 누군가를 뛰어넘어보고 싶은 경우도 있고,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어요. 모두가 저와 같이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인 거죠. 그러다 보니 대학생, 인턴 시절, 회사 등 다닐 때마다 저에겐 나름 존경할만한 사람이 생겼던 거 같네요."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단점은 쉽게 분노하는 거예요. 텐션이 갑자기 높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방 가라앉아요. 그리고 성격이 급해요. 빨리빨리 성격이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죠. 일을 하더라도 속도를 좋아하는 편인데 지금은 정확성까지 포함하려고 많이 노력 중이에요. 장점을 굳이 뽑아보자면 정이 많은 거 같아요.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거요(웃음)."


노원규3.jpg ⓒ 프랑스 '에펠탑'에서의 소중한 추억


많은 사람들을 만나셨을 텐데 오늘날 청년들이 불행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시대가 변했잖아요. 여기서 오는 압박감이 제일 크지 않을까요. '어릴 적엔 공부를 잘해야 한다, 고3 때는 수능을 잘 봐야 한다, 이후로는 좋은 곳에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계속 있어요. 물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창업이나 1인 크리에이터, 프로게이머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도 많지만 전부 압박감을 받을 거예요. 솔직히 옛날에는 블루오션 직업이 많았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공무원을 많이 준비하는 상황이죠. 흔히들 '도전하라', '하고 싶은걸 해라'라고 말은 하는데 이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남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도 없는 데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보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걸 '버텨라', '견뎌라'라는 말을 함부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고생하는 청년들을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싶어요. 당연히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기도 하고요."


응원합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나다움'은 뭐가 있을까요.

"제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말고도 다 같이 성장해서 모두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궁극적인 목표인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결국 제가 엄청난 성장을 해야 이 친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행동을 하자. 이게 저 다운 모습인 거 같아요."


'다양성, 융복합'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단어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분야만 파려는 사람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어떻게 보시나요.

"어찌 보면 저도 한 길만 팠잖아요. 그렇지만 하나만 정해놓고 틀에 박히는 건 정말 안 좋다고 봐요. IT가 ICT로 변한 것도 C가 커뮤니케이션, 즉 정보와 기술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뜻이거든요. 특히 이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한 단어라고 봐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니라도 전문성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어요. 하지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한 길을 파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걸 추구하고 경험해본 상황에서 이런 걸 접목시키면 좋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게 베스트 같아요. 왜 사람 사는 것도 그렇잖아요. 타인의 삶을 내 시선으로만 보면 이해 못 하거든요. 그런데 서로의 삶을 이해하다 보면 어떻게 의사소통해야 하는지도 나온다고 봐요. 그래서 다양한 걸 경험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문적인 사람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전체적인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거랑, 다짜고짜 직진만 하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그냥 돌진하다 보면 나중에 결국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아직 저도 그렇게 긴 인생을 산 건 아니지만요."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네이버 웹툰에서 재연재중인 <신과 함께>를 추천해요. 그거랑 <죽음에 관하여>라는 게 있는데 그거 2개를 꼭 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걸 보다 보면 살아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돼요. 원래 유쾌한 걸 추천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자아 성찰할 수 있는 걸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모든 세대 간의 화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에 저의 도움이 필요한 분이 계신다면 얼마든지 도울 예정이랍니다(웃음)."



<노원규>

- 직장인

- 비영리 민간단체 '청년문화포럼' 대표

- 인스타그램 @kyu.won


노원규4.jpg ⓒ (좌) '노원규'님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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