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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May 04. 2019

[황희두의 청터뷰(39)] 청년 '허윤' 편

"약자의 무력감이 반복되면 결국 쉽게 포기하게 되는 거 같아요."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어릴 적 약자의 입장에서 무력감을 많이 느껴온 사람일수록 쉽게 포기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어디서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다면 그 삶은 누가 책임져줄까? 이번 주인공은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친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한의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청년 '허윤'님의 이야기를 통해 약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친 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청년 '허윤'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원광대학교 한의학과(본과) 1학년 26살 허윤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한의학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서울 소재의 대학교에 영문학과를 다니며 영어 교사를 꿈꾸었습니다. 형편이 어렵거나 교육 기회에 있어서 불평등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적인 부분에서 제 능력상 부족한 점이 많이 있는 거 같아서 교사로서의 꿈은 포기하였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직업을 고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친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한의사란 직업을 갖고자 한의학과에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쪽이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엔 '문과였던 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부하다 보니까 이만큼 잘 맞는 직업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그들이 저로 인해 변해가는 걸 볼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직업은 적성상 이러한 요소가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나요.

"축구선수 박지성 선수요. 누구나 알다시피 박지성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온갖 시련을 다 이겨내고 세계 최고 무대에서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셨잖아요? 내가 비록 지금은 나약할지라도 나의 진심과 열정은 언젠가 통한다를 전 세계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을 해요. 또한 제가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 박지성 선수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여러 번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 선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럼 어떤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지.

"아동 센터에서 공익 근무를 하던 시절이요. 공익 근무를 하면서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번 느꼈거든요. 저도 학창 시절 때 체격도 작고 힘도 약하다 보니 괴롭힘을 많이 받았습니다. 괴롭힘을 받아보셨던 사람은 아시겠지만 자기가 아무리 억울한 점이 있어도 그걸 말했을 때 정당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 경험을 통한 무력감이 반복 학습되면 나중엔 어떤 상황이 닥치든 결국 '난 안 될 거야'라고 포기하게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아동센터에서 제 유년 시절의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어요. 저 역시 그와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일부러 먼저 다가갔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다방면에서 공감도 해주며 아이들의 생활 태도와 그에 따른 성격 개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내준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소집 해제 후에도 아이들을 보러 방학 때마다 매년 센터에 방문해 일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은 제게 언제든 곁에서 자신과 소통해줄 수 있는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고 결국 한의사란 직업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 무료 봉사 수업 당시 모습 /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한다.


요즘 일상에는 만족하시는지

"한의사란 직업이 저에게 잘 맞고 제가 미래에 뭘 하고 싶은 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다 세워놨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고 만족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삶 속에 있어선 조금 만족스럽진 못해요. 이전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본 데이터 중 하나가 심리학자 혹은 정신과 의사들이 생각보다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단 것이었어요. 또한 우울증이나 자존감 저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어서 이러한 직업군을 선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즉, 위의 데이터로부터 이러한 사람들은 타인의 문제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거든요. 저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저로 인해서 삶의 기쁨과 발전을 얻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 외의 개인적인 모습을 볼 때는 극복하기 힘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실은 저는 성인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키가 160cm도 안 됩니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눈초리와 수군거림으로부터 많이 고통받았고요. 그래서 키는 제게 있어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콤플렉스로 남아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불면과 가면성 우울증 문제를 크게 겪고 있는데 이런 콤플렉스를 한 번 극복해보고 싶네요.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 의아하네요(웃음)."


오늘날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이유

"'자신의 장점을 압도하는 단점으로 자기 불만족이 내재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 이상의 큰 단점들을 앓고 살아가요. 제 장점은 육각형 인간이란 것이에요. 즉 개인의 능력 측면에선 빠지는 부분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제 개인적인 능력을 보았을 땐 '왜 삶에 대해 불만족스러울까?'라고 의아함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항상 1등이었고, 명문대를 다녔으며, 지금은 한의대에 재학 중이고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도 좋은 편이에요. 그리고 예체능 쪽으로도 능력이 좋아서 노래면 노래, 운동이면 운동을 곧잘 하는 편이에요. 노래 같은 경우엔 힙합 음악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고 운동 같은 경우엔 올 11월에 열리는 캘리스 데닉스 전국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기 위해 연습 중이고요.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강의하는 능력까지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키라는 단점은 제가 가진 모든 장점들을 다 상쇄하고 제 삶 속 항상 깊숙한 곳에 남아 저를 괴롭게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의 훌륭한 장점이 있어도 이를 무력화시키는 단점을 갖고 살아가요. 학벌, 외모, 기타 등등의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여러 외부 상황들과 얽혀 자신을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요즘 청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불행하다 느끼는 것 같습니다."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영화부터 말씀드리자면 마블의 <어벤져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고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영웅물에 대한 갈증을 잘 해소시켜주는 영화라 생각해서 추천합니다. 책은 박지성 선수의 자서전인 <멈추지 않는 도전>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박지성 선수는 제 삶의 멘토입니다. 이 위대한 멘토의 자서전 속에는 본인의 화려한 외적 커리어 이면에 있던 어려운 환경,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가 쓰여있거든요. 그래서 남녀노소 어떠한 조건을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공부방 근무 당시 아이들이 찍어준 사진 / 의미가 큰 아이들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한다.


살면서 자신한테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있습니다. 사실 2017년의 저는 제 스스로에 대해서 항상 만족하고 즐거웠던 거 같아요. 왜냐하면 병역 문제도 끝냈고, 다시 한번 대입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로 인해 저의 꿈과 미래 방향도 한층 더 명확해졌으니까요. 2017년 한 해에 있어서 제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뭐하나 빠지지 않는 잘난 놈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앞서 말했던 거처럼 한의사로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소통하며 공감해줄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의료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1차 의료 기관에 종사할 의료인으로서 제가 가진 역량 내에서 가능한 것들을 최대한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걸로 '병원 가지 말고 집에서 고치자'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지역 자치 기구를 통해 무료로 강의하고 싶습니다. 지역 사회 내의 1차 의료 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과 더불어 그들 옆에서 그들이 아프지 않게 관리해주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지역 사회 내의 의료인들 중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관리'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공략하고 싶어요. 현대인들은 대부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잘못된 자세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부분들은 근골격계 부분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해부학적 지식과 그에 따르는 자세 교정법들을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강의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저처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의 삶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신 분들 내지는 그런 콤플렉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기 삶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그걸 표출하고 싶으신 분들께 생각보다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허윤>

- 원광대학교 한의학과 재학

- 원광대 한의예과생들을 위한 해부학 강의 멘토

-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육위원회 소속


(좌) 허윤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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