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공론장⑭ 「홍대 인디로 불리우는 사람들」 들어가기
김목인의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는 음악가 자신이 말하는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좋아하지만, 누구나 집안에 들여놓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이 직업에도 사명이 있지만 마냥 무책임하게 본다.” 그런 상황에 동의하기에 쓴 말 같지는 않습니다. 음악가가 기여하는 가치는 음악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요.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도 완전히 가격이 매겨지진 않을 것이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오랜 어려움에도 살아온 살아 있는 화석이다.
음악가의 가치는 곡과 공연으로 환산되지만, 곡을 쓰고 연주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무수한 과업과 예술적 경험은 셈의 바깥에 있습니다. 음악가는 음악이 배제된 삶의 현장에서도 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음악가들이 ‘홍대’라 불리는 지역에서 꾸준히 태어나고 있습니다.
“매년 일정 비율로 태어나는지, 음악의 아이들은 계속 나타난다”고 김목인은 노래합니다. 음악가 김제형은 음악의 아이들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지역의 조건을 많은 이들과 고민하고 싶어 합니다. 음악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데 지역 사회의 자원은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라난 음악가의 노래가 그를 길러낸 사회로 흐릅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한 명의 어린 음악가가 완전한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왜 지역의 책임이 필요할까요? 음악가 김제형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일시: 2018년 12월 6일 목요일 오후 2시
인터뷰이: 김제형(싱어송라이터)
인터뷰어: 정아람(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음악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제형: 저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일을 하고요. 2017년 11월 EP앨범 «곡예»를 발매했습니다. 2013년 말 홍대 공연장에 ‘오픈 마이크’라는 제도가 있었어요. 정말 공연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무대였는데, 거기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흐름을 이어온 것 같습니다.
Q: 『N개의 공론장』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제형: 뮤지션에게 음원이나 공연으로 국한되지 않는 훨씬 더 많은 일상이 있잖아요. 작업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작업을 위한 뭔가를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요. 각자 삶의 이야기들이 더 소중하게 다뤄지면 하는 마음이 한편으로 있었고, 생생하게 지속되는 그 이야기들을 ‘홍대 인디’라는 강한 이미지가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론장 기획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음원과 공연으로 국한되지 않는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어떤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제형: 제 경우를 예로 들게요. 저는 음반 작업을 다소 전통적인 방식으로 했어요. 음원에 많이 투자했고, 시디라는 물질을 완성시키기 위해 제작비의 대부분을 사용했거든요. 사실 요즘은 음악을 앨범 단위가 아니라 싱글 단위로 소비하는 편이잖아요. 그런 흐름을 구체적으로 짚고 접근하는 노하우가 그 당시에는 부재했던 거죠. 그렇게 첫 작업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까 다음 작업으로 이어가는 로딩 시간이 길어지는 게 아쉽더라고요. 애초에 일련의 정보들에 접근했다면 올해를 좀 더 능률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데 갈증이 있었고, 그것을 둘러싼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이야기가 부재하는 상황에서 공론의 필요성을 느낀 거예요.
Q: 독립 음악가로서 제작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제형 님의 동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제형: 다른 일도 있어요.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집행하는 마을 공연 사업이라는 게 있는데요. 가까이서 보니 예산이 너무 허투로 집행되는 듯한 거예요. 내용의 내실이라나 공연자에 대한 집행 기준이 부재한다고 느꼈어요. 또, 작업을 하려면 생활에 필요한 돈 이상이 필요하잖아요. 애석하게도 올해 저는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없었고, 그래서 지원 사업에 여러 번 신청했어요. 열심히 지원서를 써봤는데 줄줄이 낙방했어요. 물론 취향이 안 맞거나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납득이 안 되는 지점도 있더라고요. 한번은 지자체 사업 1차 모집에 통과해서 기타를 들고 무궁화호를 타고 가서 연주했는데 1절만 딱 듣고 끝내는 거예요. 이게 뭐지 싶었어요. 문화의 다양성에 입각한 사업일 텐데,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갈취하고 경쟁해야 되죠. 그리고 사실 정보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아요. 지원 사업마다 용어들이 달라서 뮤지션 인큐베이팅, 신인 음악가 정규 앨범 발매, 이런 식이에요. 한편으론 공공 일자리로 참여할 수 있는 게 거의 하나, 워크숍 강사뿐인 문제도 있고요. 풀은 생겼는데 참여가 제한돼 있는 거죠. 물론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각자 가진 제주가 다르니까 다각화되면 좋을 텐데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은 무엇일까 하는 게 제 질문이에요. 이런 문제 제기에 다른 사람들도 공감한다면 좀 더 원활한 영토가 갖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발제자로 오시는 분들을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건가요?
제형: 회의 때 한 분에게 들었던 얘기는, 어느 도청에서 음원을 활용하겠다는 연락이 왔는데 페이에 대한 언급은 없고 허락만 구하더래요. 가이드라인이 없으니까 그렇게 허무하게 진행돼요. 음악가 입장에서는 알리는 것도 중요하니 수긍하는데, 찜찜한 거죠. 자기 음악이 공공으로 활용될 수 있게끔 제공했지만 그 대가는 적합하게 치뤄지지 않았으니. 창작자를 보호해야 하는 단체에서도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말도 들었어요. 또, 아이러니는, 그런 기준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는 거죠. 노래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동기로 충분하다 보니까 사업을 집행하는 주체 입장에서는 ‘사람이야 어차피 많은데 예민하고 까다롭게 구는 쪽은 필요 없어’가 되는 게 비일비재한 것 같아요. 한번은 커버를 반 이상으로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어요. 그런 식으로 미묘하지만 참여하는 주체의 자율성을 소거하는 부분도 있고요. 잔치에 노래가 필요한 거지 어떤 사람이 부르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은 거죠. 지역 문화 사업에 대한 투자 비용이 예전보다 늘어날 듯한 흐름인데, 그래 봤자 제대로 활용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올해 더 커진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들이 로컬에서 활동하는 음악가의 지위이지 않을까 싶어요. 대화를 나눠보니까 개별 사례의 연결 고리가 발견되는 것 같았어요.
Q: 어떤 사람들이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나요?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얻어 가길 기대하시나요?
제형: 사실 관객들도 이 문화를 형성하는 주체잖아요. 관객들이 바라보는 전방위적인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2부를 그런 대담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전에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 공론장에 참여했는데, 어느 공무원분이 그 자리에 오셨더라고요. 부러웠어요. 어떤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태도잖아요. 그분들 입장에서도 지속 가능하고 생기 넘치는 사업을 만드는 일이 일종의 기여일 테고요. 이번 공론장에 앞서 말씀드린 사업 주체들을 따로 초대하진 못했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동등한 차원에서 연결하며 발을 맞추는 작업을 추후에 하고 싶은 의향이 있거든요. 파편화되면 소거되기 십상이잖아요. 각자가 느낀 찜찜함을 연결시켜 우리의 찜찜함으로 해소하고, 또 다른 분들이 비슷한 문제를 되풀이해 겪는 상황을 방지하길 희망합니다.
Q: 그러면 공론장에서 나눈 이야기를 기록의 형태로 발신하려는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제형: 여러 이야기의 공통점을 이어서 앞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번에 수집한 사례들을 토대로 실무자를 만난다거나, 혹은 더 많은 사례를 모아 연결고리를 만든다거나. 책자나 영상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공공 기록물을 확보하면 좀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독립적인 단위로 음악하는 이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건강한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이런 자리를 만들고 싶으신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태계가 무엇인가요?
제형: ‘전망’이 어려운데, 좀 수월하면 좋겠어요. 다음 작업 언제 하느냐고 물으면 “곧 해야죠” 하는데, 그 안에는 언제 할지 모르겠다는 게 들어 있어요. 그리고 특히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신(scene)이라고 하는, 그런 신이 없는 듯 있다고. 비슷한 활동을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장이 막상 마땅치 않아요. 뒤풀이 술자리 정도? 물론 그것도 중요하죠. 아주 얇지만 소중한 연대가 될 수 있잖아요. 내가 아주 외로운 존재는 아니구나, 내가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있구나 싶고. 하지만 신이라고 하는 창작 기반이 있어야 새로운 사람들도 참고할 만한 표본이 많아질 거예요. 아무개가 어떻게 해서 성공했다는 소문만 듣는 건 얄팍하잖아요. 다양한 참고 사례가 있어야 자신에게 맞는 걸 고르고 움직일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결핍되다 보니까 똑같이 얘기하는 게 “전망하기 어렵다”. 비단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 말고도 너무 많은 얘기들이 숨겨져 있단 말이에요. 얼마 전에 나온 «DIY 뮤직 가이드북»(소소북스, 2018) 보니까 잘 담겨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가이드북에도 수용되지 않은 각자의 사례들이 있을 테고, 그런 것들을 많이 마주하고 접하다 보면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저같은 리스너도 알아야 될 부분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가 느끼는 문제점이니까. 그런 분들이 와서 교류하면 너무 좋겠네요.
제형: 네, 네트워킹 파티가 일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직접 공론장을 열고 사례 발표를 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까 두렵기도 해요. 정말 필요한 이야기일까 싶고. 나는 되게 필요하고 갈증을 느끼는 일인데, 그걸 듣는 분들에게, 심지어 함께 사례 발표를 하는 분들에게도 중요한 자리일까 싶고.
Q: 공론장에서 보고 싶은 풍경이 있나요?
제형: 1부에서 발제자 네 명이 각자의 사례를 발표할 건데요. 연주를 하고 노랫말을 부르는 게 한 사람이 직면하고 있는 어떤 무엇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서 한두 곡씩 공연하려고 해요. 작품과 창작자를 분리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특히 포크 음악,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모습에서는 분리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느껴요. 그리고 2부는 발제를 통해 연결 고리가 되는 질문 두세 개를 참여자분들과 나눌 예정이에요. 신청서에 질문을 남겨준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 질문들에 대한 답도 들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Q: 음악가의 노동과 음악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공론장을 연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듣다 보니까 김목인의 노래가 떠오르고요.
제형: 아마 1집 1번 트랙일 거예요. 제가 좋아해서. 이번에 나온 책 «직업으로서의 음악가»(열린책들, 2018)도 봤는데 참고가 많이 됐어요. 12월 14일 언플러그드에서 열릴 공연에도 많은 분들이 와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N개의 공론장⑭
「홍대 인디로 불리우는 사람들」
―공연, 음원으로 그치지 않는 이야기들
1부 각자의 사례 발표 및 공연 (60분)
- “새로운 작업은 욕심인 걸까?” 김제형(EP «곡예» 발표)
- “포크라고 하기엔 내가 포크가 뭔지도 몰라요” 신승은(1집 «넌 별로 날 안 좋아해» 발표)
- “앨범이 발매된 딱 지금” 애리(EP «SEEDS» 발표)
- “음악을 둘러싼 나의 모든 활동” 미어캣(싱글 ‹퇴근송› 발표)
2부 참여자 토론/대담 (60분)
일시: 2018년 12월 11일 (화) 20:00~22:00
장소: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다목적홀
대상: 음악과 음악을 둘러싼 문화 양상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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