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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May 10. 2018

[황희두 에세이] 변덕이 심한 아이

변덕이 심한 사람은 포기가 빨라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잘한다.


지난 주말,

내리 연휴로 인해 갑자기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몰려와 즉흥으로 부산으로 떠났다.

너무나 즉흥적이었던 탓일까. 게스트하우스 수십 군데에 연락을 해봐도 전부 자리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래! 이런 게 즉흥 여행의 묘미지'


이렇게 억지로 위로하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랴부랴 떠난 즉흥 여행.

당초 계획은 해운대 바다의 일렁이는 파도도 실컷 구경하고, 동백섬에 들어가 자연에 흠뻑 젖어보고, 자갈치 시장에 가서 밀면을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로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주말 내내 전국에 비'


부산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 소식을 접한 나는 신났던 마음이 한순간에 우중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밤바다만 짧게 구경한 후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새벽,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국밥을 먹고 곧장 서울로 돌아왔다. 막상 서울로 돌아온 나는 한 없이 맑아진 날씨를 보며 걷잡을 수 없는 우울함에 빠졌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차라리 그냥 비가 와도 부산에 있을 걸..'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후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만약 부산에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를.


'차라리 그냥 일찍 서울로 돌아가서 쉴 걸.. 이게 무슨 고생이람.'


결국 이래도 난리, 저래도 난리. 아무리 나지만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변덕이 죽 끓듯이 심하단 말을 많이 들어왔다.


혼자 있고 싶어서 잠수를 타자마자 곧바로 쓸쓸해져서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하고, 갤럭시 핸드폰을 사자마자 아이폰 살걸 후회해보기도 하고, 육체적인 일을 할 땐 머리를 쓰는 일이 낫다고 생각하다가 막상 머리를 쓰면 다시 몸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그런 변덕쟁이. 대부분 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을 하면 쉬고 싶어 지고, 막상 쉬면 다시 불안해져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모습.

이처럼 본인이 스스로 내린 판단일지라도 괜히 마음에 들지 않고,

무언가에 빠졌다가도 금세 다른 데에 한 눈 파는 그런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


나는 도대체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걸까 고민하던 중 한 친구 덕분에 우연히 알게 된 고야라는 화가가 있다.

18세기 활동했던 그가 인간의 변덕에 대해 탐구를 하며 무려 80화나 작품을 냈다는 사실을 알고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인간의 마음은 쉽게 종잡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자연의 일부인 계절도 마찬가지다.

한창 봄날 인척 하더니 오뉴월에 난데없는 우박을 쏟아내며 사람들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그러다가 갑자기 햇볕을 쨍쨍 비추어 한 순간에 무더운 여름으로 만들어버리는 변덕스러운 날씨.


오래전 변덕에 대한 걸작들을 남긴 고야도 답을 못찾았고,

자연의 일부인 계절조차도 변덕스러운데 우리가 어찌 평생 일관성만 가지고 살아갈까.


그러니 나도 가끔은 변덕이 죽 끓듯 하단 말을 들을지라도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어디선가 봤던 말을 가슴에 새긴 채로.


변덕이 심한 사람은 포기가 빠른 반면, 

그만큼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잘한다는 장점도 있다는 든든한 그 말.


우리들이 변덕스러운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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