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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21)] 청년 '곽우성' 편

"이걸 보시는 분들이 샤워할 때 노래를 불러봤으면 좋겠어요."

by 청도 황희두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살면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있다. 하지만 공동체 속에 살아가고 있기에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주인공은 단체에서도 남들의 시선보다는 최대한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개척중인 사람이다. 특히 보건복지에 관심이 많은 주인공 '곽우성' 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보건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는 청년 '곽우성'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청년문화포럼 보건복지위원장,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는 곽우성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보건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고2 때 볼거리가 한창 유행했는데 제가 친구한테 전염됐어요. 2주간 학교를 못 나갔는데 치명타였죠. 막상 학교에서 해준 건 격리조치밖에 없었어요. 전염병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하는데 국공립학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지침사항조차 없었거든요. 최소한 집에서 따라갈 수 있을만한 교육이나 대처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죠. 개인적으로 100% 책임을 물게 되었는데 이런 게 보건문제라 생각했어요. 왜 우리나라가 후진국인지 그때 알게 되었죠."


우리나라 보건의 현실을 어떻게 보시나요.

"공부할수록 우리나라가 보건뿐만 아니라 복지 시스템도 열악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정말 힘든 분들이 사각지대로 열외 된 경우가 많아요. 제도가 좋아도 시민들에게 납득이 안 가는 정책이라 한다면 시행이 안 되더라고요. 결국 정치랑도 연관될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낀 거죠. 앉아서 좋은 정책이라고 홍보만 해봤자 사회는 절대 안 바뀔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옆에 있는 사람에게라도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계속 청년문화포럼 활동을 하는 것도 있어요."


보건복지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시죠. 앞으로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을 정리해서 홍보하고 싶어요. 그런데 여건이 안 되네요(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이유를 묻는다면 주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잖아요. '지금 정부가 욕을 먹는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이런 것도 홍보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나네요. 예전에 서울시에서 청년들의 정책을 만든 어젠다가 있었잖아요. 실제로 청년들이 의견을 내고 정책으로 발의될 수 있도록 하는 거요. 그 정도 하면 제가 생각했던 목표에 근접할 거라 생각해요. 정책을 직접 발의를 하는 것이죠."


그는 과거 패션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 ⓒ <청년문화포럼 제10회 컬쳐쇼> 당시


예전에 패션 위원장으로 활동하신 경력도 있습니다. 패션과 보건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요.

"패션은 단순 호기심으로 지원한 건데 들어오자마자 위원장을 맡게 되었어요(웃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친구들을 꼬셔서 3명 체제로 유지했어요. 리쿠르팅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10명까지 늘어나더라고요. 그 사람들하고는 뭘 해도 재미있었어요. 밥 먹고 전시만 해도 추억으로 남았는데 지금은 다들 나갔어요. 개인적으로 만나는 거지만 아직 다들 연락하고 지내요. 활동을 안 해도 이런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가 된다는 걸 이들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패션위원회가 없어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해봤기에 시간낭비는 안 했다고 생각해요.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남들의 시선보단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거 같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인데, 실제로는 논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아요.

"저는 노는 거라고 생각 안 해요. 나중을 위한 거죠.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 포럼에서 쓰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각자 최대한 경쟁력을 쌓으라는 거예요.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을 테니 자유롭게 하라는 취지였어요. 혹시 주위에선 노는 거라 볼지라도 저는 상관없어요. 실제로 노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바쁜 시기기도 하고, 포럼이 아닌 학교 일정이나 개인 스펙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 게 각자 인생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제 사람들이 포럼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거든요. 추후에 자리 잡고 돌아와서 보답하면 그게 오히려 포럼에도 더 도움이 되잖아요. 저는 나중을 위한 전초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저는 서울대학원에 온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단기간에 목표해서 이루어진 경험은 물론 있겠지만 큰 목표나 계획이 달성된 건 처음이에요. 주위 사람들에게서도 연락이 오더라고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인간관계'라는 게 참 무색 하단 걸 느꼈어요. 연락도 안 하던 친구들한테서 갑자기 연락 오는 걸 보니, 마치 서울대가 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버린 거 같아요. 정말 가까운 사람 아니면 사람 자체에 약간 신뢰하지 않게 됐어요. 정말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최대한 남을 많이 도와주려는 편이에요."


과거에 저도 실컷 조롱하던 친구들이 막상 프로게이머 된 후에 태도가 달라졌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지금의 본인에게는 만족하시는지.

"아직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만족하지 않아요. 아직 여기서 안주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행복한 상황이고 특히 '하고 싶은걸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활동가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고 했다. / ⓒ 보건복지위원회


오늘날 청년들이 불행해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자취 중이라 '1인 가구'에 관심이 많아요. 독거라는 건 사실 모든 연령층에 적용되는 주제거든요. 독거노인부터 이혼해서 혼자 사는 중년, 자취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정작 1인 가구에 대한 제도는 많이 없어요.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 중에서 한 25% 정도라고 보면 되거든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인데도 건강보험은 전부 4인 가구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불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혜택은 제한적인데 책임은 무조건 개인에게 다 돌아가요. '건강을 보장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말은 실효성 없는 정치적인 말이라고 봐요. 정부가 보장해줄 수 있는 부분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이 생겨나면 조금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영화 <호밀밭의 파수꾼>이요. 주인공은 작가인데 본인 인생 이야기를 쓰는데 정말 원했던 저널이랑 출판사로 투고하길 원해요.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형식에 맞지 않아서 원했던 출판사에 투고를 안 해요. 그 사람은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있어요. 출판사의 문체, 분위기가 있는데 그런 거에 따르지 않고 개인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려서 투고를 시켜요. 중요한 건 고집부려서 자기거만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타협을 본다는 거예요.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살려가면서도 나보다 더 나은 것을 인정하고 그것과 융화되는 삶'이 제가 받은 이 영화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씀이 있다면.

"이걸 보시는 분들이 샤워할 때 노래를 불러봤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노래방에 가는 수고를 덜 수도 있어요. 물론 반주가 없지만 그냥 불러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샤워에 집중하지 말고 노래에 집중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피로도 풀리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저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내가 낳은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죠. 그러려면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도 있어야겠고 변화할 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도 많아져야 할 텐데, 그런 환경들이 그냥 스스럼없이 가능한 자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후손들이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될 테니까요. 그때 좋은 아빠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가정에도 충실한 의미도 있습니다."



<곽우성>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과정 재

- 청년문화포럼 보건복지위원장


(좌) 필자 / (우) '곽우성' 님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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