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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Nov 01. 2020

새로운 정치 세대의 등장이
필요합니다

에필로그

 혁명은 늘 청년들이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586세대라며 청년들에게 비난받고 있는 기성세대들도 한때 민주주의라는 혁명을 쟁취한 세대였습니다. 2016년 촛불 혁명 중심엔 “이게 나라냐”를 외쳤던 청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네이선 로는 20대 청년입니다. 가장 최근에 왕권과 정부에 반기를 들고일어난 태국 민주화 운동도 대학생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혁명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선 선거를 통해 청년들이 집권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선 지난 2017년 만 37세의 나이로 총리가 된 제신더 아더 총리가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는 만 34세에 선출돼 핀란드 최연소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리아, 독일 등 유럽에선 젊은 정치인들이 몇 해 전부터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든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실수도 하고, 위기에 빠지기도 하겠죠. 이는 기성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건 ‘4차 산업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새 시대에 걸맞은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입니다. 

 1992년에 이르러서 군인들의 통치가 끝이 나고 권력이 이양됐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지금 정치인들의 인생 절반이 독재 시절 시기였고 나머지 반이 민주주의 시대였다는 겁니다. 정치인들이 4차 산업시대에 살기 시작한 시기가 1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은재 전 국회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MS 오피스는 공개입찰 안 하고, 왜 마이크로소프트만 쓰냐? 담합 아니냐?” 참으로 황당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MS 오피스를 마이크로소프트 말고 공급하는 곳이 없는데 말이죠. 이 같은 발언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은 정시·수시 확대, 외고·특목고 존폐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는 4차 산업시대 필요한 교육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 때문입니다.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한 논의가 반짝에 그친 건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때문입니다. 결코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20대, 30대는 빠르면 중학교 때부터 스마트 폰을 사용했습니다. 문자보다 카톡이 익숙하고, 신문보단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습니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당근마켓을 통해 거래하고,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릅니다. 예전엔 은행에 가야만 가능했던 송금이나 적금을 스마트 폰으로 합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습니다. 90년대 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 오늘날엔 결코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습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일자리를 보며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죠. 청년들이 비록 실수할지언정 4차 산업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성 정치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시대에 더 많이 노출되어 살았기 때문이죠. 

 새 산업시대를 맞이해 수능을 바꾸고,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자고 하면 기성세대들은 격렬히 반대합니다. 더군다나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지금의 복지제도 관점을 바꾸자고 하면 더더욱 안 된다고 하겠죠. 기본소득 성격을 뗬던 서울시 청년수당이나 성남시 청년배당을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이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아무도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하는”이라며 뒤집어진 세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노예를 해방을 주장했을 때나, 노동자에게 참정권을 준다고 했을 때나, 사회보험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라며 반대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 6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바꿀 때도 그랬죠. 하지만 현실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 5일도 힘든데 예전엔 주 6일을 어떻게 출근했나 몰라”하며 과거를 회상할 뿐이죠. 4차 산업시대에 맞춰 교육·노동·복지를 재정의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세상은 그리 쉽게 뒤집어지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예전엔 어떻게 살았지?”하며 과거를 회상할 것입니다. 

 요즘 정치를 볼 때마다 지금 정치인들은 4차 산업시대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산업은 급속도록 변화하고 있는데 정치는 아직도 1980년대에 머물러 체제 싸움하느라 바빠 보이기 때문입니다. 독자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 지어볼까 합니다. 지금의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신다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인다면, 오늘날 복지제도로 미래의 복지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청년에게 투표해보면 어떨까요? 조금은 모르고, 실수할 수도 있겠지만 4차 산업시대를 대하는 자세는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기성 정치인들보다는 훨씬 뛰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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