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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22)] 청년 '채민상' 편

"저는 붓이랑 캔버스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어요."

by 청도 황희두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그를 처음 만난 건 작품 전시회 중인 구하 갤러리였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겸손함이 제대로 느껴졌다. 인상깊었던 것은 단 한 편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무제'였다는 사실이다. 글보다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편하다는 화가 '채민상' 님과의 내용을 다뤄보았다.


채민상1.jpg ⓒ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중인 청년 '채민상'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년 10월에 갤러리 구하에서 <심해-기억과 혼선>이라는 첫 개인전시를 마친 채민상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그림을 그리게 되셨나요.

"초2 때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그림대회에서 상을 받은 후 그림에 빠졌습니다. 이후로 미술학원을 다녔고 시카고 예술대학으로 유학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어요. 다행히 붓이랑 캔버스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어요. 교수님하고 동창 분들이 그림을 좋아해 주셔서 간단한 소통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땐 즐겁고,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거 같습니다."


제목을 <심해-기억과 혼선>이라고 지으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사람들은 보통 표면적인 것만 볼 수 있잖아요. 그림을 보면서 '깊은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관객 분들께 맡긴 거고,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게 된 거 같습니다."


작품을 보다 보니 내면의 폭풍을 표현한 게 많았습니다. 혼돈과 빛 이런 게 공존하기도 하고요.

"보통 색감을 맞추거나, 한 주제로 분위기를 어둡게 하거나, 이미지를 하나로 통일해서 깊은 마음을 표현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심해라는 틀에서 깊은 마음을 전했던 거 같아요. 기억 속에서 희로애락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혼선이라고 넣었어요."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예술은 창의력과 창작을 바탕으로 해서 쉽게 누구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거 같아요.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트 스토리에서 한 획을 그은 유명한 화가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처럼 저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그려요. 예를 들면 다빈치나 고흐 같이 그 시대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법과 테마를 감히 창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요. 다빈치 시대에도 분명 그런 생각을 했을 텐데 새로운 게 나왔잖아요. 그래서 저도 사람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칼라를 캔버스에 담을 수 있는 기법과 표현방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그림에 임해야지 그나마 새롭게 나올 수 있는 거 같아요.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믿거든요."



채민상2.jpg ⓒ 그는 작품을 통해 현재 상황, 열망, 추억, 후회, 혼동 등을 전부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개인전시를 마치셨는데 만족하시는지.

"작품 자체는 부족함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삶이 윤택하거나 작업실이 만족스러운 환경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항상 '모든 것은 때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조금 느긋하게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요. 특히 힘들고 지칠 때 항상 좋은 기억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겠지만 캔버스와 붓으로 제 감정을 분출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원동력 같습니다."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고 오지랖 부리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요.

"가족한테 많이 들었어요. 이쪽 길은 항상 배고프고 혼자만의 외로운 직업이라고요. 그래도 저는 하고 싶은 일, 나름대로 그림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물론 주위 사람들 말도 많았죠. 우리나라에선 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직 낮은 거 같아요. 특히 그림 쪽은 그런 말을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할 예정이에요. 반대를 무릅쓰고 열심히 달리다 보니 결국엔 부모님께서도 응원을 해주셨어요. 이번 갤러리도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고요. 힘들 때 물감을 사준 친구들도 있고 자신감이 부족할 때 힘이 되주는 말과 충고를 해준 친구들도 생겨나씁니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에요."


예술을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현실은 배고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감도 못 사는 상황도 생길 수 있고요. 저도 주위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겸손한 자세로 모든 상황에 임하면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다림도 중요한 거 같아요. 제가 지금도 일부러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어요. 어느 순간에 제가 원할 때 그런 감정이 담긴 그림이 더 나올 거 같아서요. 마음의 억제도 필요하고 담아두는 것도 필요하고요. 힘든 상황도 즐길 수 있다면 그런 길도 재미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채민상3.jpg ⓒ 스스로의 심해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보냈다고 한다.


오늘날 청년들이 불행해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회를 하나의 물방울에 비유하고 싶어요. 그 속은 사회가 정해준 틀이 있는 거죠. 졸업 후에 대학 가고, 직장 가고 가정을 꾸리는 거요. 너무 일반적인 틀인데 사회에선 이 틀이 제일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제공하는 것처럼 그려주잖아요. 그런 단계마다 장벽이 하나씩 있어요. 모든 건 경쟁심에서 비롯된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경쟁심이 강한 민족인 거 같거든요. 서로를 비교하게 되고 틀 안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면 주위에서 불행하다고 보기도 하고요. 저는 그 물방울을 터뜨리면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도 쉬운 길은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후회는 없어요. '세상에서 소수 10%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더라고요. 감히 제가 '10% 안에 들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는데 제가 살아온 기간 중에 나쁜 선택은 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30년 후에도 제 답이 동일하다면 저도 소수 10% 안에 들었다고 느껴질 거 같습니다."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

"한 가지 일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 장점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다른 일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위 사람들은 게으르다고 볼 수 있는 상황도 많은 게 단점 같아요.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가끔 좋은 걸 놓치는 경우가 단점 같아요."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스타워즈>를 좋아하는데 인간의 본성과 내면의 갈등 속에서 심리적 상황을 잘 표현하는 거 같아요. 영화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데, 우리 인생도 항상 내면에서 싸우고 있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라면 좋은 거 같아요. 어려운 일이 있거나 힘든 상황에서도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면 희망의 지혜로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이게 1977년도에 조지 루카스 감독이 만들었는데 당시 시대의 흐름에 앞서 진화된 모습을 넣은 거 같아요. 리메이크될 때마다 저에겐 신선하고 세대와 상관없이 공존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 선과 악의 마인드 컨트롤 같은 게 있잖아요. 100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진실도 포함한 거 같습니다."


끝으로 향후에 어떤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으신지.

"항상 겸손한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채민상>

- SAIC 대학교 졸업(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IL

- <심해-기억과 혼선(Deep Sea- Intertwined Memories)> 초대전

- 인스타그램 @minsangchae


채민상2.jpg ⓒ (좌) '채민상'님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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