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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Jul 15. 2020

세상 모든 운전기사가 사라진다?

택시 기사는 시작일 뿐.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또 다른 산업은 바로 운송업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면 택시기사보다도 더 빨리 사라질 직업군이 어쩌면 택배기사나 화물트럭 운전기사와 같은 운송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일지도 모릅니다. 

 운송업은 택시와 달리 정해진 경로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골목골목을 누비는 택배기사의 루트는 얼핏 보기엔 복잡해 보이지만 자신이 맡은 담당 구역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화물트럭 같은 경우엔 경로가 더 단순합니다. 부둣가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싣고 물류창고로 가져다 놓는 게 전부죠. 다시 말해 자율주행 자동차에 정해진 루트와 배송 순서만 프로그램화해서 탑재하면 택배기사나 화물트럭 운전기사는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택배회사들 사이에선 ‘로켓 배송’이니 ‘새벽 배송’이니 하는 고객이 주문하면 최대한 빨리 배송하는 것으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택배 받는 소비자 입장에선 빨리 받을 수 있으니 로켓 배송이나 새벽 배송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일 겁니다. 하지만 택배기사 입장에선 다소 위험한 일이지요. 자정 전에 주문한 택배는 다음날 아침까지 배달해야 하니 택배기사들은 눈꺼풀이 가장 무거운 새벽에 운전대를 잡고 배달을 합니다. 졸음운전은 물론 깜깜한 밤에 배달하다가 계단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새벽 배달은 낮보다 훨씬 더 위험하죠. 더군다나 배달 건당 수입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더 많이 배달하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밤은 더 위험할 수밖에 없죠. 사고가 나면 택배기사도 손해를 보지만 택배회사도 손해를 봅니다. 치료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 자동차가 배달을 하면 이런 문제로부터 택배회사는 자유로워질 겁니다. 무엇보다 인건비도 대폭 줄어들겠죠. 


 물론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최근 잇따른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가 나면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고요. 자율주행 기술은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비자동 단계입니다. 자동차 통제권이 모두 사람에게 있는 단계죠. 1단계에선 속도나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해 운전자를 보조합니다. 그래서 충돌이 있을 것 같으면 알아서 충돌 알림을 울리거나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낮춥니다. 2단계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입니다. 이때부턴 자동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꾸거나 운전자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운전이 가능합니다. 3단계부터가 본격적인 자율주행 단계로 진입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부턴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한으로 줄어듭니다.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교통신호나 보행자 등 교통상황을 자동차가 파악합니다. 운전자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만 운전에 개입하죠. 4단계부터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가는 단계가 바로 4단계입니다. 5단계는 무인 주행 단계입니다. 말 그대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행하는 단계가 바로 5단계입니다. 현재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들은 2.5단계에서 3단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려면 아직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상태죠. 그렇다고 시간이 넉넉하게 남은 건 아닙니다. 지난 7월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5단계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라고 말했거든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려와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요.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로 일어날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그로 인해 없어질 직업들이죠. 2016년을 기준으로 국내 운송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모두 110만 7000여 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엔 배달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운전기사들이 사라지면 이들 역시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되는 건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버스 기사들의 미래도 불안정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버스는 택배나 화물차보다 노선이 더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구역은 정해져 있어도 매번 배달해야 하는 집이 다른 택배에 비하면 버스는 정거장이라는 정확한 지점이 있죠. 게다가 정거장 간의 거리도 짧습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입된 버스 운행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정거장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사람을 태우거나 내린 뒤 다음 정거장으로 가면 끝입니다. 이미 버스 스스로가 탑승객이 몇 명인지 압니다. 사람들이 많으니 다음에 타라고 안내하는 건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버스기사가 아직도 탑승해 있는 건 오직 하나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버스기사가 사라지는 건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버스보다 노선이 훨씬 더 명확하고, 탈선할 확률도 낮은 지하철의 경우 이미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2017년에 개통된 우이-신설 경전철엔 기관사가 없습니다. 우이-신설 경전철보다 6년 앞서 개통한 부산 지하철 4호선 역시 기관사가 없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지하철 노조는 기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은 점점 더 안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범위는 도로를 넘어 바다까지 확장될 전망입니다. 노르웨이에선 비료생산업체와 자율주행 기술 업체가 합작하여 자율운행 선박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Yara Birkeland(야라 버클랜드)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2020년 운행을 목표로 두고 있죠. 구글과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 역시 손을 잡고 자율운행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알파고가 수많은 바둑의 수를 학습해 이세돌을 꺾은 것처럼 이들이 개발하는 선박 역시 수많은 항해 경험들을 학습해 보다 안전한 항해를 꿈꾸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선박이 개발되면 항해사를 비롯한 많은 직업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항해사가 사라진 자리는 원격 조종실에 앉은 사람이 대신하겠죠. 사무실에서 오대양을 누비는 선박을 조종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겁니다. 

 선박 역시 석유 대신 전기를 새로운 동력으로 사용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주동력으로 삼게 되면 사고가 났을 경우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유출된 기름은 해안오염은 물론 바다 생태계까지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대신에 만약 배가 전기로 움직이게 된다면 이런 위험부담이 훨씬 덜하겠죠. 이렇게 되면 인명피해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배는 거센 파도에 뒤집어지거나, 해적과의 전투 혹은 해전으로 인해 종종 인명피해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 선박은 사고가 나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죠. 이렇게 되면 군인의 수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저조한 출생률로 군인이 부족해지는 시기에 자율주행 선박, 자율주행 비행기는 전투력을 유지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선원, (배 안의) 요리사, 각 종 엔지니어, 조타수, 도선사, 갑판장 등 배를 띄우는데 필요한 사람들도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비행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화되었습니다. 초창기 비행기엔 조종사, 부조종사, 기관사, 항법사, 무선통신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장과 부기장만이 조종실에 남아있죠. 또 오토파일럿 모드라고 해서 대부분의 비행은 자동으로 운행됩니다. 비행기를 타고 일정 고도 이상 비행기가 진입하면 자동운행을 시작하겠다는 기장의 방송, 한 번쯤씩은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처럼 자율주행의 등장으로 버스운전기사, 항해사, 기장 등 세상 모든 운전기사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엄청난 실업난이 예고되어 있는 셈이죠.

출처. 닷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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