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금의 나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세월이 흐르면 그리운 시절로 남는다
'원래 안 그랬는데, 도대체 지금의 나는 왜….'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반짝반짝 빛나고 그 자체로 아름다웠던 순간,
미치도록 그리워지는 과거의 나.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어쨌든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지금의 나'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세상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특별했으며
찬란하게 빛나던 과거의 나.
미치도록 그리운 그때 그 시절,
누구나 그런 과거가 있다.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며 어르신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순간일 수도 있고,
간절히 바라던 애인과의 달콤한 연애를 시작했던 순간일 수도 있고,
혹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번호를 따였던 순간일 수도 있다.
나도 문득 떠오르는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다.
강하게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하고 꿈에 그리던 프로게이머가 되었던 순간
미친 듯이 보고 또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던 순간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할 거라고 했던 일을 결국 해냈던 순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은
지금은 그토록 그리워하는 과거에도
모든 것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
정작 프로게이머가 되자마자 나는 곧바로 경쟁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정작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끝이 날까 봐 과도하게 집착하며 불안에 떨었고,
정작 원하는 일을 달성해낸 순간에도 항상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결국,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여기며
그리워하는 과거의 기억은
'행복했던 순간만 남은 일부 조각'일 뿐이다.
분명 당시에도 나는 어떠한 일로 힘들어했고, 우울해했고, 불안에 떨었다.
그렇다면
힘들고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지금의 나
인생의 방향을 잃고 미친 듯이 헤매는 지금의 나
알 수 없는 미래로 불안에 떠는 지금의 나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화려한 순간'이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아주 가끔 나는
머나먼 미래로 떠나 생각해본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먼 훗날 28살의 나를 되돌아본다면
어떤 기억의 조각을 뽑아
행복하고 찬란했던 그리운 28살로 남을까.
과거의 일부 행복했던 순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미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현재의 나를 항상 상기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뽑아낼 기억의 조각도 늘어날 것이다.
먼 훗날 인생의 끝을 맞이하는 순간,
일부가 아닌 모든 기억의 조각들이
화려하고 행복했던 순간으로 가득 채워진다면
미련 없이 흐뭇하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치열하고 바쁜 경쟁의 세계 속에서 잠시 벗어나 미래로 떠나보자.
각자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무슨 이유로 쓰라린 고통과 불안에 떨고 있을지 모르는 당신의 지금 이 순간도,
먼 훗날에는 찬란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