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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Nov 06. 2021

이재명의 시간, 윤석열의 패착

2030 청년들을 우습게 알던 윤석열 캠프의 실책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의 <학생운동권 "윤석열 지지.. 진정한 좌파라면 이재명 못찍어">라는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의 감이 참 많이 죽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까지도 큰 영향을 끼치고는 있지만 적어도 저 보도를 보면 저들이 얼마나 젊은 층을 우습게 생각하며 잘 모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저걸 보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던 2030 청년들이 윤석열 후보를 찍는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그런 프레임을 만들고 싶었으니 저런 기사를 낸 거라고 본다. 


여태까지 늘 해오던 방식이니 당연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있을 테다. 이걸 보더라도 디지털 네이티브의 빠른 민심 변화와 그 이유를 전혀 모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윤석열 캠프는 더더욱 가관이다.

어제 YTN 알고리줌에 나온 윤석열측 김용남 씨는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던 청년들의 마음을 단순한 재미로 취급했다. 다른 진영이지만 그 발언을 보며 정말 뜨악했다.


안 그래도 상처 받고 분노한 홍준표 지지자들에 불을 지르고 기름까지 끼얹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한 건지 납득이 안 갈 정도다.


저런 사람을 캠프에서 자르지 않는 한 대선 끝날 때까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던 청년들 다수에게 절대 어필할 수 없을 거다. 


게다가 이준석 대표를 제외한 다른 국민의힘 사람들을 보면 '어차피 대선은 거대한 진영 싸움이고, 이재명은 못 찍을테니 결국엔 윤석열 찍을 거잖아?'라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다른 진영에 있는 내가 보더라도 느껴진다.


MB를 지지하던 과거의 나였다면 지금 이재명 후보를 향한 분노보다 더 큰 게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었을 거고, 이를 어떻게든 심판하고 싶었을 거다. 지금 이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온라인 탈당 시스템을 요구하며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것이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현시점 가장 위기에 놓인 사람은 바로 '하태경' 씨라고 본다. 물론 여태까지는 기회를 잘 노리며 어떻게든 살아남아왔는데, 문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며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 것이다.


어디에서도 들어주지 않는 젊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중에서도 비주류 취급 받던 e스포츠 쪽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 목소리들을 대변해 주니 '일시적'으로 마음 주던 걸 본인의 강력한 팬덤으로 착각한 거 같다. 이 점에서 나도 몇 가지 뼈아픈 반성을 하는 중이다.


물론 하태경 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을테고 사과를 하며 원팀 정신 운운할 게 안 봐도 뻔하다. 그러나 그게 더 큰 화를 부를 거라는 점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테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의 건덕지를 잡아서 뭐라도 해보려 할 텐데 결코 쉽진 않을 거라고 본다.


현재 이준석 대표를 향한 엄청난 비판과 탈당 러시가 쏟아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이준석 개인을 향한 분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3만 명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어떻게든 젊은 정당 만들려고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구태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냐. 그것도 '위장 당원' 취급한 윤석열 같은 인간 때문에"라는 배신감이 지배적이라고 본다.


이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가 '젊은 당대표'인 이준석 대표에게 가는 것일 뿐, 표면적으로 보이는 걸로 이준석 대표를 손절했다고 판단하면 절대 안 된다. 대다수는 이준석 대표가 뭘 어찌할 수 없었다는 걸 잘 안다. 다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느끼는 배신감이 상상을 초월하고 어떻게든 심판하고 싶은 정서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절대 오버하지 말고 상처 받은 청년들을 잘 다독이며 하나둘씩 체감할 수 있는 공약을 내면 된다고 본다.


참고로 '위장 당원', '역선택', '재미' 운운하며 상처 난 데 소금까지 뿌리던 윤석열 측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이재명 갤러리'의 신속한 대응과 센스, 그리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던 청년들 사이에 디자인, 밈 형성 등 센스 넘치는 능력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보면서 정말 깜놀했다.


결론은 감 잃은 조선일보와 이준석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 특히 윤석열 측은 역시 청년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구태 정당에 불과했다는 걸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 한 입장에서 할 말이 없다. 물론 유능한 스피커가 민주당에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이들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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