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그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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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자유란 무엇일까. 주체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이번 주인공은 사회인들의 독서 모임을 운영 중이며 이외로도 뮤지컬, 회사원 등 다양한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항상 고뇌하는 청년 '오명석'님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체적인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오명석이라고 합니다. 좀 어렵지요?(웃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막상 자유를 받으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 같아요. '자유'라고 하면 큰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있지요. 하지만 분명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가지려면 제가 진정 뭘 원하는지 아는 성찰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주체적인 자유'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답니다."
소개부터 굉장히 철학적이십니다. 어쩌다 지금의 길을 선택하게 된 건지.
"사실 이곳에 오기까지 철저하게 계획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늘 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안테나를 세웠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일상 속 스치는 많은 순간들을 기회로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보이면 주변에 소문내고 일주일 내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때마다 주변에 좋은 인연의 도움이 크지 않았나 생각해요."
굉장히 주체적인 삶을 꿈꾸시는 거 같아요.
"사실 전 인생이란 여행지를 열심히 헤맨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어요. 다양한 경험을 아직 많이 못했으니까요. 이럴 땐 우선 '감각의 예민함'을 곤두세워서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 느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하나씩 작은 도전을 시도하면서 판단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하고 감이 와요. 생각보다 우리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만 엄두도 못 냈던 작은 도전들을 해보면 인생이 풍요로워지거나 생각지 못한 기회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봐요."
오늘날 청년들은 왜 힘들어하는 거 같은지.
"누군가가 '틀렸어'라고 할까 봐 생각 드러내길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나 생각을 하면 평가와 비교의 대상이 된다고 느끼는 거지요. 참 어려워요. 자아 형성이 되고 생각이 왕성해지는 청소년기에 우린 모두 시험지 앞에서 '정답'만을 체크해야 했어요. 어쩔 수 없는 현 교육제도의 한계예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다듬고 포용할 여유 없이 레이스를 달린 후 대학에 도착했어요. 비로소 생각할 여유와 시간이 생겼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어색하죠. 어딘가에 '정답'이 존재할 것 같으니까요. 어렵지만 조금씩 용기를 가지시고 생각의 근육을 키워 보시는 연습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회인들의 독서 모임인 <성장판>도 이끌어가는 중이십니다. 본인은 어쩌다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전 어릴 땐 책을 많이 읽었지만 독서모임 만들기 전까진 책을 안 읽었던 사람이었어요(웃음). '함께하는 독서에서 흥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순간, 신정철 작가님께서 좋은 제안을 주셨어요. 그렇게 시작하여 지금의 <성장판> 모임을 함께 일구어 왔습니다. 저는 '누구나 독서를 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철학이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도 책을 읽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는 분들을 위해 편하게 참여하실 수 있도록 '판'을 넓혀갈 예정이에요."
얼마 전 저희 단체 교육위원회에서 독서량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보고 크게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독서가 주는 심리적 장벽엔 여러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로 어릴 적 경험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이고, 둘째로 수준 높은 책만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깔려 있는 것, 마지막으로 습관 형성을 위한 모임을 못 찾는 것이라 봐요. 어릴 땐 시험 독서가 주를 이뤄요. 자습서로 대충 줄거리를 훑고 작가의 의도를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독서를 할 때 즐거움보단 안 할 때 해방감이 더 클 거라 생각해요. 물론 교육제도의 한계로 제도만 탓하기엔 조심스럽죠. 대부분 사회에 나오면 독서에 대한 니즈는 한 번 이상 생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혼자 하려니 함께 할 사람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저는 <성장판>을 통해 많은 분들께서 '오, 책 읽기가 생각처럼 어려운 게 아니네? 함께 이렇게 독서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걸 느끼신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전자책이 생겨나고 각종 미디어에 익숙해지면서 '종이책의 시대'가 끝났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어요. 심지어 요새는 뉴스 제목만 본 후 스크롤 쭉 내려서 댓글로 지식을 채우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그것도 받아들여야 할 독서문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큰 범주에서 텍스트를 읽고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을 독서라고 정의해 본다면 그들 나름의 최적화된 독서를 한다고 봐요. 저는 책의 내공에 따라 나름 고유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어떤 책은 그 자체의 메시지와 철학이 너무 가벼워 말씀하신 것처럼 몇 줄의 콘텐츠로도 충분히 파악이 가능할 수 있고요. 또는 전차책으로도 해소가 되지요. 하지만 '종이책의 종말'을 말하는 부분은 조심스러워요. 그런 고정된 시각이 오히려 종이책에 대한 마음을 반감시키고 때가 되면 책을 펼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암묵적인 장벽을 만드는 말이라고 봐요. 분명 메모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종이책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모임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정말 애틋하게 느껴지겠어요.
"매 순간 감사하고 믿기지 않지요. 특히 모임을 통해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해요. 함께 활동하는 분들이 나중에 전부 비범한 사람들이 되면 좋겠어요. 지금 함께 하는 분들이 성장해서 모두 다 능력자가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도 꾸준히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고 싶어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능력자가 엄청난 부와 명예만을 뜻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보니까 뮤지컬 연기도 하셨어요. 말씀하신 대로 정말 자유롭게 살아가시는 거 같은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으신가 봐요.
"매번 두려워요(웃음). 취미도 책임감 있게 잘하고 싶거든요. 연기를 좋아해서 뮤지컬 동호회에 들어간 지 4년이 되었고요. 그동안 단편 영화 2편, 작품 3편 출연, 연기 지도 3회 등을 했어요. 매번 도전에 저를 던져 놓고 '왜 일을 벌여가지고!'라며 머리를 뜯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합니다. 무대에 올라가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확실히 기회를 준 과거의 나에게 고마워져요. 이것도 중독인가 봐요."
주위에 추천할만한 책이나 영화가 있나요.
"책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요. 모든 사람들에게 '꼬마악마'라고 불리는 마음에 상처 많은 주인공 제제가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돼요. 물론 그들과 슬픈 이별을 하지만 훗날 어른이 되어 자기와 같은 꼬마에게 자신이 받은 사랑을 베푸는 장면이 아직도 콧등이 시큰해요. 영화는 드림웍스 영화를 좋아해요. 주인공들이 장애가 있거나 비주류거든요. 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영웅이 되지요. 어쩌면 우리들에게 가장 용기를 주는 스토리를 가진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생각해요.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가 주류라고 생각하진 않잖아요(웃음)."
본인의 '자기 다움'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저의 직함과 직책을 모두 걸러내고 남는 '있는 그대로의 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지만 그게 날 것의 자기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백그라운드를 떼고 난 뒤에도 그 사람을 정의했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할수록 직함과 직책이 부여된 집단 자체를 자신으로 동일화하여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쉽게 꼰대가 될 수 있어요. 특히 젊은 꼰대는 더 무섭지요(웃음)."
저도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본인의 실력이 없으니 어떤 직함을 내세우는 것이죠. 한 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만큼 속이 새까만 겁쟁이라는 걸 스스로 반증하는 거니까요.
"조심해야 해요.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겐 충분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늘 마음속으로 '그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품고 살아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늘 내 기준에서 이해가 될 수 없어요. 그럴 땐 '그럴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보면 조금 더 수월해져요. 물론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감사함을 늘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은 용기를 내는 목소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무턱대고 '나도 아파'라는 위로의 말보다 지금의 내 상태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 지요. '나 이게 두려워'라고 말하면 옆에서 속으로 생각해요 '어? 나도 그걸로 힘들었는데'. 그렇게 한, 두 명씩 말하게 됩니다. 그렇게 공감대가 생기면 서로를 보듬어 주고 말에 용기가 생기고,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게 개개인이 주체적인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거라고 봅니다(웃음)."
<오명석>
- 독서모임 '성장판' 운영진
- 티몬 매니저
- 브런치 @oms1225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