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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May 13. 2019

[황희두의 청터뷰(40)] 청년 '이하은'편

"저는 저를 사랑하고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나 확실한 것은 여기서의 '만족'이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인공인 청년 '이하은' 님은 만족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신도림에 위치한 한 카페로 향했다.


ⓒ 스스로 만드는 하루에 감사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청년 '이하은' 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2살 이하은입니다. 몽상가이자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에요."


몽상가이자 카멜레온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어릴 적부터 저는 공상하는 거를 좋아했어요. 책도 판타지 소설을 하루 종일 폐인처럼 읽었거든요. 가치 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는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사는 게 재미있어요. 어느 날 책을 읽다가 '몽상가'라는 단어를 봤는데 많이 와 닿아서 저의 일부분처럼 지니고 살아가는 중이랍니다. 카멜레온은 제가 여러 색깔을 가진 사람 같아서 그렇게 표현해요. 밝아 보이고, 강해보이기도 하고, 내적으로 엄청 약한 모습도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저는 저를 어디 학과, 어떤 직업 이런 식으로 규정짓고 싶지 않아요."


좋네요. 그렇다면 혹시 어떤 삶을 상상해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옛날에는 남북통일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따뜻한 나라의 해변가 햇볕 아래에서 뒹굴거리면서 책을 읽고 싶어요. 원주민 공동체 같은 데에서 일원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물론 위험하지만 사회학자들이 사회 연구한다고 부족같은데 가서 생활하고 관찰하고 그런 것들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거든요. 결론적으로 저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보다는 많이 돌아다니고 싶어요. 한동안 이런 공상을 안 했더니 감을 잃은 거 같네요(웃음)."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아버지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들어봤는데 어쩌면 닮고 싶어서 따라 했던 걸지도 몰라요. 아버지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경험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미국에 갑작스레 이민을 간 거예요. 정말 갑자기 간 거라 바로 미국인들이 지내는 학교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첫날은 적응하기 정말 어려웠는데 다음날부터 바로 적응해버렸어요. 짧지만 시야를 넓게 가질 수 있었던 계기였던 거 같아요.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여전히 해외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9살 때 일이어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전 여전히 당시 기억이 많이 남아 있네요."


요즘 일상에는 만족하시는지

"아니요. 재미가 없어요. 하루하루를 제가 만들어나가고 그걸로 열심히 살고 싶은데 요즘은 잘 안 되는 거 같아요(웃음).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요즘은 진로를 계속 고민 중인데 아직도 모르겠어서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이 모습 자체가 너무 만족스럽지 않아요."


ⓒ 어린 시절 미국 생활 당시 기억이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있다고 한다.


해외를 가고 싶은데 국내에만 있다 보니 답답해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 코스를 밟아온 케이스는 아니에요. 제가 초6~고3까지 대안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교육 과정과는 다른 방식을 받아들이게 되었죠. 주입식 교육이 아닌 주체적으로 미래를 탐색하고 가치관을 제대로 심고 인격을 키우는 방식이었어요. 특이한 비교과 행사도 많았고요. '국토사랑 행진'이라고 전교생들이 여름 방학 중 일주일씩 걷는 행사인데 6년에 걸쳐서 제주도부터 통일전망대까지 완주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리고 기숙사 생활을 7년간 하다 보니 대인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거 같아요. 캐나다와 중국 연수도 다녀왔었고, 책 쓰기 수업도 있어서 그 시간에 자서전도 쓰고 소설책도 출간해봤어요. 이런 경험들은 대입 스펙으로 쓸 수는 없었어도 제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아무래도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계속 더 큰 세상을 갈망하게 되더라고요."


자신을 많이 돌아볼 수 있었겠네요. 그런데 굉장히 힘든 시기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자유로운 학교를 다니다가 고2쯤 진학에 처음 눈 떴어요. 아무래도 대안학교라서 학교 내신을 쳐주지를 않으니 고3이 된 후부터 정시 공부를 미친 듯이 했죠. 어린 나이라 스스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게 쌓여서 수능 당일 1교시에 아무것도 못하고 시험지를 내서 생애 처음으로 시험을 망쳤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재수를 하게 되었고 똑같은 트라우마가 생겨서 또 1교시만 망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죠. 그렇게 들어간 학교에서 저의 태도는 문제가 있었어요. 학교에 1등으로 들어왔는데 주변에서도 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떠받들어 주니까 교만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과를 인정할 수가 없어서 기말고사를 때려치고 다시 반수를 결정했어요. 이런 걸 삼반수라고 하는데 저한테 이 기간들이 힘들었던 게 멘탈 문제인 만큼 해결하기도 너무 어려웠어요. 처음엔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했지만 그 누구도 저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거죠. 국어 선생님을 찾아가서 '공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공부를 해봤자 또 수능날 1교시를 망칠 거 같아서 너무 힘들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정신병원을 가보는 게 어떠냐'라고 굉장히 가볍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게다가 '너의 고난이 남에게는 풍경'이라는 말도 하시더라고요. 아무튼 이번에도 수능을 망쳤고 결국 다시 다니던 대학에 복학했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가 싫다는 게 아니라 여전히 저의 내면에 공포가 남아있다는 게 너무나 끔찍한 일인 것 같아요. 이게 불과 작년까지 이야기입니다."


정말 힘드셨을 거 같은데 지금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그때의 기억들이 너무나 끔찍해서 전부 지워버리고 싶었죠.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성장을 했다고도 생각하는 게 당시 처음으로 '포기'라는 걸 배웠던 거 같아요. 포기라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뭔가를 얻는다는 것은 다른 뭔가를 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사실 이것도 죽을 용기가 없는데 결국 살아가야 하니까, '지금 나에게 그나마 나은 삶을 선물해주자. 보다 덜 고통스러운 삶을 나에게 주자'라는 생각을 한 결과물인 거 같아요. 학교에 다시 돌아갈 때도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버려야 할 것은 '타인의 눈치와 시선'이라는 판단을 했고요. 쉽게 말해 '버릴 줄 아는 용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실천하게 된 거 같아요. 또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점이기도 해요. 트라우마라는 게 무섭잖아요. 저는 왜 평소에 멀쩡하기만 한 애가 이렇게 딱 하루만 무너졌는지 어이가 없으면서도 궁금해서 심리학 책들을 접하게 된 거 같아요. 우울증 관련해서도 많이 궁금했고요. 지금은 그래서 심리학 수업도 듣고 있죠."


다시 돌아간 학교 생활은 어떠셨나요. 만족하셨는지

"생각보다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공부도 재미있고요. 그런데 학교에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다양성의 부족'이었어요. 각종 특이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여러모로 도전하며 성장하고 싶었거든요. 디제잉도 배워보고 싶었고, 흑인음악이랑 농구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교내에 그런 특이한 동아리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런 걸 찾다 보니 일단 대외활동을 해보자 생각해서 하나도 모르는 IT에 대해 공부도 해보고 이렇게 '청년문화포럼'에도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현실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현실 속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얼마 전 일본 여행을 가서 저를 돌아볼 시간이 있었는데 스스로가 많이 대견했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다시 올라왔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까 안 행복하다고 말은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스스로를 혐오하고 세상이 마음에 안 들었던 상황에서 여기까지 회복한 건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느낀 후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주인공 '이하은'님


오늘날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좁은 우리나라의 문화, 관습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제일 좋은 거라 생각해서 바늘 송곳같이 좁은 곳을 두고 경쟁하잖아요. 요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게 '그 시간에 내가 다른 공부를 했다면 진짜 똑똑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좁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공부를 하고, 주어진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요즘은 취업도 어렵다 보니 사람들이 '스펙'이라는 것에 쫓겨 살아가는 거 같아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저 또한 이렇게 살아가는 현실이 마음 아프기도 하고요. 돈만 있다면 외국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리버럴 아츠 스쿨'같은 교육을 받고 싶더라고요. 기초 교양대학인데 철학, 심리, 인문학, 수학, 예술 등의 순수학문을 배워요. 저는 창의적이고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것의 근간인 이런 학문들은 우리나라에선 환영받지 못하죠. '순수학문을 공부하면 학자 말고 할 것이 없다'라는 사회 풍조로 인해 정말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하고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와 닿는 말씀입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저도 수능을 3번이나 도전한 게 이상이었어요. 원래 저는 꿈을 크게 가지는 스타일인데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에 현실적인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공무원이라도 따고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래도 뭔가 안전빵은 있어야 하지 않냐는 거예요. 저도 공감이 갔던 게 과거에 어떤 집단에도 소속하지 못한 채로 공부를 했던 거잖아요. 그때 너무 불안하고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든 후에 뭔가를 하면 덜 불안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안 그래도 실패의 경험을 완전히 극복한 게 아니다 보니 두려운 건 사실이죠. 최소한의 안전망 조차 없는 상태로 도전하면 불안할 것 같고 어디에도 소속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존감까지 낮아질 거 같아서요. 지난 3년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 못하는 것보다 이런 게 더 무서웠어요. 그래서 스펙을 쌓아놓고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긴 하더라고요."


생각이 정말 많으실 거 같습니다. 혹시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미드 <왕좌의 게임>이랑 <드래곤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을 정말 좋아해요. 판타지물이다 보니 제 인생을 바꿨거나 엄청난 감동을 받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다른 세계로 떠나는 게 더 재밌나 봐요(웃음)."


본인의 장단점 하나씩 꼽아보자면

"장점은 '사람에 대한 재능'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게 만드는 능력이요. 단점은 생각이 너무 복잡할 때가 많아요. 가끔 저를 파괴하는 생각까지 드는데 이건 스스로도 제일 싫어해요. 그런 게 저를 잡아먹는 경우가 있어서 최악의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지

"저를 사랑하고 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드는 하루에 감사하고 행복하고 싶어요. 거기에 대해서 만족하고 무엇보다 넘치는 제 열정을 의미 있게 쏟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거기에 열정을 바쳐서 살고 싶습니다."



<이하은>

- 성신여자대학교 글로벌 비즈니스학과 재학

- 청년문화포럼 보건복지위원회 활동가

- 한국 대학생 it경영학회 회원

- 인스타그램 @lenae_.y


ⓒ (좌) 이하은 / (우) 필자


※ 청터뷰는 특정 정치, 종교,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분은 나올 수 있지만, 절대 홍보 목적은 아닙니다) 평범한 대학생부터 각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한 청년까지 구분 없이 '모든 청년'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렇기에 개인 프로필을 인터뷰 하단에 배치하였다는 점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에 있는 청년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있는 그대로의 청년 문화를 들여다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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