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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16)] 청년 '이영서' 편

"수많은 대학생들이 전부 독서하고 사색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by 청도 황희두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날이 갈수록 국민들의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종이책의 종말'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영상 미디어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도 만만치 않은 거 같다. 오죽하면 서울에만 몰려있는 독서 모임에 갈증을 느끼고 수원에 직접 단체를 만든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 주인공 '이영서' 님의 이야기다. 그가 꿈꾸는 독서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강남역 한 카페로 향했다.


이영서.jpg ⓒ 많은 사람들이 독서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청년 '이영서'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5살 이영서라고 합니다. 경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휴학 중이고 내년에 다시 복학할 예정이에요. 항상 스스로를 '양초'라고 표현해요. 양초는 스스로 타오를 수 없고 불이 있어야 하잖아요. 혼자보다 함께할 때 빛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후 이렇게 소개합니다. 특히 제 꿈이었던 어떤 단체를 만들면서 그 중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어떤 단체를 만드셨나요.

"수원이 중심이고 ‘독서에 지각생은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만든 대학생 모임이에요. 정식 이름은 '대학연합 독서토론 451'입니다. Ray Bradbury의 미래소설 <Fahrenheit 451>에서 모티프를 얻어 지은 이름이에요. 독서량이 점점 줄어드는 현시대와 비슷하다고 느껴서 독서를 살려보고자 이렇게 지어봤습니다. 당시 독서 모임이 주로 서울에만 있어서 갈증을 많이 느꼈거든요. 우연히 역사학과의 한현규라는 형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마침 형이 수원 청년지원센터로 취업해서 거기에 거점을 잡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처음 오리엔테이션을 했을 때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들을 이끌다 보니 얼굴은 빨개지지 말은 못 하겠고, 누군가를 이끌어간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형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형이 사정상 빠지게 되고 2기 때부터는 혼자 이끌어야 했어요. 그때 '아,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모로 한계를 느끼고 단체를 없애려 했는데 회원 한 명이 붙잡았어요. '만들기 힘들었을 텐데 왜 없애려 하냐?' 그냥 없애기엔 아깝다는 거예요. 다행히 뜻을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거죠. 그분을 시작으로 지지자가 점차 늘어가다 보니 마음 놓고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현재 공동대표로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어요."


이영서.jpg ⓒ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했을 당시 천국에 온 느낌이었다고 한다.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저는 인터넷 수학강사 '한석원' 선생님을 꼽고 싶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자주 접했는데 모든 일상생활양식과 규율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계획 세우기, 삶을 반성하기, 승부수를 두는 법 등을 배웠어요. 언젠가는 '행복의 이면엔 반드시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행복이란 성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이루어가는 매 순간이 행복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매일 새로워지고, 자신감으로 충만해져 가는 나의 모습이 있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것을 조상님들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 부르셨대요. 제 모토가 한석원 선생님처럼 살자에요.”


혹시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나요.

"<대중예술 진정성의 미학>과 <화씨 451>이요. 전자는 교양수업 당시 알게 됐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미학이 어떤 학문 같냐고 물어보셨어요. 대부분 예술이나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이라고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멋있는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힐끗 쳐다보았거나, 카페 알바생을 한 번 더 쳐다본 경우가 있는지'를 물어보시더라고요. 안 겪어본 친구들이 없었어요. 교수님은 미학이 이런 '끌리는 힘'에 관한 학문이고, 이 힘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이 바로 '대중매체, 대중예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상업적으로 다가올 때가 많아서 무의식에 나쁜 습관을 들여놓는대요. 그렇기에 상업적인 목적보다 진정성이 담긴 예술을 찾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자기 판단을 도와주는 책이에요. <화씨 451>은 '책이 없어진 세상을 그린 미래 소설'이에요. 책을 전부 불태우면서 다양하게 생각하는 사람보다, 주어진 것을 잘 외우는 사람에게 상을 주며 모두의 생각을 통제하는 사회가 책의 배경이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왜 내가 행복하지 않지?'라는 생각을 시작하고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책을 훔쳐보는 이야기예요. 본인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행복 이야기가 나왔는데 오늘날 청년이 불행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정확한 삶의 좌표'가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방향성은 충분히 논의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어떤 가치를 갖고, 어디에 방점을 찍고 갈 것이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이 결여된 거 같아요. '그래서 그게 무엇이냐'라고 물으신다면 공동의 목표와 가치가 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개인이 찾아내야 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건 '나를 알기 위해 도전할 줄 아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도전은 마치 전쟁을 건다는 뜻인데, 전쟁은 죽거나 혹시 살아 돌아와도 팔이나 다리를 잃을 수 있잖아요. 그런 각오로 경험을 쌓고 어제와 다른 나를 느낄 때 비로소 행복이 시작된다고 봐요. 책을 읽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일신우일신의 시작인 거죠."


이영서2.jpg ⓒ 교내 국제협력단으로 활동할 당시 한국인을 대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요.

"어느 조직이든 유연하고 화목하게 만들 자신이 있어요. 그래서 개인과제보다 팀 과제를 훨씬 선호해요. 아무 이유 없이 팀 과제를 하고 싶어서 연구그룹 공모전에 나간 적도 있어요. 그만큼 조직관계에 있어서 긍정적이에요. 그것이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어요. 사람 간의 관계를 조율하다 보니 강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거나, 의견을 하나로 모을 때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451 단체를 이끌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오늘날 다양성 시대에는 필요한 리더십 같아요. 겉으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뒤에선 전체주의로 모든 걸 운영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봤거든요. 누군가를 이끌어가는 게 쉽진 않은데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지.

"술자리에서 강하게 비난받은 적이 있어요. 원래 저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다들 나이가 있으니 알아서 잘 노실 거 같아 술자리에서 일찍 일어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분이 '당신이 만든 단체인데 무책임하게 빠지면 안 된다.'라는 말을 거칠게 하시더라고요. 충격이었죠. 그래도 직언이라 생각해서 이후로는 술자리에 남아 사람들과 소통했더니 실제로 좋은 결과가 생겼어요. 그때 처음 술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인간관계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에서, 가장 큰 결과를 얻은 거죠(웃음).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게, 단체를 만들기 전 처음 독서 모임을 하던 4명이 있는데, 흩어져서 각자의 독서모임을 만들었어요. 1년 정도 후에 모여서 확인해보니 저희가 수 백명의 청년들을 독서로 이끌고 있더라고요. 그때 '아, 우리가 한 게 헛된 일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책으로 대학생을 선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평소에는 하루 일과 끝나고 재미있게 놀고, 쉬더라도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머리 아픈 토론을 했으면 좋겠어요. '종교, 정치, 윤리' 이런 주제가 굉장히 까다롭고 예민하잖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논하는 자리가 대학생들 사이에 당연하게 자리 잡혔으면 좋겠어요. 문화를 만들고 싶은 거예요. 그 과정에서 독서는 필수가 되겠지요. 결국 '대학에 입학했다면 그 과정을 밟아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선도하고 싶어요. 우선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대부분 '공부하고 책 읽어서 어디에 쓸 거냐'는 질문을 하면 '좋은 곳에 취직하고, 행복하게 살 거예요'라고 말해요.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부의 끝은 나눔인데 어떻게 사용할지는 끝없이 고민해봐야겠죠. 수원에서 당장 해볼 수 있는 일로는 '협치 수원 원탁토론', '주민예산참여제' 같은 시민활동이 있는데 그런 곳에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 사람들이 원하는 더 좋은 사회도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변에 산재해있는데 계기가 없어서 그런지 토론회가 열리면 일반시민 300명 중 대학생은 9명에 불과해요. 정치 성향을 떠나 대학생 시절부터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학의 낭만은 책과 커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 손엔 셰익스피어, 한 손엔 카페라떼 그리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기' 조금 간지러운데 제가 대학생활 내내 해왔던 일이에요. 가만 생각해보면 다들 커피는 들고 있는데 책은 안 들고 있지 않나요?(웃음). 낭만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랍니다."



<이영서>

-경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13학번

-대학연합 독서토론 451 대표

-(前)팔달구 청년정책위원

-인스타그램 @ha_raeee


이영서2.jpg ⓒ (좌) '이영서'님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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