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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Aug 23. 2018

[황희두 에세이] 인생이란 부조리한 것

부조리로 가득 찬 이 사회 속에서는 절대 모든 걸 뜻대로 이룰 수 없다.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혹시 너 주위에 인생을 철저하게 설계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니?"

"응. 많이 봤지."

"그럼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니?"


곰곰이 주위 사람들의 근황을 떠올려봤다. 나는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대부분 답답해하면서 살아가고 있네.."


분명 내 머릿속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계획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보통 연/월 단위로 인생을 설계하고, 보다 섬세한 사람은 요일 단위까지 나눠서 설계하고 그 틀 안에 개인을 맞춘 채로. 그런데 정작 그런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단어가 '좌절'과 '고통'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도대체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왜 생겨난 건지 고민하다 보니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인생이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 아닐까?'


특히 스스로 생각하기에 남들보다 인생을 더 치밀하게 분석하고 계획한 사람일수록, 그에 비례하게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본인이 세운 계획이 어긋나게 되면 자존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위 지인들을 찾아가 하소연하다 보면 대부분 이런류의 대답을 들을 것이다.


"원래 인생은 누구나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잖아.. 힘내."


그럼 일시적으로는 '맞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 겠지만 이도 잠깐일 뿐이다. 어느 순간 같은 좌절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데.. 이건 분명 나에게 문제 있는 거야'같은 생각이 뿌리 깊게 박히며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너무나 쉽다.


그러고보니 주위에서 욜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외치며 별다른 계획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스타일의 친구들이 좌절하는 모습은 거의 못 봤다.


애초에 별 준비를 안 한 채로 본인의 인생을 강물처럼 유유히 흘려보내고 있었으니 설령 어떠한 풍파를 마주할지라도 본인의 자존감까지 무너질 일은 없었던 것이다. 마치 '내가 준비를 안 한 거니까 당연한 결과지'라는 식으로 생각하기에 말이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즉, 그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즐기고 사랑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그때그때의 행복을 중요시하며.


그렇다고 막연하게 욜로 라이프를 응원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도 전자의 경우처럼 인생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살아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젠 이런 생각을 함께 한다.


'언젠가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실패, 그 풍파를 피하는 게 아니라 덤덤히 받아들이자'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가진 후부터는 계획이 틀어져서 답답하고 불안함이 느껴져도 금방 일어날 수 있었다. 


인생이 내 생각대로 안 흘러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모든 것이 나의 생각대로 흘러간다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역설적으로 모든 인간의 뜻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살면서 본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좌절하고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만약 계획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다면 주위 모든 사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라고 말이다. 욜로 인생에서는 낙천적인 모습을, 계획적인 인생에서는 준비성 등을 배울 수 있다. 그 사이에서 '각자 개인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욜로 인생보다는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살아가는 사람의 성공 확률은 로또 당첨과도 같다. 당첨은 될지언정, 그걸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러니 좌절과 고통을 느낄지라도 절대 우울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가뭄과 재난이 무서워서 농사를 안 지으면 아무것도 수확할 수 없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농사를 시작한다면 흉년을 만날 수도 있지만, 풍년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러니 너무 본인을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의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실패와 부조리로 가득 찬 이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는 모든 걸 뜻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 말이다. 설령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지라도.


열심히 설계하고 부딪칠수록 실패와 좌절할 확률이 늘어나고,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을수록 그런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것.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아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노력이란 걸 통해 각자의 해답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만약 모든 인간이 아무런 노력과 실패 없이도 성공할 수 있었다면,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도 이렇게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며 오늘날의 눈부신 사회도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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