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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허브 Nov 06. 2020

무너진 마음을 통해 배우고 나아가는 법

2020 N개의 공론장④「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공론장 기록

일시: 2020년 9월 24일, 10월 23일

장소: 서울청년센터 금천 오랑

주최: 찬찮아 · 청년허브

기록: 금혜지


<찬찮아> 팀의 기획으로 서울 금천 오랑에서 두 번에 걸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공론장이 진행됐습니다. 행사는 지난해에 비해 소규모로, 그러나 더 깊고 긴밀하게 이뤄졌는데요. 특히 같은 주제로 8여 명의 적은 인원이 두 번이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세미나 혹은 강연의 방식보다 공론장의 형식에 훨씬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회 차 공론장에서 연구활동가 우희 님은 <Pedagogies of the broken-hearted(Ríos-Rojas, 2020, 직역하면 ‘무너진 마음의 교육학')>라는 논문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 분노, 아쉬움 등을 느낄 때 –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무너질 때 – 그 감정들을 통해 배우고, 무뎌지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에요. 이 공론장에 모인 사람들이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일을 직접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공론장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2020.09.24(목) 1회 차 공론장 



1회 차 공론장에서는 <차별과 몸의 관계>,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관한 발제를 중심으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생활과 문화를 구성해온 유구한 차별의 역사에서, 차별의 범주를 다시 설정하고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지 대화했습니다. 또 그 차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앞으로의 이야기까지 나눴어요. 



1회 차 첫 번째 발제 


첫 번째 발제에서 명화님은 차별로 인한 권력구조에서 개인의 몸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실험을 바탕으로 ‘양진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또, 영화 <기생충>과 <우리들>을 예시로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 내용도 나누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문서를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https://www2.slideshare.net/ssuser129d67/n-239112290


발제 후 참여자 자유대화


혜지: 자세한 발제 감사합니다. 저는 최근 UN총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생각났어요. 공장주가 돈을 아끼려고 노동자들의 건강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자신들이 플라스틱 컵처럼 사용되고 버려진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다현: 홍대입구 쪽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오늘도 한 명의 노동자가 죽었습니다.’라는 대자보가 붙어있더라고요. 방지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효율성의 논리로 엎어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마음이 먹먹하더라고요. 악순환 고리들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더더욱이 이러한 고민을 이러한 자리에서 계속 나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제가 너무 좋았어요. 특히 저도 ‘당하기 싫으면 너도 성공해라’ 이런 시선이 너무 폭력적이고 싫었어요. 갑이 되지 않고도 인격이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에이미: 한 번에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모아서 이야기를 해주셔서 크게 도움이 됐네요. 양진호 사태는 18년도 사건인데 까먹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며 새삼 놀랍기도 했고요. 저도 그때 직장인 신분이라 엄청 분노했었는데 말이지요. 


지민: 호르몬이나 뇌 분비물을 언급하신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렇게도 연결이 될 수 있구나, 생물학적으로는 생각 안 해봤는데 놀랍네요. 또 방관자,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의 책임도 날카롭게 지적하셨는데 내가 방관자라면 피해자를 위해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을 위해서 내가 움직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1회 차 두 번째 발제


같은 날 두 번째 발제로 해양님이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중심으로 우리가 악의 없이 ‘결정장애', ‘병신' 등의 어휘를 사용하는 일에 대해 여러 층위의 분석을 해주셨어요.


링크 : https://www.slideshare.net/ssuser129d67/n-239082860


발제 후 참여자 자유대화


정민: 해양님의 발제를 통해 차별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그러나 명백한 차별이었던 영역을 깨달을 수 있어서 참 유익했습니다. 평소에는 안 보였던 집안 먼지를 우연히 날이 좋아 들어온 햇살 때문에 적나라하게 마주한 기분이네요. 사실 사이 마음이 무겁고 김지혜 교수님의 심리 변화처럼 어딘가 불편한 감도 있었는데요. 인생의 목적과 제게 주어진 삶의 의미가 편하고 즐겁게 한 세상 누리는 데만 있지 아니하고 높은 뜻과 넓은 가치를 쫓는 데 있다고 여기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정의로운 방향으로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은 성장통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롭고 필요한 여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1회 차 공론장에서는 두 발제를 통해 다양한 논의의 문을 열고 무겁지만 선명한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2020.10.23(금) 2회 차 공론장 



2회 차 첫 번째 발제 


오늘은 우희 님이 첫 번째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준비해주신 발제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링크 : https://www.slideshare.net/ssuser129d67/2020-n


발제 후 참여자 자유대화


우희: 여러분은 ‘은행 예금식 교육’과 ‘문제 제기식 교육’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언제, 어디서 경험해보셨나요?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계시는 ‘비판적 의식’은 어떤 계기로 가지게 되셨나요?


수안: 저는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전공했거든요. 고등학교 때 제가 과학 독서 토론회를 만들었었어요. 처음에 GMO가 나왔을 때는 몸에 유해해 보였지만 그게 얼마나 무해했는지에 대해 배우면서 이과 지식조차도 편향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어요. 그리고 대학원 와서 우희 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부조리함에 대해 느끼게 됐는데 제가 그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교수님들이 오히려 색다른 시각이라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정민: 저는 음악을 전공했는데요. 곡에 따라서 정해진 인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신만의 색깔대로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곡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교수님들조차 편견이 있더라고요. 예술이라는 건 너무 다양하고 기준이라는 게 사실 없어야 맞거든요. 


지민: 저도 은행 예금식 교육으로 고등학교 때까지 길러졌어요. 학교 다닐 때는 오히려 정해진 정답 이외의 발언을 하면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으니깐요. 그러나 지금 시대는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으니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좋았어서 이런 자리도 저는 참여하게 됐어요. 


영준: 중학생 때 성적에 따라 선생님들이 분반을 시켰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푸는 게 칭찬받고 우대받는 분위기였는데 고등학교 때는 입시에 가장 최적화된 사람으로 우리 모두를 키워 내려는 움직임이 보여서 참 그게 힘들었어요. 그러다 대학생이 됐는데 교수님이 자신의 말만 맞냐 안 맞냐를 테스트하니깐 너무 갑갑했어요. 그러다 비판적 교육은 철학을 할 때 많이 경험했어요. 자기 틀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라는 격려를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에이미: 저도 이과 전공 이어 가지고 고등학교 때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팩트 위주로 지식을 정리하는 교육을 받았지 제 의견을 표출하는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사회복지학을 새롭게 전공하고 있는데 방식이 아예 다르더라고요. 죄다 내 의견을 묻는. 



2회 차 두 번째 발제 


두 번째 발제에서는 정수안 님이 차별에 맞서는 제도적, 인류학적 자세를 이야기했습니다. 발제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링크: https://www.slideshare.net/ssuser129d67/2020-n-239016051


발제 후 참여자 자유대화 


정민: 수안 님의 발제를 들으니 저도 기혼자들의 고충이 떠오르네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성인들끼리 자기 원가정의 문화가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면서 싸우는 모습이 떠올라요. 수안 님 말씀대로 ‘내 앞마당이 중요한 만큼 남의 앞마당이 중하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우리가 일상적 차별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 이런 맥락에서 어려운 환경 때문에 음악에 대한 재능이나 관심이 있음에도 쉬이 포기해야 되는 아이들의 교육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영준: 어떻게 보면 수안 님 의견에 대한 반박일 수 있는데, 저는 법에 1차적인 의존을 하는 것은 부족할 것 같아요. 사르트르의 명언, “인간은 자유로부터 저주받은 존재이다” 이 말처럼 자유를 기반으로 문화를 차근차근 만들면서 법을 활용해야 할 것 같아요.


수안: ‘알지 못하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에는 저는 반대합니다. 아무도 몰라서 말하지 않아서 말하지 않고 있으면 속 썩어 들어가는 건 결국 사회적 약자의 몫이거든요.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진 사람들일지라도, 때로는 싸우더라도 그게 가치가 있다면 무조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민: 누구에게도 차별은 사실 일어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주류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배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나의 고유한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고유한 영역을 지켜줘야 하고요. 그러니 우리는 자신의 언행에 대해서도 조심성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집을 예로 든다면 진짜 평생 저는 남녀차별에 시달려 왔거든요. 어렸을 때는 무지하니깐 그냥 넘어갔는데 저도 자라면서 인식이 확장되면서 그 불평등에 대해 되게 뿌리 깊은 울분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 안에 생겨난 언어를 부모님께 전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부모님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에이미: 제가 올해 다리가 다쳐서 반깁스 상태로 3주 정도 지낸 적이 있었거든요. 버스에서조차 저를 기다려 주지 않더라고요. 제가 그때 느꼈던 게 깁스도 이 정도의 불편을 겪는데 더한 장애나 질병을 가진 분은 얼마나 서러웠을까 싶었어요. 예전에 미국 유학시절을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거기 버스에는 다양한 몸, 많은 계층의 사람이 섞여 있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자유롭게 버스를 타는 문화가 익숙하다는 거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저상버스가 탑승객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지하철 리프트도 안전상의 이유인 거는 알겠지만 알림 소리 때문에 너무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잖아요. 그게 장애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안: 저도 최근에 차별에 맞서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커뮤니티를 참여하고 있는데요. 오히려 실제 생활에서는 망설여졌던 얘기를 차별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연합하여 잘 나눌 수 있었던 점이 좋았거든요. 이런 장이 많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희: 맞아요, 차별은 보통 부정이나 축소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걸 발산할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있다는 게 중할 것 같아요. 개인적 경험을 꺼내놓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경험이지만 그만큼 더 그런 공간과 커뮤니티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이런 류의 활동과 커뮤니티 기획/운영에 힘을 쏟을 계획이에요.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거든요. 발제할 때도 얘기하였지만 페미니즘도 이런 장 덕분에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거거든요. 지금 우리들의 공론장도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2회 차에 걸친 공론장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우리의 일상 속 차별은 해소되지 않고 계속됩니다. 그러나 이 과제를 해나가는 과정이 지난하고 오래 걸린다는 것,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공론장을 삶으로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차별이라는 큰 주제에 대해 논하며 다소 불편할 수 있었는데도 열린 마음으로 훌륭한 관점과 이야기를 나눠주신 참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공론장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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