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고 그런 건 혼자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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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본인도 모르게 남의 인생에 간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그 사람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괜한 오지랖일 뿐이다. 이번 주인공은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이 많은 청년 '김지현'님의 이야기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2살 되는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현재 포럼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활동 중이십니다. 어쩌다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제가 뭘 좋아하고, 어떻게 열심히 할지 생각해보다가 '아 내 취미가 영화 보는 거고, 다른 사람들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다 대학은 무역 쪽으로 가게 되었지만 영화를 수출 수입해보면 되겠다 생각해서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그러다 우연히 청년문화포럼을 알게 되었고 비영리단체구나해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곳은 영화 감상, 영화 촬영 동아리 이런 구체적인 곳이 많았는데 여기는 문화예술을 다양하게 취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좋은 사람들을 포럼에서 많이 만났던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평소에 많이 배우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의 말에 감명을 받거든요. '아, 이 사람은 이런 인생을 사는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많이 배워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포럼에 와서 정말 많이 한 거 같아요. 대단한 분들도 정말 많았고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사람들을 이끌어가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그것도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한다고 말을 한 거였어요(웃음). 일단 포럼에 왔으니 뭐든 다 해봐야겠다 싶어서 지르는 마음으로 기획을 하겠다고 한 거거든요. 솔직히 처음엔 기획이 잘 될 줄 알았는데 각종 문제가 있었어요. 이때 확실히 경험하는 거랑 멀리서 지켜보는 거랑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리더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크게 깨달았고요. 지금도 콘서트 기획 홍보팀장을 맡아서 남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제가 리더로서 다 케어해야 해요. 모든 팀에서 무슨 일 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다른 팀은 뭐가 필요하고 우린 뭘 해야겠구나 이런 것들을 제가 잘 전달해줘야 하죠. 예전에는 멤버들을 잘 챙겨주지 못했던 기억이 나서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이론을 통해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몸소 경험해야 알 수 있다는 말도 뭔지 알았습니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 힘들다는 걸 느끼신 거 같네요.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제가 그걸 너무 쉽게 봤다고 생각해요. 그냥 '말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기획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일을 부탁하거나 의사 전달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럴 때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을 해줘야 하는데, 제가 그런 능력이 정말 부족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과거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원래 메모도 잘 안 하는 성격이었는데 메모도 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걸 깨달으신 거 같아요.
"엄청 힘들었어요(웃음). 그 후로 누군가가 '마카롱 프로젝트 어땠어?'라고 물으면 '2.5기가짜리 USB가 있으면 거기에 1 테라 짜리 데이터를 한 번에 몰아넣은 기분이다'라고 말해요. 배우는 건 많은데 제 몸이 감당을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되게 많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주위 오빠, 언니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룰 수 있었답니다."
앞으로는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지.
"지식을 채우는 활동 위주로 해보려 해요. 그동안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값진 경험을 했어요. 그때마다 '내가 지능적으로 부족한 게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에는 영상 기술, 일러스트, 말을 전달할 때 인용을 잘하는 사람 등 멋진 분들이 많았거든요. 이에 반해 저는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부족했던 지식이나 기술적인 면을 보완할 거 같아요."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님을 진짜 좋아해요. 그분이 여성 캐릭터들을 주연으로 삼고, 그분들의 서사를 위주로 많이 쓰시더라고요. 한국 영화사에 꼭 필요한 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대표로 뽑자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두 영화를 추천드려요. '주인공의 상황에 놓이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들이 계속 생각나거든요. 저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오늘날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회적 분위기로 '빨리 뭘 해야지, 젊을 때 얼른 성공해야지, 직업을 가져야지' 이런 게 있어요. 주위 공무원분들도 '요즘 대부분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하던데 그런 걸 보면 되게 안타깝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공무원 일만 하기에는 아까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심지어 민간 기업에서 지친 사람들이 공무원으로 온대요. 다들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청년들을 굉장히 힘들게 만드는 거 같아요. 개성을 찾기에는 남들 눈이 너무 많은 거죠. 실제로 해외 사람들이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의 눈치를 많이 본대요. 물론 저도 지금 그렇기도 하고요(웃음)."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
"제가 원래 자기합리화적이면서도 모순적으로 자아비판적이에요. 자아비판적의 단점은 자존감을 많이 깎아먹어요. 스스로 '나는 한 없이 작은 사람이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 낯가림이 되게 심해요. 그 이유도 '자존감을 많이 깎아먹어서 이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도 계속하는 이유는 제가 잘난 척을 많이 하면 항상 크게 실수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스스로 채찍질을 해요. 이외로는 제가 성격이 급한 편이라 누군가가 답답하게 하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요. 그걸 고쳐야 해요. 솔직히 '나도 일을 잘하는 게 아닌데 왜 남을 비판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저를 비판하는 게 장점일 수도 있는데 단점일 수도 있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제가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이런 콘서트를 기획한다고 했을 때 '왜 그런 실용적이지 않은 일을 해요?'라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어요. 사실 누군가의 관심분야나 꿈일 수도 있잖아요. '그건 너에게 실용적이지 않은 거잖아, 왜 너한테 배움이 없는 걸 하려고 해?'라고 묻는 건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이 중년이셨는데 어쩌면 세대 간에 그런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지금 세대는 보통 Yolo라고 '하고 싶은 걸 하는 시대'가 왔고, 그분들은 '열심히 하면 성공이 오는 시대'에 사셨잖아요. 저희를 위해 해 주시는 말씀은 감사한데 누군가의 인생과 활동을 보고 '쓸모없다', '실용적이지 않다', '왜 저런 걸 하지?'라는 말씀은 혼자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잠시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혹여라도 나쁜 결과가 나오면 스스로 배우기도 하니까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시고 '참견하지 말자'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답니다. 마치 걸음마를 이제 막 떼기 시작한 어린 아기들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1월 26일 저녁 7시에 성신여대역에 있는 '나니아의 옷장'에서 작은 콘서트도 준비했어요. 저희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준비한 건데 티켓 오픈됐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김지현>
- 청년문화포럼 문화예술위원회 부위원장
- 덕성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 인스타그램 @wlgus4334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