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도 황희두 Mar 20. 2019

[황희두의 청터뷰(36)] 청년 '김영진' 편

"대중문화와 환경을 잇는 뼈대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오늘날 지구의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정작 환경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번 주인공은 어렵지만 환경과 대중문화를 연결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청년 '김영진' 님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환경과 대중문화를 연결하고 싶다는 청년 '김영진'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를 문화적인 접근으로 풀고 싶은 김영진이라고 합니다. "


환경에 어쩌다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전공이 환경공학이다 보니 그때부터 발 담근 거 같아요. 학생회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매년 지구의 날, 환경의 날 행사를 하면서 제가 캠페인을 즐긴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제가 배우고 있는 환경공학은 수식으로 해법을 만들어내는 활동인데, 아무래도 이러한 방식은 물질에만 집중하고 있어 국소적이고, 또 산업 현장에서 조금 위험한 업무들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 어려운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재미있는 요소로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서 현재는 대중문화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아무래도 그나마 최근에 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2018 - 기후변화 힙합 토크콘서트>예요. 그린피스와 함께 래퍼 이그니토를 모시고 기후변화와 랩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처음에는 토크 패널로 참여하기로 했었는데, 그 후에 상황이 많이 변해서 기획부터 MC까지 도맡아 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 '괜찮아 마을'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한동안 손혜원 의원님으로 인해 뜨거웠던 목포 원도심에 6주간 머물면서 청년들에게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목포의 도시재생을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다들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받을 수 있는 코스였죠. 그때도 작은 문화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목포시민-여행자-괜찮아마을 주민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파티를 만들었어요. 이때 참여자들의 마음속에 환경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쌀 빨대를 드리면서 경험해볼 수 있게 했어요. 나름 인싸기질을 환경과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데에 잘 이용했던 것 같아요. 이런 것처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거창한 것을 욕심내는 것보다 지금은 조금 더 생활 속에 스며드는 것들을 만드려고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힘드셨을 텐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모든 일에 늘 멋진 런웨이만 있진 않을 거예요. 런웨이 뒤에 아수라장이 있다는 걸 명심하고 갔기에 저는 아주 어렵거나 힘든 기획은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6주간 콤팩트 하게 일정을 짜다 보니 타이트했던 거 같기도 해요. 이전 직장이었던 환경재단에서 하는 피스 앤 그린보트는 7박 8일 이상 미친 듯이 일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건 강도가 강하진 않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마음의 치유가 되기도 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다녀와서는 조금 자신감이 충만해진 거 같습니다. 저에 대한 불안감도 많이 줄었던 거 같고요."


ⓒ 평소 런웨이 뒤에 아수라장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저는 철학자 강신주 선생님이요. 예를 들면 '꿈을 직업화하지 말고 문장화하라' 이런 거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문화인류학자 엄기호 선생님도 알게 되었는데 정말 우연이었어요. 저는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나와서 학교 성적에 대한 경쟁이 심했어요. 항상 학교에 가면 12시에 집에 오고 이런 생활을 항상 해왔기에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독서실에 꼭 있었죠. 하지만 대학에 가면 그게 아니잖아요. 나보다 독서실에 덜 있었던 친구들이 성적이 더 잘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서 동기부여를 위해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던 어느 날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이 있었어요. 그 책을 펼쳐보니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특히 문화인류학이라는 수업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그 책의 내용을 보고 이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저희 과에선 레포트를 쓰고 어느 정도 분량을 채워서 과제를 내는데, 그분은 A4 한 장을 채우지 않더라도 핵심 메시지를 정확히 적는 연습을 시켜주셨어요. 웹툰,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삶과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고 심지어 슈퍼스타 K를 보고 글 쓰라고도 해주셨죠.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그때 제일 많이 성장하게 된 거 같아요. 이후로는 군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박웅현 선생님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었어요. 이 책 덕분에 울림이 주는 문장들을 수집하는 욕구가 생겼어요. 꼭 많은 책을 읽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울림이 주는 한 문장들을 습득하고 그걸 내재화하는 것에 대해서 더 공감했던 거 같아요. 군대 제대 이후에 돌아와서도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어떠한 과학지식 보다 조금 더 철학적이고, 문화적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법한 것들이 생기면 직접 현장에 찾아가고 재미를 느껴보고자 했던 거 같아요."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환경영화를 추천하고 싶지만, 그것을 보기 전에 꼭 봤으면 하는 영화 두 편 먼저 소개하고 싶어요. 문화인류학 수업 때 봤던 건데 <디 벨레>라는 영화가 있어요. 무정부주의를 가르치고 싶어 하던 선생님이 독재정치를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놀라웠어요. '프로파간다'가 어떻게 양산되고, 펼쳐지는지에 대한 거예요. 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선생님 개인의 실험이었거든요. 처음 학생들은 현대사회에서는 독재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부 학생들이 네오나치 수준으로 심화가 되면서 생기는 사건들을 다룬 영화예요. 이건 현대사회에서의 여론전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영화였어요. 이건 꼭 추천해요. 하나 더하자면 <디태치먼트>라는 영화가 있어요. 주인공이 문제아들이 많은 학교에 배치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루는 영화인데요. 저는 한국의 교육방식에 대해서 마음에 안 들어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학교 선생님과 부모의 교육과 실제 학생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교육의 간극을 볼 수 있는 영화예요. 그걸 보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며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디태치먼트>의 명대사 중 하나가 “아이를 갖기 전에 부모가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교육에 있어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책은 역시나 <책은 도끼다>가 아닐까요. 스스로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생기는 콤플렉스를 벗어나게 해 준 원동력이었어요. 인상 깊게 남은 문장이 '사람들은 런웨이는 보지만, 그 뒤의 아수라장은 잘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때부터도 런웨이보다는, 그 뒤의 아수라장을 보려고 하는 삶이 시작되었어요. 그래서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있어서 단서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계기였던 거 같아요. 정보를 얻는 것도 요령이 필요한 거 같은데, 그런 요령과 태도를 이 책에서 많이 배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늘날 청년들이 불행해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돈 가지고 장난하고 밑에 부하직원을 시켜서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전가하거나, 본인이 책임진다는 명목 하에서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얼마 전에 이야기가 나왔던 위험의 외주화도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 아닐까요. 책임 결여자들이 문제인 거 같아요. 애초에 책임지지 않는 일을 만든다는 포지셔닝도 문제예요. 결국에는 일을 한다는 건 책임질 일이 늘어나는 건데, 그거에 대한 걱정은 할 수 있어도 주어진 책임에 대해서까지 아예 다 회피하는 건 조금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대체로 과잉 책임감 때문에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 상황에서 눈감는 상황도 있어서 모순적이라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다른 팀에서 책임지지 않는 걸 제가 다 책임지는 바람에 힘들다는 말도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이처럼 책임이라는 단어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면밀히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사회, 노동, 환경 문제 전부요. 책임지지 않는 사람과 그 덕에 생기는 과잉 책임감. 적당히가 없는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는 현대 사회에서 '책임'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유의 끝에서 마주한 모순과 새로운 딜레마에 많이들 놀라곤 하죠. 

"자유와 책임을 분배하기 위해서는 체계도 중요할 텐데, 이 체계에 대해서 참 애매한 딜레마가 있어요. 어떤 누군가는 갖춰진 체계에서 자신이 아주 발휘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누군가는 체계가 없을 때 스스로 체계를 잡으면서 능력 발휘가 되고, 아니면 체계가 없는 공간에서 창조적으로 발휘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결국 우리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서 뭐가 옳고 그름인가? 어떻게 살아야 옳은 건가? 이런 말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20살 초까지 정말 많이 한 거 같아요. 이게 맞잖아, 옳잖아라고 말하고 나면, 금세 다른 조건과 다른 상황들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요즘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가다 보면 너무 복잡하고 지금 대중 미디어가 주는 메시지들도 굉장히 세분화되어있다 생각해요. 과거에 제가 쓴 글을 보면 '왜 이렇게 획일적으로 생각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이 복잡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면 저는 대체로 과잉 책임을 무는 스타일이다 보니 자유도가 높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땐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그 사람을 그냥 안 보고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라 인정하고, 아니면 정말 아프더라도 끌어안으면서 이해하려 하든가. 이해와 인정은 다르잖아요. 이해는 오해를 기반으로 하는 건데, 인정은 그 자체로 보고 넘어갈 수 있어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랑을 하는 관계에서도 친구를 맺는 우정의 관계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인식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하고 사랑할까, 인정하고 무뎌질까."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

"저는 장점이자 단점인 게 눈치가 너무 빠른 거 같아요. 사회생활에서 나름 쓸모가 많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커서 스트레스가 조금 있어요. 눈치가 없을 거면 아예 눈치 없이 행동하는데, 이러한 눈치 없는 행동도 눈치를 봤기 때문에 일부러 그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때가 있어요. 일부러 그런 척을 할 때가 있어서 그럴 때면 제가 교활해지더라고요. 이것과 동시에 보통 판단할 때 좋은 것의 상한선은 정해져 있어요. 하지만 좋아하지 않은 것에 하한선은 없더라고요. 밥 먹을 때도 맛집을 찾아다니더라도 아주 세분화된 맛의 승패를 두진 않아요. 다 맛있는 것 중에 하나지 그런 건데, 안 좋고 실망하는 건 너무 다양하게 실망하고, 더 안 좋은 건 분명 해지더라고요. 실망은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인류애를 잃는 순간이 많았어요. 더 이상의 실망을 막기 위해서 지금은 사실 '무관심'을 연습하고 있어요. 그냥 관심을 안 두면 그 사람이 어떻게 되든 말든, 그냥 느슨한 관계인 거죠. 그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저에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눈치가 빨라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을 하려고 애써 머리 꼭대기에 서서 맞추는 행동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제가 어떤 행동만 하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의 감정일 뿐이고, 그럼에도 나를 좋아하면 좋아하자. 그래서 그냥 제 그대로의 무관심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냥 두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이런 거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지.

"일단 대중문화와 환경을 잇는 뼈대를 만들고 싶어요. 사진전이든 영상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토크든 하면서 일상 속에서 환경이 소비될 수 있고, 그것이 영리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확신을 만들고 싶다는 게 커요. 그러려면 어쨌든 대중문화다 보니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숙명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솔직히 관심을 받는 일이 더 편하기도 해요. 앞서서 사람을 모으는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한층 더 여유 있게 타인을 대하며 지금까지의 예민한 모습보다는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삶은 이왕이면 제대로, 대신에 한 계단씩 차례대로 성취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그 사람의 삶을 내가 지시해서 바꾸는 게 아니라, 함께 한걸음 나아가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온 세상이 떠들썩하고 많은 일들이 어렵더라도 같이 걸어 나가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임의 적당한 무게도 알고, 혼자 가지도 말고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게 동시대의 청년이거나, 앞서 희생했던 선배님들이거나 같이 성장해나갈 친구들(후배라는 말은 안 쓰려고요) 이든 같이 손잡았으면 좋겠어요."



<김영진>

- 팟캐스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남자들’ 패널

- 前 환경재단 PD


(좌) 김영진 님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황희두의 청터뷰(35) 청년 '정주홍'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