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공론장⑪ 「돈과 일: 지역 청년들의 일삼기...」 들어가기
숨가쁜 대도시에서 평생을 살 수 있을까요. 종종 다른 지역에서의 삶을 꿈꾸곤 합니다. 그러나 귀농 혹은 귀촌이라는 선택지는 왜인지 막연하게 느껴집니다. 우선 돌아갈 고향이 없습니다. 다른 지역의 환경을 오랜 시간 경험해본 적도 없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도 다른 일로도 먹고살 수 있을까? 서울에서 하던 일을 지속할 수도 있을까? 아니면 차라리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같은 시대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또래들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고 싶습니다.
협동조합 플랫폼510은 ‘나다운 삶’의 연장선상에 ‘지역 살이’라는 화두를 풀어놓습니다. 지역을 단순한 도피처로 여기지 않고, 자기다운 삶을 만들어갈 생태계로 그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역 살이를 하는 청년들의 더 많은 사례를 발굴하고, 도시와 지역 청년들의 유기적인 관계망을 기획합니다.
열한 번째 N개의 공론장 「돈과 일: 지역 청년들의 일거리, 일삼기, 일자리」를 준비 중인 플랫폼510을 만났습니다.
일시: 2018년 11월 28일 오후 4시
인터뷰이: 이루카·둥실(협동조합 플랫폼510)
인터뷰어: 정아람(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Q: 두 분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루카: 언젠가 귀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지역 캠프 같은 데 많이 다녔어요. 그러면서 지금 플랫폼510에서 같이 일하는 둥실과 늘떼를 만나게 됐고요. 저는 팀에서 디자인과 홍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둥실: 저는 시골에서 오래 살았어요. 서울에 온 지 1년 됐고요. 그래서 지역 살이를 고민하는 도시 청년들이 어떤 마음인지 좀 신기한데, 아무래도 제 경험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이 일을 하고 있어요.
Q: 협동조합은 언제, 어떤 취지로 설립됐나요?
둥실: 올해 3월 16일 설립했고요. 조합원 3명과 후원회원 3명으로 구성됩니다. 설립 취지는 늘떼의 소개로 대신할게요.(웃음) 지역과 도시 청년들을 연결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고민이 2년 전부터 있었어요.
이루카: 귀농·귀촌을 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은 많은데 모두 개별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그들을 한데 모으는 공간이 하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지역에서 사는 청년들도 고민이 있을 텐데, 그들과 지역 살이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연결되는 장도 필요했고요.
둥실: 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자립적인 삶을 꾸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실험해보고자 오프라인 장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희 셋 다 지역 살이를 상상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죠.
Q: 이번 공론장 주제를 ‘돈과 일’로 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루카: 돈과 일이라는 게 도시나 지역에 상관없이 내 거처를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딜 가도 속 시원히 얘기 못 하잖아요. 무슨 일로 벌어먹고 산다, 수익 패턴이 어떻다 하는 걸 다들 궁금해할 테니 터놓고 말해보자 하고 싶었죠. 또, 지역에는 도시와 달리 일을 꾸려나가고 만드는 조금 색다른 과정들이 있거든요. 직접 가서 체험해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르니까, 그런 독특한 과정을 거쳐 일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둥실: 그리고 단순히 발제자의 이야기를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고민이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이 주제와 관련해선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역에서 실제로 가능한 일과 삶의 선택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Q: 지역에서 새롭게 일을 구성한다는 게 어떤 의미죠?
둥실: 이미 있는 일자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그걸 찾아서 일거리를 새로 만드는 거죠. 지역에서 필요로 하고, 나에게도 필요한 일을.
이루카: 예를 들어, 지역에 와서 프리랜서 작업을 이어간다고 해도 서울에서 따온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 지역 안에서 어떻게 관계 맺어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잘 설명해줄 발제자가 오세요. 그분에게는 그러한 일을 만들고자 고심했던 과정이 있었던 거죠. 그 과정을 거쳐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말씀해주실 것 같아요.
Q: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역에서 필요한 일자리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겠네요?
이루카: 그보다는 어떤 환경 속에서 우리가 좀 더 자유롭게 자기 주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어요.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알아야 지역에 제안해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먼저 경험한 발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떤 방식과 조건이 있어야 지역에 가서 잘 살겠구나’ 하는 걸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둥실: 다섯 분의 발제를 토대로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어요. ‘환경적 기반’, ‘지역적 정책’, 그리고 그에 앞서 ‘내가 원하는 삶/일’. 발제자와 참여자 6-7명 정도가 한 그룹으로 질문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거죠.
이루카: 저희가 제도적 요소를 제안해드릴 순 없거든요. 워낙 지역마다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데 발제자들이 제도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으니, 공공 일자리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도 알 수 있겠죠. 저희도 듣고 싶어요.
Q: 그러면 논의의 결과를 소스로 지역 정책 기관에 직접 제안해볼 수도 있을까요?
이루카: 캠프나 컨퍼런스에 공무원분들도 참여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지역에 청년들을 불러올 수 있을까 저희한테 많이 물어보세요. 저희가 지역에 정책을 제안하는 건 먼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오며 가며 만나는 분들에게 좀 더 확실하고 포괄적인 제안을 해드릴 수는 있겠죠. 저희도 그걸 기대하긴 합니다.
Q: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거네요. 저도 청년이 잘 정착할 수 있게끔 무엇이든 돕겠다던 한 지역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워낙 청년이 부족하다 보니까 굉장히 적극적인 것 같아요. 둥실 님의 경험은 어땠나요? 지역 기관에서 청년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나요?
둥실: 없으니까 청년들이 도시로 나갔다고 생각하고요. 지금까지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공무원분의 말씀처럼 어느 한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입하고자 하면 청년들은 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은 청년들이 하고 있어요. 저도 그 정착이라는 말을 과연 쓸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강원도 산골짜기에 살았었는데, 제가 느끼기엔 보수적이었어요. 인구수는 많이 줄고 있지만 노력은 하지 않아요.(웃음) 사실 지역에서 청년들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서울에 와서 알았죠.
Q: 보수적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지역의 문화적인 요소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청년이 지역에 가면 그런 부분에서 많이 부딪힐 듯해요.
둥실: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귀촌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을 주민들이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대요. 평생의 터전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떤 시도를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서 청년들을 정착하게 하는 것이, 내려오는 청년이나 원래 있던 마을 주민 모두에게 좋은 방법일까 의문인 거죠.
이루카: 귀농·귀촌이라는 게 복합적인 구조고, 정책적인 요소나 문화적인 요소나 기본적인 요소까지 광범위해요. 그래서 이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론장을 여는 것이기도 합니다. 필요한 생태계가 사람마다 너무 다를 텐데, 다른 이의 얘기를 듣고 공감할 수도 있잖아요. 자기 한계점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요. 서로 나누면서 공유할 만한 기준을 세울 수도 있고, 어떤 정책이나 포지션을 정할 수도 있겠죠. 저희도 그걸 듣고 청년들은 실제로 이러한 기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겠고요.
Q: 공론장의 풍경을 상상해보셨나요?
이루카: ‘사람책’ 형식처럼 발제자 이야기를 듣고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는 장이면 좋겠어요. 끝나고 돌아갔을 때 그분들이 어떤 피드백을 줄지 궁금하고요.
둥실: 가볍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 참여자들도 지역 살이의 방법은 열려 있다는 생각을 갖고 오시면, 여러 가지를 참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공론장이 끝나고 나서도 이어질 관계들을 상상해보니까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이루카: 시발점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게, 강의나 네트워킹 모임은 여러 차례 진행해봤거든요. 사람들을 모아서 어떤 주제를 던지고 토의하는 자리는 만들어본 적이 없어요. 진짜 귀농·귀촌을 계획 중인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자기가 지역을 선택한 기준을 더 고민해볼 거잖아요. 저희도 그런 걸 들으면 그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아닌, 좀 더 발전된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좀 더 발전된 연결 고리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요?
이루카: 내려가서 기반을 잡으면 제일 고맙긴 해요. 어쨌든 저희가 드렸던 어떤 질문이 키워드가 돼서 그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됐다는 거잖아요. 그걸 저희가 알면 다른 분들에게 다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저희는 ‘지역 살이’가 중심이긴 하지만 포괄적으로 ‘나다운 삶’을 고민하고 있어요. 나다운 삶 안에 지역 살이라는 부분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례들을 더 수집하고 싶어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도시 청년들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지만, 도시 청년들과 지역 청년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큰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로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관계망을 만들고 싶은데, 손에 잡히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네요. 어쨌든 그걸 위해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 겁니다. 그때그때의 키워드에 따라서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Q: 도시와 지역 청년들이 서로 격리되어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게 되는데, 그걸 넘어서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관계망을 상상한다는 부분이 크게 와닿네요. 저는 수도권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지역 경험이 많이 없거니와 상상해본 적도 드물어요. ‘지역’이라는 말 자체도 서울 중심적인 구분이잖아요.
이루카: 저희는 중계소가 되고 싶었어요. 처음 이름을 지을 때 중계소 얘기도 나왔는데.(웃음) 지역마다 특성이 다를 텐데, 중간자 입장에서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망이 되고 싶죠.
둥실: 도시의 삶이 나에게 더 맞아서 도시에 살 수도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지역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도시에서 사는 것과 이해 없이 단절된 채로 도시에서 사는 것은 굉장히 다른 삶이라고 생각해요. 도시 청년들에게도 지역에 대한 이야기, 지역과 도시가 교류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전달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루카: 어떻게 보면 우리 먹거리나 환경 문제와 넓게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내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지 다시 고민해보는 지점이 되기도 하고요.
N개의공론장⑪
「돈과 일 - 지역 청년들의 일삼기, 일거리, 일자리」
1부 돈과 일을 주제로 한 청년 5인의 사례 발표 (14:00~15:10)
2부 참여하는 그룹 토의 (15:30~17:00)
"청년이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구성하는데 필요한 개인적, 환경적 생태계 요소는?"
일시: 2018. 12. 1(토) 오후 2~5시
장소: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 (불광역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주관: 플랫폼510 협동조합, 서울시 청년허브
정원: 50명 (신청서 내용에 따라 선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문의 : 플랫폼510 협동조합 platform510w@gmail.com
신청 페이지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