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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27)] 청년 '정우서' 편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by 청도 황희두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프로게이머로 우승을 경험하고 해설자로도 자리를 잡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남들이 보기엔 걱정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주인공은 여전히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바로 청년 '정우서' 님의 이야기다. 그가 어떤 인생을 준비 중인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 카페로 향했다.


정우서.jpg ⓒ 소집해제 후 새로운 길을 고민 중이라는 청년 '정우서'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前 프로게이머이자 해설자였던 정우서입니다. 반갑습니다."


얼마 전에 소집 해제를 하셨다고요.

"거기 있을 땐 빨리 나와서 하던 일들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까 지하철이 그립네요(웃음)."


게이머와 해설자는 약간 다른 경험이었을 거 같아요.

"선수 때는 스스로와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해설 같은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많이 보시니까 그들에게 어필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용어 정리하는 게 힘들었고, 모르시는 내용을 풀어서 말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프로게이머는 특별한 직업이고, 해설자 같은 경우에는 프로게이머와 일반인을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이라고 봐요. 특히 해설자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던 거 같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선수 시절에는 스타 2에서 우승했을 때요. 팬 분들이 제 경기를 보면서 환호해주신 건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해설자는 처음엔 재미없을 거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달랐어요. 저랑 같이 했던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몰입도 되고, 선수가 아니더라도 그 무대에 조연으로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뜻깊은 추억인 거 같아요. 선수 시절엔 우승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내가 거기에 서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해설자 땐 뿌듯함을 느꼈던 거 같습니다."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요. 심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스타 2 처음 도전할 때만 해도 우승하기 전까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어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나'하는 불안감도 있었는데, 우승을 하고 나서는 크게 달라졌던 거 같아요. 무대에서 우승한 순간만큼은 제가 주인공이었잖아요. '정말 뭐라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자존감을 얻을 수 있었던 터닝포인트 같아요. 아직도 생생합니다(웃음)."


정우서3.jpg ⓒ 그는 무대에서 우승한 순간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한다.


결승 당시 수많은 관중들 앞에 서면 엄청 긴장될 거 같은데요.

"심지어 상대 선수가 유명한 장재호 선수였어요. 독일에서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제 병력이 죽으니까 막 소리 지르는 게 느껴졌어요. 그때 들었던 생각은 '어차피 악역 된 거 아예 악동이 돼보자'였어요. 그리고 저는 결과에 집중하면 더 긴장하게 되는 거 같더라고요. '최선만 다하자.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니까 긴장이 덜 됐던 거 같습니다."


요즘 일상은 어떠신가요.

"사실 요즘은 회의감이 많이 들어요. e스포츠에 10년간 있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느낌이에요.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게 많이 무섭고 혼란스럽기도 해요. 잃어버린 10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뭘 위해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물론 이런 과정도 이겨내라고 던져준 거겠죠."


요즘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방송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쪽은 생각이 없으신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솔직히 얘기해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서 휴식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지금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나이가 있다 보니 마음대로 휴식도 못 하는 거 같네요. 계속 조바심이 생겨요. 스트리머로서 제가 내세울 수 있는 매력이 뭔지 고민해본 적도 있는데 참 애매한 거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아이들이 본다면 굉장히 의아해할 거 같네요. 그래도 우승까지 했던 경험이 있는데.

"보통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 학교에선 제일 잘해요. 우물 안 개구리로 출발하죠. 저는 반대였어요. 중학생 때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을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들을 이겼을 때 전율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데뷔를 해도 대부분 성공하진 못 하잖아요. 원래 제가 사람들에게 '프로까지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그 노력으로 뭐든 하면 될 거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요샌 그런 말을 제가 듣고 있어요(웃음). 이걸 꼭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건지, 아니면 프로게이머로 가는 과정이 좋은 건지요.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재미없어요. 물론 이겼을 땐 재미있고 보상을 크게 받지만요."


정우서2.jpg (좌측에서 첫 번째) 해설자 당시 모습 / ⓒ 엑스포츠뉴스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

"장점은 마음먹은 건 전부 해내는 거 같아요. 목표치를 세웠을 때 목표를 크게 세우지 않거든요(웃음). 다만 현실적으로 하나에 집중을 잘하는 거 같아요. 그 순간에 올인을 잘하는 거죠. 덕분에 프로게이머도 되었고, 해설자로서도 좋은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던 거 같습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겁이 많은 거요. 제가 과감하지 못해요. 조금 더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했으면 목표치보다 더 결과물을 냈을 거 같거든요. 욕심이 없진 않은 거 같은데 겁이 많으니까 '아 나는 안 될 거야', 그래서 목표를 크게 못 세웠던 게 저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선수를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했던 게 있어요. '아 나는 좋아하는 걸 해봤으니까, 내가 잘하는 걸 해보자'라는 생각이거든요. 좋아하는 걸 해서 쟁쟁한 선수들에게 벽을 느끼고, 이 길이 아니란 생각을 해봤으니, 이번엔 제가 누군가에게 벽이 되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의 재능이 뭔지 고민해본 적이 있거든요. 저는 글 쓰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하게 작가, 영화감독 같은 스토리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요즘도 그런 생각 한 번씩 하긴 해요. 여전히 막연하게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아 고민이 참 많네요."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게임을 하면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남들을 의식한 걸 수도 있어요. 나중에 그만두고 나서도 프로게이머였다는 사실이 창피하지 않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후회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최대한 좋은 모습, 게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돼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정우서>

- 前 스타크래프트 1,2 프로게이머

- 前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선수 및 해설자


정우서2.jpg ⓒ (좌) '정우서'님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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