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유롭게 제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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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서 벗어나 나만의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하는 모습. 그게 싱어송라이터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 아닐까. 이번 주인공인 '김온빛' 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노래로 남기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항상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생각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강남역 한 카페로 향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온빛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는 중입니다. 억지로 짜내기보단 제가 원할 때 일을 하는 편이라 싱어송라이터보다는 그냥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웃음)."
어쩌다 노래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그게 당연한 듯이 자라오다가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릴 적엔 그게 예술가인지 잘 모르잖아요. 다행히 어릴 적부터 엄마가 책이랑 글 쓰는 걸 많이 추천하고 도와주셨어요.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는 습관이 생겼던 거 같아요. 그러다 대학에 가서 처음 작곡을 해봤어요. 맨 처음 썼던 곡이 좋은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뭔가 연주곡은 해석이 다양하고, 내 이야기보다는 기술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다 보니 저는 가사를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어느 날, 은영 언니(가수)가 앨범을 내보라고 해주셔서 첫 앨범을 내게 되었습니다."
첫 앨범 이름이랑 스토리가 궁금하네요.
"<지구의 자전을 따라>라는 곡이에요. 특히 싱어송라이터들이 공감할 텐데 노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것이잖아요. 당시 슬픔이 많았던 시기의 저를 대변해주는 곡이에요. 이게 격할 수 있지만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던 시기였거든요. 거기에 건강까지 안 좋았던 시기라 앨범 소감에도 썼지만 해산의 고통처럼 앓다가 탁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땐 슬프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어떤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울감이라는 게 사는 의미가 없어질 때 찾아오는 거라 생각해요. 그런 종류의 우울감이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니거든요. 아무튼 지금은 그땐 내리지 못했던 답을 많이 찾았고, 성장도 한 거 같아서 많이 정리된 상황입니다. 가끔 공연할 때 대부분 <지구의 자전을 따라> 보다는 다음 앨범인 <우리는 오늘도>를 편하게 생각하시거든요. 이게 최근에 쓴 곡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만큼 지금은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살아오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나요.
"경험이 제일 큰 영향을 줬던 거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도 계셨지만 뭔가 항상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혼자 피아노방에서 연습하다 보니 '평범한 인생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로웠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상황이 인생에 영향을 많이 준 거 같습니다. 주변 선교사님이나 교회 생활하는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 그리고 곡을 쓸 땐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지구의 자전을 따라>는 사랑했던 저의 연인에게 느꼈던 것들이고, <우리는 오늘도>는 은영 언니 노래의 답장이다 보니 그 언니에 대해 느꼈던 감정들이거든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먹고 살 걱정이 우선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셨을 거 같습니다.
"싱어송라이터끼리 이런 얘길 많이 해요. 연주자 같은 경우 세션을 해서라도 돈을 벌 수 있고, 또 그런 길이 많거든요. 하지만 싱어송라이터는 자기가 곡을 써서 직접 부른다는 자존심이 센 분야인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도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물론 살면서 돈도 필요하지만 마냥 불평하는 친구들을 보면 같은 입장이라도 이해가 크게 가진 않아요. 저는 그럴 거면 싱어송라이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예술의 모든 부분이 마찬가지지만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스스로를 믿고 표출해낸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준다고 믿거든요.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좋을 수 있지만 그건 노력에 대한 선물이라 생각해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하고, 겸손하게 노력하다 보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라도 계속해서 내 음악의 세계를 넓혀가는 사람이 될 수는 있잖아요."
유명해지는 게 과연 좋기만 할까요. 특히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있어서요.
"유명해지면 더 유명해지려 하고, 어느 순간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살게 되는 거 같아요. 나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나'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면 사람들의 기대에 그만큼 부흥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좌절하잖아요. 보는 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부자연스러워진다고 생각해요. 원래 저는 밴드를 오래 했거든요. 결국 그만둔 게 '나라는 사람이 아닌데 그걸 나인 척 표현'해야 하고,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져야 하는 결과물'을 가져다줘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지금은 거기서 자유로워져서 제 노래를 하기 시작했어요. 무척 행복해요."
가끔 보면 예술가라면서 실제와는 정반대의 모습들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예를 들어 뒤에선 굉장히 차별적인데 대중들에겐 좋은 말만 한다거나, 정말 이런 걸 보면 화가 나더라고요. 자신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포장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창조'해서 그러고 사는 건데 오래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그게 진짜 내 모습이 아닌데, 그걸 완벽하게 숨기면서 살지 않는 이상 걸릴 수밖에 없는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사람은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되는데 똑똑한 사람들은 알아볼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모 가수가 앨범을 내고 엄청난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과연 창작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물론 그 친구는 곡을 냈을 때 '자신은 이걸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했지만 상처 받은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런 걸 보면 예술이라는 게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하는지, 창작의 자유만으로 되는 건지, 아니면 타인을 더 생각해야 하는 건지 생각이 많아져요. 우선 저는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정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내가 상처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줄어들잖아요. 누구든 상처를 아예 안 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예술하면 재능과 노력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이들 갈립니다.
"우선 싱어송라이터는 재능보다 노력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어떤 노력을 하는지가 다를 거 같아요. 돈을 잘 버는 기회를 찾아다니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러려면 자기만의 스타일, 콘셉트, 개성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처럼 굳이 이상향대로 가지 않을지라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항상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지나가는 일을 쉽게 못 지나가고 계속 되새김질하면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이건 꾸준히 나를 잊지 않아야 하고, 계속 어딘가에 기록을 해놓고 곡을 써야 해요. 왜냐하면 스스로 자신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요."
얼마 전 결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나요.
"준비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결혼 전에는 세상 물정을 몰랐던 거 같아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었는지 결혼 준비하면서 제대로 느꼈어요. 결혼하고 어머니와도 훨씬 끈끈해졌어요. 대화 내용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고요. 그전엔 그냥 '엄마랑 딸'이었다면 지금은 '한 가정의 아내와 아내의 대화' 느낌이에요. 물론 새로운 부담감이 생기긴 했죠. 최대한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잖아요. 그러다 보니 엄청난 의지력도 생겼어요. 아직 엄마하고의 비밀은 없는데 가끔 '아 이래서 엄마가 할머니에게 말을 안 했구나' 이런 순간들이 있어요. 예전에는 엄마가 입원해도 할머니한테는 비밀로 하시다가 퇴원하고 나서 연락하는 게 이해가 안 갔거든요. 그런 게 이제야 서서히 이해가 갑니다(웃음)."
지금은 부러울 정도로 행복해 보여요. 반면 오늘날 청년이 불행해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불행도 하나의 유행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남들 이야기에 쉽게 동조되고 그거에 금세 불행해진다고 느끼는 거요. 정말 불행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남들이 불행하다고 하니까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아요. 사회적 기준에 모두를 맞춰 살아가게 하려는 게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다짜고짜 나이 물어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경우 말고 나이로 기준을 정해버리는 사람들 있잖아요. 몇 년 전에 어떤 분은 저에게 나이를 묻더니 '곧 꺾이네, 결혼해야지, 돈은 얼마나 벌고'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거예요. 이게 저는 자신이 불행했던 이유들을 나열한다고 느껴졌어요. 그건 제 기준이 아닌데 남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거에 맞춰 가다 보면 어느새 불행해진다고 생각해요. 결국 내 삶을 살기보단 남들의 말에 나를 맞추게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불행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추천해주실 만한 책 혹은 영화나 책이 있나요.
"저는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를 좋아해요. 만약 나중에 영상 음악, 영화 음악을 하게 된다면 저런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였어요. 적절하게 배치된 음악들도 그렇고, 음악이 그 영화의 내용을 잘 대변해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해 줬거든요. 책은 보통 시를 좋아하는데요.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책을 좋아해요. 꽃으로 사랑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에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세상에 쉬운 일은 절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려워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게 어려워도 즐겁기 때문에 어려움이 조금 덜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말하고 싶어요. 항상 주변에도 '노력 없이 되는 건 절대 없고, 항상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자'라고 말하거든요. 나 자신에 대해 정돈한 다음에, 세상에 나가는 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아요. 외적으로만 정돈하는 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정돈을 했으면 좋겠어요."
<김온빛>
- Song Writer&Pianist
- <지구의 자전을 따라(2017)>, <우리는 오늘도(2018)> 앨범
- 인스타그램 @on_vit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