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난지붕(急難之朋) - 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때 우리 주위에는 많은 친구들이 항상 함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내가 힘들어졌을 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얼마 안 되지요.
옛말에 인생에서 진정한 친구가 3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단 한 명의 진정한 친구를 찾기도 힘듭니다.
정치인 노무현과 사업가 강금원의 만남
무슨 일이 생겨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며 서로를 생각했던 아름다운 우정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故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 바로
급난지붕(急難之朋) 사이였습니다.
1998년, 정치인 노무현과 사업가 강금원의 역사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당시 노 후보의 사무실로 찾아갔던 강 회장은
'살아가며 정치인에게 신세 질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밝힙니다.
그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2002년,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 당시 사업 빚 때문에 파산 직전에 갔습니다.
만약 그때 강금원 회장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본인 스스로도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강금원 회장은 정치인 노무현을 수십 년간 옆에서 응원하며 큰 힘이 돼주었고,
심지어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본인의 사업까지 축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인간 노무현'을 지지했던 그에게 결국 돌아온 건 감옥에 갇히는 신세였습니다.
강금원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갖은 수모를 버텨내야만 했습니다.
온갖 수모를 겪자 주위에서 "대통령이 원망스럽지 않냐?"라는 질문에도
강 회장은 "둘 다 서로 좋아서 그런 거"라며 아름다운 우정을 과시하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강금원 전 회장은
"퇴임 후 대통령 옆에 거의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다 인간적 의리를 지킬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본인은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곁을 지켰습니다.
故 강금원 전 회장의 구속... 그리고 故 노무현
강금원 전 회장이 첫 구속을 당한 것은 2003년 가을이었습니다.
이유는 '불법 대선자금 혐의'
대통령 당선 직후, 검찰의 개혁을 촉구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찰과의 마찰 사이에서
강금원 회장은 결국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본인을 진심으로 돕다가 감옥에 갇히게 된
강금원 회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직접 면회를 계획합니다.
하지만 이는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에 의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바로 '강금원 회장'
강 회장은 대통령이 본인 때문에 곤경에 빠지길 원치 않는다며 스스로 면회를 거절한 것입니다.
그러나 강 회장의 수모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MB 정부가 들어선 해인 2009년 4월, 두 번째 구속을 당하게 됩니다.
강금원 회장은 처음과 달리 두 번째 구속 당시 정말 억울함을 표출하고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강 회장보다 더 분노했던 사람이 바로 '노무현 前 대통령'이었습니다.
첫 구속 후 직원들에게 모든 일은 법대로 하라고 지시했던
강금원 전 회장은 MB 정부의 집요한 표적수사에 결국 당하고 맙니다.
두 번째 구속 당시 강금원 회장은 심각한 뇌종양 환자였습니다.
2009년 5월 19일, 강금원 전 회장은 수술이 시급한 상태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으나 재판에서 거절당하고 맙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그리고 강금원 회장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中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결국 수많은 마음의 짐을 떠안은 채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가 떠나자 서거 이틀 후인 2009년 5월 25일,
법원은 보석을 받아들이고 결국 강 회장을 석방시켜줍니다.
석방된 후 건강이 몹시 좋지 않았던 강금원 회장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병원이 아닌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빈소였습니다.
서거 소식을 들은 후 내내 오열했던 그는 5일간 빈소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2년 8월 2일,
때를 놓친 수술로 인해 강 회장의 뇌종양이 악화되었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또 한 명의 '바보'로 불렸던 강금원 회장
호남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렸던 강금원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준 호남에 대한 의리에 반해 평생 그의 곁을 지켰습니다.
권력에 눈이 멀어 달려들던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갈지라도
항상 인간 노무현 옆에 있음으로써 호남 사람에 대한 편견을 고쳐주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진정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원했던 두 바보의 마음이 MB 정부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바보 노무현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 강금원'
아무런 조건 없이 묵묵히 서로의 곁을 지켜주었던 두 바보
서로의 뜨거운 삶을 사랑했던 두 바보
힘든 고통도 함께 나누었던 두 바보
떠나기 전까지 급난지붕 사이였던 두 바보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하늘에서는 여전히 따뜻한 우정을 나누고 있지 않을까요?
비록 두 사람 모두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서로의 뜨겁고 아름다운 우정 만큼은
아직까지 남아 한줄기 빛이 되었습니다.
인생이 고독해지고 '진정한 친구'라는 의미조차 흐릿해질수록
그들의 뜨겁고 아름다운 우정 스토리만큼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두 바보처럼 아름다운 우정을 함께할 진정한 친구가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