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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18)] 청년 '유창선' 편

"저는 항상 준비된 멀티플레이어를 꿈꾸며 살고 있답니다."

by 청도 황희두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영상 미디어의 발달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세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낭만적인 곳만은 아니다. 무대 이면에 존재하는 열악한 현실은 수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이번 주인공 '유창선' 님은 오랜 세월 그곳에 몸담고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무장한 그를 만나 무대 뒤의 현실적인 모습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 어릴 적부터 연기를 좋아했다는 청년 '유창선'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창선이라고 합니다. 33살이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카메라 연기교육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좋아해서 아역배우를 시작했고, 현재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연기 트레이너 및 연극극단 기획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연기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릴 적에 제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머니께서 웅변학원이랑 연기학원 사이에서 고민을 하셨대요. 그러다 결국 초4 때 연기학원을 보내셨어요. 제 캐릭터가 통통한 걸로 아역으로 매체 출연을 많이 하게 되었고, 이후로 연기에 빠져 오늘날까지 왔습니다."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린 시절에는 디지털카메라가 아니다 보니 NG를 내면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NG를 17번이나 낸 거예요. 어린 나이인데도 현장 상황에서의 욕설을 들으면서 '아, 내가 정말 이런 사회에 뛰어들었구나'를 제대로 실감했어요. 마음 단단히 먹고 도전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있네요."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나요.

"연기에 확 빠져들게 했던 건 '톰 행크스'라는 영화배우예요. <캐스트 어웨이(2000)>라는 영화를 보면서 '아, 카메라 안에서 저렇게 혼자서도 연기할 수 있구나'를 느꼈거든요. 혼자 무대에서 카메라를 두고 1분 30초~2분가량 연기하고 말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무인도에 갇혀서 장시간을 혼자 끌고 간다는 것은 굉장한 몰입도와 집중이 필요하거든요. 언젠가 저런 식으로 연기자 혹은 연출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한 친구가 있는데 저한테 '안정적인 부분도 챙기는 것이 어떠니?'라는 조언을 해줬어요. 원래 저는 연기를 좋아하고, 꿈도 있다 보니 그런 부분을 생각 못 하고 있었거든요. 결국에는 그 조언을 듣고 교육 쪽으로 뛰어들게 되었죠."


연기 쪽도 재능과 노력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어떤가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재능보다는 여전히 인맥이 중요해요.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래 있으면서 느낀 건데 재능 있는 친구들은 너무 많아요. 그러나 사람을 상대하는 부분은 많이 부족해진 거 같아요. 보다 더 현실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이 예의라든가 사람을 대하는 처세, 이런 걸 교육받고 인맥을 쌓아가는 게 무척 중요해요. 자신의 재능만 믿는 시대는 갔어요. 캐스팅하는 건 어쨌든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거든요."


ⓒ 아역시절 연기하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고 한다. / <TV는 사랑을 싣고> 아역 당시


결국 인간관계를 뜻하는 거군요. 연기 쪽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현실적으로 캐스팅을 진행하는 게 영화쪽은 조감독, 에이전시에선 캐스팅 디렉터, 엑스트라 쪽은 보조출연 반장이 주로 담당하거든요. 보통은 감독한테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쪽과 어울리려고 하는데 주연 몇 명을 제외한 캐스팅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이거랑 별개로 어떤 사람이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할지도 생각해야 하고, 그 사람에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해요. 저는 그래서 이미지 메이킹을 상당히 중요시하고 가르쳐요. 영화 같은 경우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영화에 따라 배우의 색깔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그건 곧 그 사람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는 거예요. 그 부분을 메이킹 해 갈 수 있는 센스가 있다면 빠른 데뷔가 가능하겠죠. 그런 부분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무대에 서면 부쩍 긴장하는 사람도 많을 거 같습니다.

"저도 아직 무대 공포증이 있어요. 긴장하는 걸 아예 없앨 수는 없어요. 결국 경험과 교육인데 뭐가 늘어나냐면 '긴장하는 느낌을 즐기는 순간'이 와요. 사실 인생을 살다 보면 점점 떨리는 순간이 없어지잖아요. 하지만 무대에서나 카메라 앞에서의 떨림은 항상 똑같아요. 어느 순간 이걸 느끼고 싶어 져요. 한마디로 하면 '긴장감을 즐겨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이 벽을 넘냐 안 넘냐에 따라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냐 없냐로도 나뉘는 거 같아요."


연기 지도할 때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을 거 같아요.

"기존에 어른들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거든요. 그런데 이쪽 특징이 첫째로 '오래 버텨야 한다'는 건데 피나는 노력을 하다 보면 금세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취미 생활처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일을 좋아하는 감정이 끊겨 버리면 더는 못 가더라고요. 대부분 언제 뜰지 모르는 게 이 바닥이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꿈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 좌절하고 다른 길로 가게 된 경우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아무리 유명한 트레이너, 감독이라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해요. '이 배우가 잘 되겠다. 성공하겠다.' 이런 거요. 하지만 의외의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친구가 성공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재능이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결국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고 자기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게 맞다고 봐요."


ⓒ 그는 항상 준비된 멀티플레이어를 꿈꾼다고 한다. / 논문발표 당시 모습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

"장점은 지금까지 포기한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대학교 입학, 대학원 편입 과정에서 세종대를 7번이나 떨어졌어요. 중앙대는 3번 만에 들어갔고요. 정말 끊임없이 도전했어요. 인내심이나 끈질김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친화적인 매력도 있는 거 같고요. 단점은 배우를 그만두고 나니 점점 살이 쪄요(웃음). 주변 사람 관리를 많이 하다 보니 술자리가 잦은데, 자기 몸을 관리를 못한다는 단점인 거 같아요."


지금의 일상은 만족하시나요.

"아 목표에 다다르지 못해서 만족은 못해요. 제 목표는 연기 선생님, 교육 쪽으로 설민석 선생님처럼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아직 멀었죠. 물론 그 과정에 행복감은 있었지만 아직 그걸 달성했다는 행복은 없어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저는 사람 앞에 서서 이야기하거나 강연하는 걸 좋아해요.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해서요. 얼마 전 MBN에서 김창옥 선생님이 강의하신 걸 봤어요. 모든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시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저도 연기로써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강연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교육자로서 학생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옛날에는 뭘 하고 싶냐 하면 '배우, 탤런트, 가수' 이런 식으로 나뉘었잖아요. 요새는 아이돌이 모든 작품에 들어가고, 엔터테이너도 만능을 원하는 시대가 왔다고 봐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비해서 수익이 없을 수도 있어요. 성공할 확률도 낮아요. 절대 혼자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톱스타나 인지도 있는 배우를 제외하면 알바 없이 현실적으로 먹고살기 힘들 수도 있어요. 이러한 사실을 알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깊은 생각을 해보고, 그래도 정말 꿈을 위해서라면 그때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해볼 거야'라고 뛰어들었다간 집안이 휠 수도 있답니다. 그래도 후회할 거 같다면 도전해보세요. 저도 후회하는 인생이 싫어서 계속하고 있으니까요(웃음)."



<유창선>

- 극단 '우리' 기획팀장

- <항아리 속 아기도깨비>, <성공시대>, <TV는 사랑을 싣고> 등 다수 연극, 영화, 방송 출연

- 인스타그램 @yu_changsun


(좌) '유창선'님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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