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 배달은 이제 안녕...
우리나라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합니다. 대한민국, 한국, 남한 그리고 영어로는 코리아라고 불립니다. 발음은 다를지언정 이 명칭들 모두 우리나라를 지칭합니다. 또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우리나라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명하고 있습니다. 헌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북한도 우리나라 이름이 될 수 있겠네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기 전 이 땅엔 무수히 많은 나라들의 흥망성쇠가 있었습니다. 그랬던 만큼 한반도를 부르는 명칭도 다양했죠. 남과 북으로 나뉘기 전엔 조선이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1392년 조선을 건국하기 전엔 고려가 있었습니다. 또 통일신라, 발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삼한 역시 우리나라의 또 다른 이름들이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역사를 거슬러 단군 할아버지까지 올라가면 배달이라는 나라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배달은 ‘밝은 산’을 뜻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름입니다. 그러나 ‘밝은 산’을 뜻하는 배달의 뜻과 달리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가 배달민족이라고 얘기하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delivery’의 개념으로 배달을 이해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기 때문이겠죠.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배달민족이 된 겁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예전엔 중국음식 정도나 배달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 속 첫 배달음식도 할아버지께서 시켜주신 짜장면이었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 급속도록 퍼진 피자와 치킨이 짜장면을 이은 배달음식으로 자릴 잡았습니다. 이후 배달 음식이 늘어나면서 배달 경쟁은 심각해졌습니다. 음식이 식기 전에 고객의 집에 도착해야 하는, 스피드가 생명인 배달음식은 한 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한 피자집에선 신속하게 배달하겠다는 의미에서 만든 ‘30분 배달보증제’ 때문에 많은 배달원들이 신호를 무시하거나 과속으로 달려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배달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30분 배달보증제’가 폐지되면서 배달시장의 과열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늘어나는 1인 가구와 맞벌이 생활로 배달시장은 다시 커졌습니다. 각기 이름이 다른 배달 대행업체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배달앱 이용자 수가 2,5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은 핸드폰에 배달앱 한 개쯤은 깔려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한 조사업체에 따르면 2018년에만 4조 4천억 원이 배달앱을 통해 결제됐다고 합니다. 짜장면이나 배달시켜 먹었던 제 어릴 적 시절에 비하면 배달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죠. 또 메뉴도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나시고랭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는 어느 배달앱의 광고처럼 전에는 시켜먹을 수 없던, 밖으로 나가야만 먹을 수 있던 음식들이 집안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또 예전엔 배달하지 않았던 음식점의 음식도, 어느 골목 귀퉁이의 맛집 음식도, 심지어는 음료도 배달이 되는 세상이 됐죠.
배달시장의 규모는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커지는 시장에 비해 ‘과연 일자리도 늘어날 것인가?’란 질문엔 다소 회의적입니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차량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 자동차 때문이죠.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는 2014년 우버이츠(Uber Eats)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국내엔 3년이 지난 2017년에 들어왔습니다. 우버이츠 서비스는 앞서 살펴본 우버 서비스와 동일합니다. 다만 기존의 우버 서비스가 사람을 태운 것과 달리 우버이츠는 음식을 배달합니다. 우버이츠는 우버와 마찬가지로 전문 기사가 아닌 일반인이 음식을 배달합니다. 우버이츠를 통해 내가 음식을 주문하면 근처에 있던 일반인이 주문을 받아 배달해주는 시스템이죠. 우버이츠는 식사시간에 내 밥을 사러 가는 김에 근처에 있는 사람의 식사까지 같이 사서 배달해주고, 그 대가로 약간의 용돈벌이를 할 수 있어 서비스 시작 당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배달원이 될 수 있는 우버이츠는 사용자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기존 배달원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과 같은 배달회사가 국내 배달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탓에 우버이츠는 2019년 10월로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으나 배달원의 일자리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그 서비스를 국내 배달업체들이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배달의민족은 배민 커넥트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쿠팡이츠나 배민 커넥트처럼 일반인이 배달원을 대신해 배달을 할 수 있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선 엄청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또 배달을 하는 일반인에겐 소소한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죠. 기업과 이용자 모두에게 이득인 이 배달 시스템은 배달업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합니다.
배달기사들이 사라질 또 다른 이유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로봇들의 등장입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사람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배달 로봇 ‘디지트’를 개발해 배달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디지트’는 최대 18kg까지 들 수 있으며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각종 장애물을 피해 배달을 할 수 있죠. 또 넘어졌을 땐 스스로 일어설 수 있으며 초인종을 누를 수 있는 팔도 지녔습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바퀴가 6개 달린 자율주행 배달 로봇 ‘스카우트’를 개발했고 이미 시범운영도 마쳤습니다. ‘스카우트’는 소형 냉장고 크기의 자율주행 로봇으로 ‘디지트’처럼 반려동물, 보행자, 쓰레기통 같은 장애물을 피해 배달이 가능합니다. 다만 바퀴가 달려 계단은 오르지 못하지만 자율주행 배달 로봇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내 배달 기업들도 배달 로봇 개발에 한창입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 로봇 ‘캐리로’ 운영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철가방을 들었던 배달원들을 대신해 자율주행 로봇들이 배달하는 낯선 모습은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먼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전쟁터에선 인간을 대신해 폭탄이나 위험물을 들고 다니는 무인로봇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로봇에 위험물 대신 음식을 넣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배달 로봇의 진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다리나 바퀴를 이용해 지상을 다니는 로봇을 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달용 드론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중국 ‘알리바바’, 미국 ‘아마존’은 드론 배송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론 음식이나 택배를 주문하면 드론이 창문을 두드리는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상생활에서 드론을 마주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드론이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드론은 이미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각종 예능이나 뮤직비디오 그리고 축구경기까지 모두 드론에 의해 촬영된 겁니다. 또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하늘을 뛰놀던 마스코트 수호랑과 오륜기를 수놓았던 것도 드론이었습니다. 드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최근 드론 시장이 급부상하자 드론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 공원에 가보면 드론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노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차량 공유시스템, 자율주행 자동차 그리고 드론까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은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 운송업, 배달업, 정유회사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끼치며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장 경제 체제에선 시장이 커지면 일자리도 늘어났습니다. 공장이 하나 들어서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은 시장이 커지면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시장논리를 거스르고 있습니다. 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있다간 거대한 폭풍에 모두 빨려 들어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